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온 손님들에게 양조장을 소개하고 있는 이성우 명인
허시명
지난 6일 음식전문가들과 함께 계룡백일주를 다시 찾아갔다. 계룡백일주는 어떤 음식과 어울릴까? 궁금하던 차였는데, 이성우씨는 술을 소개하면서, 집안 안주까지 거침없이 말했다. 내가 알던 그가 아니었다.
어머니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상세하고 담백하게 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는 술 솜씨도 좋았지만, 음식 솜씨가 더 좋았다고 한다. 귀한 손님이 오면 백일주와 함께 어머니가 내놓았던 안주로 포도곶감말이, 참죽나무순 나물 그리고 소갈비살이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술 솜씨는 어머니 솜씨를 70~80% 따라가는데, 아내가 전수 받은 백일주 궁합 안주는 어머니 손맛이 안 난다며 "궁합 안주가 명맥이 끊기는 것이 아녀?" 했다가 아내에게 벼락을 맞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내가 행사 때문에 여기 없으니 이런 소리도 합니다라고 했다.
어머니 지복남(1926~2008)씨는 양조장 바로 옆 부드러운 언덕에 잠들어 있다. 이성우씨는 집을 멀리 벗어나 있어도, 부모님이 지켜주겠거니 싶어 편하다고 했다.
계룡백일주 양조장에는 현대식 건물 두 동이 있는데, 한 동에는 사무실과 발효실이 있고, 다른 동에는 증류실과 숙성실이 있다. 두 건물 사이에는 항아리와 소주고리가 있는 장독대가 있다. 우리 일행은 증류기가 있는 건물의 2층에서 계룡백일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성우씨는 연안 이씨 집안, 광해군을 폐위시킨 인조 반정의 일등 공신이었던 이귀의 15대 후손이다. 계룡백일주는 1989년에 충남무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되고, 그 술을 빚는 어머니는 1994년에는 농림부 지정 명인 제4호가 되었다. 아들 이성우씨는 어머니를 이어 명인 제4-나호가 되었다.
이름에서 공간까지, 짜맞춘 듯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