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인, 김치와 잘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해"

[최정욱 소믈리에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와인기행] 그랑꼬또 와이너리 ②

등록 2017.02.22 15:57수정 2017.02.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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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랑꼬또 와이너리 전시관

그랑꼬또 와이너리 전시관 ⓒ 유혜준


그랑꼬또 와이너리 ①에서 이어집니다

첫 출시된 그랑꼬또 와인 맛은 어땠을까?


김지원 대표는 "별로였다"고 말한다. 포도주를 한 번도 담가본 경험이 없이 만들었으니, 맛이 기대 이하인 것은 당연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이니 그렇게 말한다. 와인이 처음 출시됐을 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뿌듯했다고 한다. 그 때는 '내가 만든 와인이 최고'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듬해인 2004년부터 출시된 와인은 맛과 품질이 확 달라졌다. 김 대표가 마냥 손을 놓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경북대학교 와인스쿨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와인제조를 배웠다. 이곳에서 그랑꼬또 와인의 맛과 품질을 확 업그레이드 해 줄 와인전문가를 만나게 된다.

"영천 한국와인의 하형태 회장님을 만났어요. 경북대 와인스쿨에서 그분에게 와인을 배웠거든요. 와인스쿨에서 몇 개월 배운다고 금방 잘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래서 하형태 회장님에게 매달렸어요. 우리 와인 좀 만들어 달라고. 그 분도 할 일이 많아서 바빠요.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는 걸 우겨서 끝내 승낙을 받아냈죠. 우리 와이너리에 와서 돈 한 푼도 안 받고 와인을 만들어주신 거죠. 그런 열정이 있는 분이에요."

하형태 한국와인 회장은 한국 와인산업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분이다. 그런 분을 경북대 와인스쿨에서 만났으니, 와인을 만들어달라고 매달릴만 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70%는 캠벨 얼리로 생식용 포도다. 대부도 포도 역시 캠벨 얼리가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캠벨 얼리는 레드와인보다 로제와인을 만드는 게 더 적합하다는 생각에 로제와인 생산에 주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과일향이 풍부한 로제와인들을 생산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M56과 M5610이다.


특히 M5610은 산딸기와 체리 등의 과일향이 강하면서 매혹적인 와인으로 스위트하고 상큼한 맛이 아주 잘 어우러진다. 김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를 방문한 뒤 로제와인 M56과 M5610을 개발한다. M56와인은 2009년에, M5610와인은 2010년에 출시했다.

"캘리포니아에서 피노누아로 만든 로제와인을 먹었는데 아주 신선한 게 맛있었어요. 마시면서 이런 맛이라면 캠벨 얼리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M56과 M5610을 만든 겁니다. (와인)발효를 중단시켜서 잔당을 남겨 단맛을 만드니까 이전과 맛과 향이 전혀 다르게 나오는 거야. 그 때부터 이렇게 와인을 만들면 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죠."


a  로제와인 M56

로제와인 M56 ⓒ 그랑꼬또와이너리


한식과 어울리는 로제와인 개발

최정욱 소믈리에는 2010년에 농업진흥청에서 주관한 한국와인 품평회에서 로제와인 M56과 M5610을 시음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M56은 로제 드라이와인이고, M5610은 로제 스위트와인입니다. 이 와인을 처음 마시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와인을 만들 수 있구나, 하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와인이 해법을 찾으려면 로제와인에서 찾아야겠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잘 만든 와인입니다. 로제와인은 화이트와인의 특성과 레드와인의 특성이 같이 들어 있어 어떤 음식과도 잘 맞아요. 간장과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불고기, 생선과 해물 요리,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립니다."

캠벨 얼리로 수입와인과 같이 탄닌감이 있는 레드와인을 만들기 어렵다는 게 최 소믈리에의 설명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로제와인들은 한국와인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수입와인 맛을 흉내 내면 결국 아류밖에 되지 않지만, 한국와인의 독자적인 맛을 만든다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최 소믈리에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M5610을 한 번 마셔본 사람은 그 맛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고 자랑한다. 그 맛은 사실이기도 하다. M5610을 마신 사람은 와인 향과 맛이 자꾸 생각나면서 다시 마시고 싶어진다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랑꼬또 와인 가운데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이다. 병입을 하는 대로 팔려나간다는 게 최 소믈리에의 귀띔이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어떤 와인을 만들고 싶을까? 한국와인은 어떤 맛이어야 할까?

"제가 M56과 M5610 같은 가볍고 청량감 있는 와인을 만드는 이유가 있어요. 저는 우리 와인 맛의 포커스를 김치에 맞춥니다. 유럽 사람들은 음식을 먹다가 느끼하면 레드와인을 마시지만, 우리는 먼저 김치를 먹어요. 그러면 김치가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죠. 그 다음에 술을 마십니다. (와인이)김치와 맞지 않으면 와인을 마시지 않게 된다는 얘기거든요. 김치가 뭐예요? 발효해 산도를 갖고 있잖아요. 그럼 거기에 산도가 있는 와인이 따라가 줘야한다는 거죠."

김 대표는 김치와 잘 맞으면서 청량감 있고 깔끔한 맛이 있는 와인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로 한식 맛과 잘 어울리는 로제와인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a  로제와인 M5610

로제와인 M5610 ⓒ 유혜준


또 그는 검은 포도인 캠벨 얼리로 화이트와인도 만들었다. 그랑꼬또 화이트와인은 순하면서 상큼한 여운이 남아 마시면 마실수록 마시고 싶어진다. 이 역시 김 대표가 자부심을 갖고 자랑하는 와인이다. 2016년에 대한민국 술 품평회에서 과실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런데, 검은 포도로 화이트와인을 만든다고? 검은 포도는 레드와인을, 청포도는 화이트와인을 만들지 않나? 김 대표는 꼭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포도 껍질을 빼고 와인을 발효시키면 껍질 색이 와인에 스며들지 않아 화이트와인을 만들 수 있다. 서양에서는 그 방식으로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있다. 캠벨 얼리 포도를 손으로 짜서 즙을 내 화이트와인을 만들었더니 향이 좋고, 순하고 부드러우면서 상쾌한 단맛이 났다. 김 대표는 바로 이거다, 싶더란다.

그랑꼬또 아이스와인은 2006년에 만들었다. 김 대표는 일종의 오기가 발동해서 아이스와인 제조에 도전했단다. 한국와인은 아무리해도 수입와인을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을 경기도청의 모 국장에게 들었단다. 오기가 생기더란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실력을 보여주지. 아이스와인을 만들 정도라면 와이너리의 기술력을 인정받는단다.

a  그랑꼬또 와이너리 와인창고

그랑꼬또 와이너리 와인창고 ⓒ 유혜준


"하형태 회장님과 둘이 만들었어요. 보여주려고 만든 거야. 우리도 아이스와인을 만들 기술력이 있다는 걸 말이죠. 처음에는 40병을 만들었나? 맛이 엄청 좋으니 인기가 좋은 거야. 처음 만들 때는 노하우가 없어 손으로 만들었지만, 다음에 생산할 때는 탱크에서 농축시키는 방법을 개발했어요. 아이스와인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우리를 인정해주기 시작한 거야."

아이스와인 제조과정을 설명하는 김 대표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낸 청수와인 역시 그런 자신감이 바탕이 돼 만들었다. 최정욱 소믈리에는 청수와인이 외국와인과 견주어 조금도 뒤지지 않는 맛과 품질을 갖고 있는 고급 와인이라고 극찬한다.

김 대표는 와인생산을 전문화해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와인 생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와인의 고급화를 꾀하면서 세계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맛과 품질이 뛰어나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로제와인과 청수와인이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주력 상품이 될 예정이다.

와인을 만들면서 김 대표는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좋은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영천 한국와인의 하형태 회장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또 한 사람,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고재윤 경희대 교수다. 와인전문가이면서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이기도 한 고 교수를 만난 것 역시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고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에 열린 '세계와인 페스티벌'이었다. 한국와인 생산자는 그가 유일하게 참가했던 것으로 그는 기억한다. 그랑꼬또 와인을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하려는 목적이었다.

a  청수와인

청수와인 ⓒ 유혜준


고 교수와 첫 만남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세계와인 페스티벌에서 한국와인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고 교수의 제자들을 먼저 만났기 때문이다. 와인 시음을 하는데 경희대 학생들이 캠벨 얼리로 만든 한국와인을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시음은커녕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김 대표는 학생들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담당교수는 누구냐. 대체 어떤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국와인을 무시하게 가르쳤는지 궁금했단다. 고재윤 교수 이름을 알게 된 김 대표는 다음 날 와인 페스티벌 현장에 온 고 교수에게 거칠게 항의한다.

"소믈리에라면 전세계 와인을 소개해야 하는데 교수님은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쳤기에 학생들이 한국와인을 맛도 보지 않고 무시하느냐고 항의를 한 거죠. 일방적으로 퍼부었어요, 너무 화가 나서."

그런데 고 교수는 김 대표의 말을 고깝게 듣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한국와인 세미나, 학술대회 등을 열어 김 대표에게 한국와인을 소개하는 기회를 주면서 힘을 실어주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고 교수는 김 대표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고재윤 교수는 우리 한국와인을 알려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학생들에게 한국와인 관련 논문을 쓰고 연구하게 했어요. 한국와인 생산현장을 견학하게 하면서 한국와인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죠. 제가 고 교수님이 한국와인산업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건 그 때문입니다."

그랑꼬또 와이너리 ③으로 이어집니다

#한국와인 #김지원 #최정욱 #그랑꼬또 #로제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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