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10) 세습적

― ‘세습적 폭군’ 다듬기

등록 2009.05.22 19:43수정 2009.05.2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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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습적 폭군

 

.. 그의 후계자는 똑같은 소견머리없는 짓을 아주 쉽게 체득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일이 대두된다. 즉 세습적 폭군은, 새로 건립된 전제 정치를 다지기 위하여, 백성들을 극단적으로 억압하고 자유로부터 끝없이 소외시키는 방법밖에 모른다 ..  《E.보에시/박설호 옮김-노예 근성에 대하여》(무림사,1980) 31쪽

 

 "그의 후계자(後繼者)"는 "그 사람 후계자"나 "그 사람 뒤를 이은 사람"으로 다듬고, '체득(體得)한다'는 '익힌다'나 '배운다'나 '몸으로 배운다'로 다듬습니다. '대두(擡頭)된다'는 '떠오른다'나 '일어난다'로 손보고, '즉(卽)'은 '곧'이나 '그러니까'로 손보며, '건립(建立)된'은 '세워진'으로 손봅니다. "다지기 위(爲)하여"는 "다지고자"나 "다지려고"로 손질하고, "극단적(極端的)으로 억압(抑壓)하고"는 "끔찍하게 내리누르고"나 "모질게 짓밟고"로 손질하며, "자유로부터 끝없이 소외(疏外)시키는"은 "자유한테서 끝없이 멀어지게 하는"이나 "자유를 끝없이 모르게 하는"으로 손질해 봅니다.

 

 ┌ 세습적(世襲的) :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그 자손들이 대대로 물려받는

 │   - 세습적 관료 집단 / 세습적 정권 / 세습적인 신분 사회 /

 │     명나라의 세습적으로 내려오는 개국 공신의 자제

 ├ 세습(世襲) :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음

 │   - 세습 왕조 / 권력의 세습 / 권력이 세습되다 / 왕위가 세습되다

 │

 ├ 세습적 폭군은

 │→ 세습된 폭군은

 │→ 물려받은 폭군은

 │→ 물려진 폭군은

 │→ 이어받은 폭군은

 │→ 이어받게 된 폭군은

 └ …

 

 아름다운 마음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아이들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부대끼고 사람을 마주하며 일과 놀이를 즐깁니다. 짓궂은 마음을 어버이한테서 이어받은 아이들은 짓궂은 마음으로 세상을 맞이하고 사람을 만나며 일과 놀이를 치릅니다.

 

 어른 된 우리들은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이웃 아이들한테 길잡이가 됩니다. 슬기로운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어리석은 길잡이가 되기도 하며, 반가운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못난 길잡이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하기에 따라 좋은 길잡이로 다가설 수 있는 한편, 나쁜 길잡이로 자리매겨질 수 있습니다.

 

 어른인 우리가 쓰는 말이 아이들 쓰는 말이 됩니다. 어른인 우리가 쓰는 글이 아이들 쓰는 글이 됩니다. 어른인 우리가 읽는 책대로 아이들 읽는 책이 됩니다. 어른인 우리가 나누는 사랑대로 아이들 나누는 사랑이 되며, 어른인 우리가 함께하는 믿음대로 아이들 주고받는 믿음이 됩니다.

 

 ┌ 세습적 관료 집단 → 물려지는 관료 무리

 ├ 세습적 정권 → 물려지는 정권

 ├ 세습적인 신분 사회 → 물려지는 신분 사회

 └ 명나라의 세습적으로 내려오는 → 명나라에서 물려받아 내려오는

 

 훌륭하거나 거룩한 모습은 틀림없이 뒷사람한테 이어집니다. 앞사람이 훌륭한 길을 걷는데 뒷사람이 훌륭한 길을 안 걸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리고 모자라고 뒤틀린 모습은 반드시 뒷사람한테 물려집니다. 앞사람이 모자라고 뒤틀린 길을 함부로 걷는데 뒷사람이 알차고 싱그러운 길을 까닭이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익숙해진 길이 우리들 길이 되며, 어릴 때부터 길들어진 매무새가 우리들 매무새가 됩니다. 어린 나날부터 즐긴 삶이 우리들 삶이 되며, 어린 날부터 품에 안은 마음결이 우리들 마음결로 굳어집니다.

 

 세 살 버릇만 여든 가는 일이란 없습니다. 세 살 적 어른들 삶이 여든 살까지 고이 이어집니다. 세 살 적 둘레 사람들 삶이 여든 살까지 둘레 사람들한테 퍼져나갑니다. 세 살 적 듣고 보고 겪고 느낀 이야기가 여든 살까지 듣고 보고 겪고 느끼는 이야기가 됩니다.

 

 ┌ 아버지에 이어 폭군이 된 사람은

 ├ 어버이와 마찬가지로 폭군이 된 사람은

 ├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폭군은

 ├ 어버이한테서 이어받게 된 폭군은

 └ …

 

 아이들이 어릴 적 입에 넣던 밥이 언제까지나 입에 넣는 밥이 되고, 아이들이 어릴 때 걸친 옷이 오래오래 스스로 걸치는 옷이 됩니다. 어린 날 자유와 민주로 한껏 둘러싸인 집에서 사랑과 믿음을 얻고 나누고 함께하는 터전에서 자랐다면, 아이들한테 자유와 민주는 아주 마땅하면서 스스럼없이 누리고 나누어야 함을 알게 됩니다. 어릴 때 평등과 평화가 없이 억누름과 따돌림과 푸대접이 판치는 집에서 주먹다짐과 회초리질로 컸다면, 아이들한테 평등과 평화란 무엇인지 모를 뿐더러 저와는 아주 딴 나라 이야기인 듯 받아들이게 됩니다.

 

 ┌ 어버이한테서 딸아들로 이어진 폭군은

 ├ 어버이가 딸아들한테 물려준 폭군은

 ├ 위에서 아래로 이어진 폭군은

 ├ 집안에서 고이 이어내려온 폭군은

 └ …

 

 말다운 말을 즐겁게 배우며 꾸준히 익히도록 하는 길은 한 가지입니다. 어른 된 사람 스스로 아이 앞에서 바르고 곱고 싱그러운 말 매무새를 추스르는 길입니다. 아이 앞이기 때문에 좋게 보여야 하는 말 매무새가 아니라, 아이 앞이든 아니든 어디에서나 스스로 즐겁게 바르며 고우며 싱그러운 말 매무새를 이어나가는 길입니다.

 

 이 나라에 자유와 민주와 평등과 평화가 자리잡도록 하는 길은 한 가지입니다. 어른 된 우리 스스로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 몸과 마음 가득히 자유와 민주와 평등과 평화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우리 삶 구석구석 자유와 민주와 평등과 평화가 넘실거리면 됩니다. 어느 모로 보나 자유요, 어디에서 보나 민주요, 언제 보나 평등이요 어떻게 보나 평화인 옹근 한 사람으로 우뚝 서는 길입니다.

 

 내 말이 튼튼하면 내 삶이 튼튼합니다. 내 삶이 든든하면 내 말이 든든합니다. 내 말이 고우면 내 삶이 곱습니다. 내 삶이 싱그러우면 내 말이 싱그럽습니다. 말과 삶은 언제나 어깨동무를 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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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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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2 19:43ⓒ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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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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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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