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 베어무는 순간 '어른의 걱정'은 녹아내리고

등록 2022.08.14 19:54

수정 2022.08.14 19:54

가득찬 부엌 찬장을 정리하다 언젠가 사두고 까먹은 팬케이크 가루가 나왔다. 팬케이크 하면 어쩐지 즐거운 느낌, 그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과 식감 때문인지 어린 시절 맛있게 먹던 추억 때문인지 가끔 팬케이크 가루를 사버리게 된다.

어린 시절 엄마가 부쳐주던 팬케이크 - 핫케이크라고 포장지에 적혀있던 - 는 어찌나 부드럽고 맛있는지, 거기에 메이플시럽의 향을 흉내 낸 별첨 시럽까지 듬뿍 묻혀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팬케이크라고 하면 보통은 즐거운 기억이다. 팬케이크를 전문적으로 파는 미국 스타일의 가게는 어쩐지 항상 흥청망청 칼로리 폭탄 파티 같은, 시끌벅적 들뜬 분위기로 찰랑대고 있어 들어가는 순간 건강이라든가 칼로리 걱정 같은 '어른의 걱정'은 내려놓게 된다.

이렇게 즐거운 느낌의 팬케이크는 미국을 대표하는 가정식으로 본래 곡식 가루를 물과 섞은 후 부쳐내는 가난한 농부의 음식에서 유래했다. 우리의 부침개나 러시아의 블린(blini)처럼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곡식 가루를 물과 섞어 부친다는 팬케이크 개념의 음식이 있는데 1950년대 미국에서 이 음식을 달콤하게 변형해 가정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1970년대 팬케이크 믹스가 개발되며 대중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판 믹스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시판 믹스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는 몇 안 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팬케이크는 만들기는 쉽지만 예쁘게 부치기 위해서는 몇 가지는 꼭 지켜야 한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후 키친 타올로 꼭 쓱쓱 닦아 낼 것, 기름을 그대로 두면 팬케이크에 기름 자국이 남아 표면이 지저분해진다. 그리고 먹음직스럽고 예쁜 색을 내기 위해 아주 약한 불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기다릴 것,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팬케이크를 뒤집지 말 것. 너무 섣불리 뒤집었다가는 팬케이크의 모양이 망가지기 때문에 반죽으로 구멍이 열 개 이상 퐁퐁 올라올 때 뒤집는 것 등이다.

취향에 따라 반죽에 잘 익은 바나나를 으깨 섞거나 초콜릿, 블루베리 등을 넣어도 좋다. 달걀흰자를 머랭화해 반죽을 만들어 높게 구우면 퐁신퐁신 부풀린 수플레 팬케이크를 만들 수도 있는데 나의 취향은 이보다는 일반적인 납작한 팬케이크다.

하지만 시판 팬케이크를 만들 때 달걀흰자를 머랭화해 만들면 조금 더 부드러운, 수플레 팬케이크와 일반적인 팬케이크 사이의 팬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바나나 표면에 설탕을 뿌려 캐러멜라이즈한 '바나나 브륄레'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달콤하고 폭신한 팬케이크를 타고 녹아내리는 버터와 메이플 시럽과 함께 '어른의 걱정'도 녹아내린다.

1. 재료

- 팬케이크
팬케이크 가루 150g, 우유 100ml(1/2컵), 달걀 1개, 레몬즙이나 식초 1/2 작은술, 설탕 1작은술, 기름 약간

- 바나나 브륄레
바나나 1개, 황설탕 적당량, 시나몬 파우더 적당량

- 토핑
버터 , 메이플 시럽, 생크림, 과일 등 취향에 따라 준비

2. 만들기

1.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한다.
2. 달걀노른자와 우유를 잘 섞은 뒤 팬케이크 가루를 넣고 섞는다. 이때 너무 많이 섞으면 글루텐이 생성돼 질겨지므로 날 밀가루가 안 보일 정도로만 살짝 섞는다.
3. 다른 볼에 달걀흰자, 레몬즙이나 식초, 설탕을 넣고 핸드믹서로 거품을 내 머랭을 만든다.
4. 머랭을 만든 볼에 2의 반죽을 넣고 주걱으로 반죽을 접듯이, 머랭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섞는다.
5. 팬에 기름을 두르고 키친 타올로 닦은 뒤 약한 불에 반죽을 올린다. 반죽에서 구멍이 충분히 올라오면 뒤집어 반대 면도 굽는다.
6. 바나나는 껍질째 세로로 길게 자른 뒤 표면에 황설탕과 시나몬파우더 약간 뿌리고 달군 팬에 표면이 아래로 오도록 놓고 손으로 살짝 눌러가며 설탕을 태우듯 굽는다. 설탕이 녹아 갈색을 띠면 완성.
7. 그릇에 팬케이크를 담고 버터와 메이플시럽, 바나나 브륄레 등을 곁들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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