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은평 꽃 피는 장날’ 풍경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
봄비가 내렸다. '호우시절'(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을 바랐다면 모를까, 장날에 비라니, 난관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봄꽃 싱그러움 가득 담은 포스터와 딱 맞아떨어지진 않으나, 처음 '은평 꽃 피는 장날'을 멈출 순 없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에도 분주한 몸짓이 한창이다. 처음이니까, 장날이니까, 예정된 만남이니까. 도시농부, 사회적경제인, 지역활동가들이 북적북적 장날을 준비하고 손님 맞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자, 기대하시라. 도시농업과 사회적경제가 만나고 교류한다. 봄비가 대수랴.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두려운 게 없었다!
한 달에 한 번, 은평 꽃 피는 장날
지난 12일, 롯데몰 은평점 광장. 봄비를 뚫고 은평과 인근 지역에서 재배한 농작물과 건강한 먹거리, 수공예품과 문화가 한데 어우러졌다. 봄비 예보가 이날만큼은 틀리길 바랐지만 기대는 허물어졌다. 그렇다고 두 손 놓지도 않았고, 좌절하지도 않았다. 오랫동안 함께 장날을 만들어가기 위해 힘을 모아온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좋아서 가는 시장, 좋아서 하는 시장'을 주제로 은평에 도시형 장터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겨울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논의하고 힘을 모았다. 은평은 서울에서도 도시농업이 비교적 활발한 지역이다. 북한산을 포함해 녹지 비율이 높고 도시농업체험원, 다양한 주말농장과 개인농장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시농업 관련 민간 네트워크도 10년 이상 역사를 쌓아왔다. 특히 은평 도시농업은 사회적경제와도 꾸준히 교류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다. 건강과 맛뿐 아니라 지역에 이로운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과 단체 등이 지역사회에 사회적 가치를 불어넣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들이 작당을 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이자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창구로서 도시형 장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열린 좌담회와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꽃 피는 장날'이 탄생했다. 도시농부, 지역활동가, 사회적경제인이 만나고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지역 도시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도시농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도시형 장터를 5월을 시작으로 11월까지 매달 열기로 한 것.
윤호창 은평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 사무국장은 "작년 겨울부터 도시농업을 중심으로 한 건강한 장터를 고민했고 여러 차례 모임과 회의를 거쳐 사회적경제와 도시농업이 만나는 '은평 꽃 피는 장날'이 열리게 됐다"며 "매달 대표 작물을 꼽아 꽃 피는 장날 포스터에 그려지는데 5월은 무꽃이 선정됐다"고 말했다. 운영진들이 모여 장터 이름을 고민하는 와중에 농사 경험이 없는 스탭이 '무나 땅콩에도 꽃이 피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그것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꽃 피는 장날'로 장터 이름을 정했다. 꽃은 그 달의 대표 작물을 수채화로 그려 포스터에 넣고 있고, 5월 첫 장날의 꽃은 자연스레 무꽃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