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늘 열두 차례 과거로 돌아간다

[리뷰] 리처드 도이치 <열세 번째 시간>

등록 2010.04.19 14:30수정 2010.04.1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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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세 번째 시간> 겉표지

<열세 번째 시간> 겉표지 ⓒ 시작

▲ <열세 번째 시간> 겉표지 ⓒ 시작

미래를 아는 상태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이번주 로또 당첨번호 또는 오늘 주식시장 종가를 알고 오전 10시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그를 이용해서 많은 돈벌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꼭 돈벌이는 아니더라도 오늘 있었던 심각한 실수를 피할 수도 있다. 어디선가 대형사고가 터진다면 그것을 미리 경고해줄 수도 있다.

 

자기 혼자 이익을 보는 것도 가능하고 많은 목숨을 살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앞일을 알고 과거로 간다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일이다.

 

리처드 도이치의 2009년 작품 <열세 번째 시간>에서도 주인공은 이런 시간여행을 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주인공은 범죄에 휘말려서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 과거로 간다는 점이다. 자신의 인생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수백만 달러의 돈벌이를 할 생각은 꿈에도 못한다.

 

살인사건과 시간여행의 결합

 

주인공은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닉. 그는 16년 전에 처음으로 만난 메리와 8년 전에 결혼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수영장이 딸린 근사한 2층집도 장만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충분한 금전적인 보상도 받고 있다. 아직 아이가 없지만 젊기 때문에 그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행복을 파괴하는 끔찍한 범죄가 닉의 집을 찾아온다. 집의 서재에서 일하던 닉은 자신의 집에서 울리는 총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보게 된다. 아내 메리가 얼굴에 총을 맞고 쓰러져 있는 것이다. 볼것도 없이 아내는 즉사한 상태다.

 

아내가 죽었다는 충격도 잠시, 닉은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결혼한 여자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면 그 남편이 용의자 1순위에 오른다. 형사들은 닉을 연행해서 왜 죽였느냐고 다그치고 어서 자백하라고 윽박지른다. 범행에 사용된 총이 닉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발견되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그때 변호사로 가장해서 취조실로 들어온 인물이 닉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메리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12시간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래된 시계와 편지 한 통을 건네준다. 시계는 타임머신처럼 닉을 과거로 인도할 것이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도 닉은 그 기회를 잡기위해 노력한다.

 

어떻게 지나간 과거를 바로 잡을까

 

시간여행이란 것은 SF나 판타지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 <열세 번째 시간>에서는 독특하게도 시간여행을 살인사건과 결합시키고 있다.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도 색다르다. 매시 정각이 되면 주인공은 두 시간 전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두 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한 걸음 나아가고 두 걸음 물러서는 것이다. 닉이 오후 10시부터 이 과정을 열두 번 반복하면 오전 10시가 된다. 그때까지 닉은 메리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하면 그 살인을 막을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뭔가 안타깝거나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을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시간이 되돌아간다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여태까지 가지고 있던 상식과 세계관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또한 과거로 돌아가서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이 미래에 무슨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메리의 죽음을 막으려는 닉의 노력이 다른 사람의 죽음을 부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더 큰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닉도 그런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떻게든 갈라진 시간의 틈을 뛰어넘어 메리를 운명의 손아귀에서 구해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이 꼭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의도하지 않은 행동들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미래를 영원히 바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 남명성 옮김. 시작 펴냄.

2010.04.19 14:30ⓒ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 남명성 옮김. 시작 펴냄.

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남명성 옮김,
시작, 2010


#열세 번째 시간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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