물놀이 가기 전에 읽어 보십시오

7년 전, 아들을 잃은 어느 아버지께!

등록 2007.07.26 18:28수정 2007.07.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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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한참이나 흘렀습니다. 어김없이 또 다시 여름이 돌아오고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산으로, 들로, 바다로 떠나고 있습니다. '세월이 약'이라고 그새 조금 아픔이 무디어졌는가요? 그래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는데, 세월이 어찌 그 애통, 절통한 부모의 가슴에 깊게 팬 상처를 씻어줄 수 있으리오!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다른 아이들이 커 가는 것을 볼 때마다 그 아픔은 새록새록 새로운 생채기를 만들 테지요.


어쩌면 님이 이 글을 읽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아니, 님이 이 글을 읽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글로 님이 다시 괴로움에 젖기를 원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나 그럼에도 이 글을 적는 이유는, 더 이상 님과 같은 아픔을 겪는 이가 없기를,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조심하는 마음을 가져서 더 이상 불행을 겪는 분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큰마음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그 해도 나는 직장 동료들과 밀양강 상류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위쪽에 얕은 웅덩이 부근에는 많은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어른들은 차양막을 치고 그 아래서 수박을 먹거나 화투놀이를 하고 있었지요. 우리는 고기를 잡기 위해 물길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이동하는 중이었어요. 그때 갑자기 님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님은 술에 만취해서 땅바닥에 퍼질러 울고만 있었지요. 내 기억이 맞는다면 님은 일행들과 술을 마시면서 화투를 치고 있었을 겁니다.

"아이고, 00이야! 아이고∼오!"

님의 통곡소리에 나는 제 동료들과 급하게 하류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위쪽과 달리 님의 아이가 놀았던 곳은 폭이 좁아서 물살이 셀 뿐 아니라 움푹 패어서 제법 깊이도 있었어요. 어른인 내가 걷는데도 아래에 패인 돌이 빠져나가면서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300여 미터를 훑어나가는데, 물에 거꾸로 누운 아이가 보였지요.

나는 아이를 안고 물가에 나와서 우선 아이의 윗옷을 벗겼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이미 절명해 있었어요. 뒤늦게 님의 친구들이 달려오고 우리는 인공호흡을 했습니다. 님의 친구는 맥을 짚어본 후 고개를 모로 흔들었습니다. 그때까지 님은 술에 취해 통곡만 하고 있었지요. 멀리 앰뷸런스 소리가 들려서, 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집으로 오는 도중에 나도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사실은 그 전 해, 저도 비슷한 일을 당할 뻔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때도 물이 졸졸 흐르는 냇가였는데, 제법 넓은 웅덩이였어요. 깊이도 제 허벅지 정도밖에 물이 차지 않아 위험하다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지요. 나는 친구 아이 둘과 제 아이 둘을 커다란 에어매트(공기를 넣어서 텐트 밑에 까는 매트)에 태우고 위로 아래로 신나게 끌고 다녔지요. 아이들은 기분이 좋은지 연방 깔깔대고, 들뜬 기분에 나는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갔지요.

그런데 갑자기 물살이 조금 세지나 싶더니 발 아래 있는 돌이 쑥 빠지면서 나는 중심을 잃고 말았어요. 덩달아 매트가 삐끗하면서 아이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세 아이가 물에 빠졌습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였어요. 물밑으로 가라앉는 내 작은 아이는 우선 발로 옷을 밟았어요. 그리고 님의 아들과 동년배인 큰 딸애는 오른쪽 겨드랑이에 끼고 왼손으로는 그 지랄 같은 에어매트를 잡았지요. 그런데 참으로 다행인 것은 친구의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은 것이었어요.


나는 주위에서 고기를 잡던 분에게 고함을 쳤습니다.

"좀 도와주세요!"

그분은 급히 와서 튜브(에어매트)를 끌어내고 제 큰애를 받아 주었지요. 그 다음에 제 허리에 붙어 있던 친구의 둘째를 안아서 물 밖으로 구해 주었지요. 그때 비로소 저는 밟고 있던 제 작은 아이를 물 속에서 건져낼 수 있었어요. 20여 초는 족히 흐른 것 같은데, 제 작은 아이는 너무 놀란 탓인지 울지도 못하고 눈만 똘망똘망했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치하를 하고 작은아들에게 "괜찮으냐"고 묻자 그제야 비로소 울음을 터트렸어요. 큰애도 "물을 다섯 모금이나 마셨노라"며 새파란 입술로 배시시 웃더군요. 그런데 구명조끼를 입은 친구 아이들은 위험을 느끼지 않았는지 그런 모습을 보며 깔깔 웃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그때 제게 도움을 주신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어찌되었을까' 아찔한 생각에 지금도 소름이 돋는군요.

집에 돌아와서 '초등학교 3학년이 밀양강에서 물놀이하다가 숨졌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님은 제가 사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 계시더군요. 그때는 찾아가서 소주잔이라도 나누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요, 그때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큰애가 고1이 되었으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군요. 그때부터 님은 회한으로 다시는 강이나 냇가를 찾지 않을 테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몇 가지만 당부를 드립니다. 제가 이 글을 굳이 적는 목적이기도 하고요.

첫째, 정해진 장소가 아닌 곳에서는 절대 물놀이를 하지 맙시다. 아무리 얕은 내라고 하더라도 그 바닥은 가늠할 수가 없어요. 물결이 휘돌아서 움푹 팬 곳도 있는데, 특히 어린아이는 어디가 위험한 곳인지 모르고 물살이 센 곳을 찾는 습성이 있습니다.

둘째, 내나 강에서 물놀이를 할 때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입혀야 합니다. 만약 그날 그 아이에게 구명조끼를 입혔다면 그런 사고가 없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물놀이 용품이 아닌 에어매트 등은 절대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물기가 묻으니 참으로 미끄럽고 통제하기 어렵더이다.

셋째, 아이들이 물놀이할 때는 반드시 보호자가 함께 해야 합니다. 보호자가 같이 물에 들어갈 형편이 되지 않는데도 아이들만 물에 보내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아이들만 물에 넣어놓고 어른들은 술 마시면서 고스톱 치는 행위는 아이들을 사지에 내놓는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이만 줄입니다. 절대로 물놀이에서 아이들이 희생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적었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물놀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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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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