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테러범 "난 기독교인"...이슬람이 싫어서?

현지 경찰 "사망자 98명까지 늘어날 수도"

등록 2011.07.24 11:19수정 2011.07.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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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피어오르는 노르웨이 정부청사 노르웨이 경찰이 공식 발표한 사망자 수는 수도 오슬로 인근 우토야섬에서 발생한 청소년 캠프 총기테러에서 85명, 이 사건 발생 두 시간 전쯤 발생한 오슬로의 정부청사 폭탄테러에서 7명 등 모두 92명이다. ⓒ EPA=연합뉴스


23일 노르웨이 사상 최악의 연쇄 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은 보수적 기독교인이자 극우 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농산물 재배업체 사장이라고 노르웨이 언론들이 전했다.

현지 일간지 <VG>는 테러 용의자 브레이빅이 "20대 후반부터 민족주의에 빠졌으며 온라인에 논쟁적인 글들을 자주 올렸다"고 그의 친구를 인용해 보도했다. 친구들에 따르면 브레이빅은 온라인 게임으로도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 게임을 좋아한다고 밝히면서 관련 총기 사진들을 게시하기도 했다.

브레이빅은 또 자신을 보수적 기독교인이자 민족주의자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레이빅은 이슬람 비판 성향의 뉴스와 논평들을 다루는 사이트인 '도쿠멘트(www.document.no)'에 많은 글을 썼으며 여기에서 "언론이 이슬람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려왔다. 또 다(多) 문화주의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히는 글들도 있다.

한 게시물에서 그는 "오늘날의 정치는 더 이상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구도가 아니라 민족주의와 국제주의 간의 싸움"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민족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테러 용의자 브레이빅, 반(反) 이슬람 다문화주의 비판 글들 올려

브레이빅은 또 페이스북에 자신에 대해 "독신이며 대학을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경영학과 역사학을 약 1만 4500시간 독학했는데 이는 경영학 학사와 역사학 석사 과정에 해당된다"고 소개했으며, "나는 윈스턴 처칠과 클래식 음악과 막스 마누스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막스 마누스는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저항한 노르웨이 레지스탕스 영웅이다.

브레이빅은 범행 6일 전 트위터 계정을 개설, "신념을 가진 사람은 이익만 좇는 10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는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인용해 올리기도 했다.


그가 스웨덴 신나치 인터넷 포럼 회원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AFP> 통신은 극우세력 활동을 모니터하는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 '엑스포 재단'(Expo foudation)' 미카엘 에그먼 조사원의 말을 인용 "브레이빅의 이메일 주소를 지닌 필명이 2009년 신나치 인터넷 포럼에 프로필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또 현지 언론들은 브레이빅이 범행 두 달 여 전인 지난 5월 초 폭탄의 원료가 될 수 있는 6톤의 비료를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한 비료 공급업체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5월4일 브레이빅이 운영하는 회사에 비료 6톤을 배달했다"며 "이는 농산물 재배업체에서 일상적으로 주문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비료로 쓰이는 질산암모늄은 디젤유와 혼합하면 강력한 폭발력을 갖는 폭탄으로 만들 수 있어 테러리스트들이 가장 선호하는 폭탄 원료 중 하나다. 지난 1995년 16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폭파 사건에도 2.5톤의 질산암모늄이 쓰였고,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에도 질산암모늄 폭탄이 사용되었다.

현지 경찰, "사망자 수 98명까지 늘 수도"

한편 브레이빅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게이르 리페스타는 이날 현지 방송을 통해 브레이빅이 자신의 행위가 잔혹한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필요한 것이었다는 말을 했다면서 브레이빅의 범행이 오랜 기간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리페스타 변호인은 브레이빅이 25일 구속여부를 결정할 법정에 출두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노르웨이 뉴스통신사 <NTB>는 브레이빅이 범행 전에 1500쪽에 달하는 성명서를 남겼다면서 성명서는 그가 적어도 지난 2009년 가을부터 범행을 계획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망자 수가 최악에는 98명으로 늘 수 있다고 밝혔다.

스베이눙 스폰헤임 경찰서장은 23일(현지시각) 연 기자회견에서 아직 4~5명의 실종자가 있는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현재 경찰이 공식 발표한 사망자 수는 수도 오슬로 인근 우토야섬에서 발생한 청소년 캠프 총기테러에서 85명, 이 사건 발생 두 시간 전쯤 발생한 오슬로의 정부청사 폭탄테러에서 7명 등 모두 92명이다.

노르웨이 테러법에 따라 기소된 브레이빅은 오슬로 정부청사 폭탄테러와 총기난사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장 21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노르웨이 테러 #극우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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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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