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살해사건, 최면으로 수사했더니...

[리뷰] 라슈 케플레르 <최면전문의>

등록 2012.05.21 09:20수정 2012.05.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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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면전문의> 겉표지

<최면전문의> 겉표지 ⓒ 황금가지

영화나 소설 속에서 '최면'이라는 것을 가끔씩 접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면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 최면이란 과연 무엇일까?

라슈 케플레르의 2009년 작품 <최면전문의>에 등장하는 최면전문의는 최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린다.


"최면은 연상과 명상이 결합된, 변화된 의식 상태를 가리킬 따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최면전문의의 이야기를 좀 더 쉽게 풀어보면 이렇다. 최면에 빠진 사람은 아주 깊게 이완이 된 상태고 거의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깨어있다.

최면 상태일 때 뇌는 특별한 방식으로 동작한다. 평소에 잘 쓰지 않던 뇌의 부분들이 갑자기 활성화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뇌의 특정 부분에 저장된 기억이 갑자기 살아날 수도 있는 것이다.

보통 범죄소설이나 영화에서 목격자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최면을 사용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의식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던 기억이 최면을 통해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스웨덴의 일가족 살해사건


<최면전문의>에서도 잔인한 살인사건의 수사를 위해서 최면이 사용된다. 스웨덴의 한 가정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한 남성을 운동장 탈의실에서 칼로 난도질해서 죽였다. 범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교사의 집에까지 찾아왔다.

집에서 그 교사의 부인과 딸 역시 칼을 사용해서 살해했다. 유일하게 교사의 어린 아들 유세프가 살아남았는데 그도 온몸에 자상을 입고 많은 피를 흘린 상태라서 제대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형사들은 당연히 유세프에게 질문을 하려고 한다. 유일한 목격자인 유세프에게서 쓸만 한 정보를 얻는다면 살인사건의 수사는 그만큼 쉬워질 것이다. 수사팀의 유나 경감은 여기서 최면을 제안한다. 유세프에게 최면을 걸어서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기억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유나는 스웨덴의 최면전문가인 정신과 의사 에릭 마리아 바르크에게 최면을 부탁한다. 에릭은 최면전문가이지만 과거의 어떤 일로 인해서 더이상 최면을 하지 않기로 스스로 다짐한 적이 있었다.

에릭은 유나의 제안을 받고 갈등 끝에 최면요법을 사용하기로 한다. 침대에 누운 채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소년 유세프는 최면 상태로 들어가고, 범행 현장에서 자신이 보고 행동했던 일들을 하나씩 말하기 시작한다. 소년의 이야기는 살인사건의 수사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꾸어 놓는다.

최면의 부정적 요소

최면이 숨겨진 어떤 기억을 불러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꼭 당사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최면에 빠진 사람은 최면을 건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끌려가게 된다. 최면에 빠진다는 것은 곧 정신적으로 무방비상태가 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작품 속에서 에릭은 예전에 한 번 최면문제로 고발당한 적이 있었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최면을 통해서 치료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했다. 고발한 사람은 에릭이 자신을 실험용 동물처럼 취급했고, 깊은 최면 상태에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정신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한다.

감춰진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과거의 특정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끄집어 낸다면 또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최면에 빠지는 것도 타인에게 최면을 거는 것도 모두 다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최면전문의> 상, 하. 라슈 케플레르 지음 / 이유진 옮김. 황금가지 펴냄.


덧붙이는 글 <최면전문의> 상, 하. 라슈 케플레르 지음 / 이유진 옮김. 황금가지 펴냄.

최면전문의 - 상

라슈 케플레르 지음, 이유진 옮김,
황금가지, 2012


#최면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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