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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배동 주민 "산사태난다고 구청에 대책세워달라고 얘기했지만..." ⓒ 박정호
▲ 방배동 주민 "산사태난다고 구청에 대책세워달라고 얘기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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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농사용 하우스가 큰 게 있었고, 저기 한 5분의 1 남았네, 저기가 제가 사는 집이예요."
오늘(27일) 오전 허경열(57)씨는 20년 동안 살아오던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이번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 토사가 허씨의 집을 쓸고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세 식구가 오순도순 살던 집과 그 주변은 순식간에 폐허가 됐습니다.
허씨는 5분만 늦었으면 자신과 초등학생 아들이 그대로 토사에 휩쓸려 갔을 거라면서 급박했던 대피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5분만 늦게 나갔으면 다 죽었어요. 한 5분 정도 걸렸을 거예요. 구름이 오는 것마냥. 내가 6시에 올라가 봤는데 조짐이 이상하더라고요. 나무가 넘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6시 조금 넘어서 애가 초등학교 5학년이예요. 그 놈이 안 일어나길래 내가 강제로 끌었어요. '여기 있으면 죽는다, 아빠랑 도망가자' 저만큼 내려가니까 덮친 거예요."
▲ 27일 오전 집중호우로 인한 우면산 산사태로 토사가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부근 비닐하우스를 덮쳤다. ⓒ 박정호
▲ 27일 오전 집중호우로 인한 우면산 산사태로 토사가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부근 비닐하우스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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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도 산사태 피해를 봤다는 허씨는 당시 서초구청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허씨의 집이 무허가라는 이유로 구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게 2년 전에 조금 사태가 났었어요. 구청에다가 이걸 좀 (확실한 대책을) 다시 해줘라 그랬어요. 그때도 우리가 피해를 입었어요. 구청에서 사진을 찍어 오더라고 하더라고요. 찍어서 줬더니 무허가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처럼 취급을 안 하나니까 그런가 보다 했죠. 없이 사니까 힘이 있습니까."
허씨의 집 주변을 폐허로 만든 토사는 점점 불어나 남태령 전원마을 주민 6명의 목숨까지 앗아갔습니다. 2년 전 서초구청에서 산사태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참사였습니다.
▲ 27일 오전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서 커다란 나무가 승용차를 덮쳐 차에 있던 주민 1명이 목숨을 잃었다. ⓒ 박정호
▲ 27일 오전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서 커다란 나무가 승용차를 덮쳐 차에 있던 주민 1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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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닙니다. 오늘 오전 커다란 나무가 주택 앞 승용차를 덮쳐 주민 1명이 목숨을 잃은 현장. 전원마을 주민들은 주택가와 가까운 나무가 위험하다며 몇 차례나 서초구청에 베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나무를 잘라달라고) 민원을 넣는데 해결을 안 해줬다고..."(남태령 전원마을 주민)
군 병력까지 투입돼 복구작업과 수해 예방 작업을 펼쳤지만, 마을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 27일 오전 집중호우로 서울 남태령 전원마을에 우면산 산사태 토사가 덮쳤다. ⓒ 박정호
▲ 27일 오전 집중호우로 서울 남태령 전원마을에 우면산 산사태 토사가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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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오죠. 안 오는 게 당연하지.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데..."(남태령 전원마을 주민)
서울에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330mm가 넘는 집중 호우가 내렸지만, 남태령 전원마을 참사는 서초구청이 조금만 더 철저한 대비를 했다면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인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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