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 선 불심 "순교자 되는 길밖에 없다"

조계사 신자들, 단식에 삭발... 정부 규탄 수위 더욱 높여

등록 2008.08.11 15:24수정 2008.08.1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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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일주문 앞 '헌법파괴 종교편향 이명부 정부 규탄 실천활동 선포식'에 스님들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 박유미

▲ 조계사 일주문 앞 '헌법파괴 종교편향 이명부 정부 규탄 실천활동 선포식'에 스님들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 박유미

 

"한국불교를 파괴하려는 도발을 이제는 더 이상 보고만 있지 않겠다."

 

조계종 기획국장 미등 스님의 일갈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줄곧 규탄해 온 불교계가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오늘(11일)부터 단식과 1인시위에 돌입한 것이다. 조계종 원로스님들과 총무원 직원들의 동참으로 앞으로 불교계의 종교편향 대응 방침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오전 11시 30분,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헌법파괴, 종교편향 이명박 정부 규탄을 위한 실천활동 선포식'이 열렸다. 스님 15명과 신자, 불교단체 구성원 등 8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두 손을 합장하고 선포식에 끝까지 함께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으로 시작한 이날 선포식은 미등 스님의 결의문 낭독으로 이명박 정부를 엄중히 규탄했다.

 

"정부에서 만드는 교통 지도에 사찰이 누락됐다. 경찰청장이 특정 종교인과 나란히 경찰 복음화 집회 포스터에 등장했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역을 기독교화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만의 이익과 자신들만의 종교를 세력화하기 위해 권력과 공직을 이용하려는 자들의 모임이라고 규정한다."

 

미등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집무실을 나서자마자 사복 경찰관에게 불법 검문을 당한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촛불 수배자가 조계사에 있으니 당연히 검문을 맏아야 한다는 논리 또한 억지"라고 말했다. 또 "이 정권과 공직 차원의 종교 편향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순교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을 마친 미등 스님은 총무국장 혜경 스님, 교육국장 성해 스님과 함께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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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에 들어간 스님들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미등스님과 성해스님이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정좌하고 있다. ⓒ 박유미

▲ 단식에 들어간 스님들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미등스님과 성해스님이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정좌하고 있다. ⓒ 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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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원우회 신행부장 박종학씨가 삭발식을 하고 있다. ⓒ 박유미

조계종 원우회 신행부장 박종학씨가 삭발식을 하고 있다. ⓒ 박유미

조계종 원우회 신행부장 박종학씨와 종교차별특별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김한일 씨의 삭발식이 이어졌다. 원우회는 조계종 총무원 직원들의 조합이다.

 

삭발식을 지켜보던 조계사 신자와 관계자들은 합장한 채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김한일씨는 "불교계의 공직자인 우리가 삭발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부디 정부의 공직자들이 우리의 행동을 계기로 각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삭발을 마친 김씨는 주변 사람들의 염려를 덜으려는 듯 "깎으면서 오히려 시원했다"며 "이명박 정부도 얼른 정신 차려서 이렇게 시원한 세상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청수 청장 파면과 같은 가시적인 조치부터 시작해서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정부에 당부했다.

 

박종학 씨는 스님들과 함께 오늘 단식농성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는 "불자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삭발과 단식에 나섰다"며 "종교편향은 짧게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총무원 직원들 모두가 각자 맡은 업무에서 최선을 다해 불교탄압을 시정하기 위한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강홍원 조계종 포교사단 단장은 "스님들의 결연한 실천 의지에 감사드리고 지지하며 '헌법 파괴 종교편향 규탄'을 위한 불교계 활동에 모법적으로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1인시위와 삭발 등 실천활동을 함께하고 싶은 전국의 불자와 신자들은 범불교대회 봉행위원회를 통해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다.

 

선포식을 마치고 김한일씨는 1인시위를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김씨는 "스님들께서도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내게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종교간 화합을 이루기 위해 힘쓰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경찰서 관계자가 "언제까지 시위를 할 예정이냐"고 묻자 그는 "끝나는 날이야 저기(청와대)에 사시는 분이 결정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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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1인시위 중인 김한일 씨 조계종 원우회 종교차별특별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김한일씨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다. ⓒ 박유미

▲ 청와대 앞 1인시위 중인 김한일 씨 조계종 원우회 종교차별특별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김한일씨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다. ⓒ 박유미

그는 "종교 차별 문제는 단순히 종교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간의 화합은 국가화합에 큰 역할을 하고, 다른나라들은 종교 때문에 전쟁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매일 오전 11시 반에서 오후 1시 반까지 원우회에서 한 명씩 나와 릴레이 1인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경고했다.

 

"헌법에도 종교차별 못하게 하도록 나와있는데, 법령에는 명확히 나와있지 않습니다. 공직자들이 종교편향을 할 때 반드시 처벌받게끔 입법화가 필요합니다. 공직자의 개인적인 신앙활동이야 문제하지 않지만, 공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고 싶으면 차라리 우리처럼 총무원이나 종교계에서 일하십시오."

덧붙이는 글 | 박유미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2008.08.11 15:2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박유미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조계사 #종교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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