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의 기억이 간직된 곳에서 환각을 보다

[리뷰] 마이클 코리타 <숨은 강>

등록 2012.06.05 11:57수정 2012.06.0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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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숨은 강> 겉표지

<숨은 강> 겉표지 ⓒ 랜덤하우스

세상 어딘가에는 '마법의 장소' 같은 곳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 그 마법은 판타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하고 화려한 마법이 아니라, 사람의 정신에 이상한 기운을 불어넣는 소소한 마법이다.

그 장소에서 사람은 환각을 보거나 환청을 듣는다. 그 환각을 통해서 사람은 그 장소에서 과거에 있었던 일 또는 미래에 벌어질 일을 보게될 수도 있다.


환각을 보는 것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환각을 통해서 끔찍한 사건을 보게 된다면 더욱 심각해진다.

과거에 있었던 잔인한 살인사건이 자신의 눈앞에서 재현된다면, 자신의 몸에 피와 살점이 튄다고 느껴질 만큼 생생하게 재현된다면 당사자의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다.

환상을 통해서 묻혀있던 과거의 진실을 알아냈다고 또는 다가올 미래를 보았다고 사람들에게 말해봤자 믿어줄 사람도 얼마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친 사람 취급받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이런 마력을 가진 장소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영기가 서린 마을의 비밀

마이클 코리타의 2010년 작품 <숨은 강>의 무대인 인디애나의 작은 마을 프렌치리크가 바로 그런 곳이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살아온 한 노파는 "이 지역에 마법 같은 현상이 존재해"라고 말한다. 초자연 현상이라고 해도 상관없지만 자신은 늘 마법이라고 불러 왔다.


또 다른 노인은 이 지역에 초자연적인 영기가 서려있다고 말한다. 마을 어디에나 죽은 자의 기억이 간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다. 배터리에 비유하자면, 어떤 집은 AA 배터리에 불과하고 다른 집은 24시간 내내 발전기가 돌아가는 식이다.

이렇게 다소 기이한 마을로 주인공인 에릭 쇼가 시카고에서 내려온다. 에릭은 시카고에서 밥벌이를 위해 결혼식, 장례식 등 기념일을 위해 비디오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어느날 알리사 브래드포드라는 여성이 에릭에게 특별한 부탁을 한다. 자신의 시아버지 캠벨 브래드포드의 이야기를 비디오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캠벨은 프렌치리크에서 태어났고 시카고로 건너와서 떼돈을 번 인물이다.


알리사는 그러면서 그에게 생수병을 하나 건네준다. 캠벨이 프렌치리크에서 만들어 팔던 생수병으로 '플루토'라는 이름이 붙어있고 병바닥에는 악마의 이미지가 그려져있다. 호기심을 느낀 에릭은 직접 프렌치리크로 내려와서 조사를 시작하지만 곧 알 수 없는 환각을 계속해서 보게 된다.

환상 속에서 드러나는 진실

작품의 제목인 '숨은 강'은 프렌치리크에 있는 강이다. 강 대부분이 지하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 그 강은 흐르면서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다 사라지곤 한다.

'플루토'는 저승의 신 하데스의 로마 버전이다. 프렌치리크의 노파는, 플루토가 악마가 아니라 '대지와 지하에서 비롯된 부(富)의 신'이라고 한다. 캠벨은 자신도 부의 신이 될거라 믿었기 때문에 생수에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프렌치리크에 떠도는 특별한 기운을 느꼈기 때문에 플루토라는 이름을 택했을 것이다. 지하를 흐르는 강과 지하를 관장하는 신, 꽤나 적절한 상징인 셈이다. 그리고 그 기운은 수십 년이 지나서 다시 에릭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기에 가득한 기운, 어쩌면 그것은 자연을 초월한 에너지일 수도 있다.

유령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거기에 아주 강력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환각도 마찬가지다. 환각이 두번 세번 반복되면 자신을 의심하면서 '내가 점점 미쳐 가는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자기가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 이거야말로 유령보다도 더 무서운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숨은 강> 마이클 코리타 지음 / 조영학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덧붙이는 글 <숨은 강> 마이클 코리타 지음 / 조영학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숨은 강 - 판타스틱 픽션 BLACK 14-2

마이클 코리타 지음, 조영학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2


#숨은 강 #마이클 코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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