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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더 행복해지는 세상'에 SPC는 없습니다

[주장] '피 묻은 빵' #SPC불매... 평택공장 노동자의 죽음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록 2022.10.20 15:40수정 2022.10.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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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하다, 평화나비네트워크, 진보대학생넷, 청년정의당, 청년진보당 등 33개 대학생,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택 SPL 제빵공장 청년노동자의 산재사고에 대해 책임자 처벌과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유성호

 
SPC 제품 불매를 위해 집에서 빵을 굽는다는 기사를 쓴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우리 사회는 또다시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맥없이 잃었다. 안정적인 고용을 피하고,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며, 휴게시간도 보장하지 않는 회사가 안전한 노동환경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을 전국민이 이해하고야 말았다.

사망사고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 역시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SPC는 노동자 사망사고 다음날인 16일 '파리바게뜨 런던 진출' 보도자료를 내 언론 지면에 관련 기사가 쏟아지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다. YTN의 보도에 따르면 SPL 제빵공장은 노동자 사망 다음날에 사고가 났던 배합실만 흰 천으로 가려놓고 다른 기계들로 공정을 재개한 사실이 알려져서 공분을 샀다.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음에도 대기업의 대응 체계는 대중의 정서와 거리가 멀었다. 

'SPC 회장'의 공식 사과는 이틀이 지난 17일이 돼서야 나왔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SPC그룹은 사고 이후 취재를 하는 언론에 "혹시 제목에서라도 'SPC'를 빼줄 수 있겠냐, 대신 '평택의 한 공장'으로 넣어줄 수 있겠냐"는 요구를 했다는 사실이 SBS를 통해 보도됐다.

법적 처벌과 사회적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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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으로 온라인에 공유되고 있는 SPC그룹 브랜드 목록 ⓒ 트위터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한 우리 사회는 이런 일련의 희생을 치르고 대기업 대응을 보고 난 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불매운동의 이름으로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 SPC그룹에 속한 회사의 목록이 공유되고 #SPC불매 해시태그가 돌아다니고 있다.

죄를 지으면 사회가 약속해 둔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는, 소비자는 왜 불매운동을 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자본 등 권력 집단이 받는 법적 처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일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이번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SPL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SPC그룹까지 책임을 묻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발표했다. SPL이 SPC그룹의 계열사이긴 하나 독립된 기업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은 정서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이 넓고 깊을 때 시민은 스스로의 힘으로 사회적인 처벌을 행하고자 힘을 모은다. 그 대상이 기업일 때에는 불매운동의 형태가 될 수 있다. 이런 공감대가 퍼지면서 말이다. 

"이제 여기 빵 안 먹는다." "평생 안 먹고 안 사겠다." "피 묻은 빵 어떻게 먹겠나."

받지 못한 임금과 고스란히 받은 차별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된 SPC 불매운동에는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망자에 대한 기만 앞에서 더 이상 누구도 참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창출이고, 그 이윤은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이번 불매운동은 결국 분노한 시민이 SPC에 주는 사회적 벌이다.

"SPC그룹과 함께 세상은 더 행복해집니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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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SPC그룹 홈페이지 메인화면. 여러 장의 사진에 같은 문장이 쓰여있다. ⓒ SPC그룹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일부러 SPC그룹 홈페이지를 찾아가 봤다. 첫 화면엔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SPC그룹과 함께 세상은 더 행복해집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문구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불법파견을 일삼고, 정상적인 임금도 지급하지 않으며 휴게시간도 보장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죽어도 흰 천을 두른 채 기계를 돌리는 기업과 함께하는 세상에서 대체 누가 행복할 수 있을까? 

허영인 회장이 사과문에서 밝힌 것처럼 "매우 참담하고 안타깝다"면 최소한 홈페이지 첫화면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과가 진심이었다면 파리바게뜨 런던 진출 소식을 알리던 시스템을 동원해 애도와 사과를 더욱 신속하게 표해야 했다.

사과는 받는 대상이 수용할 때까지 하는 것이다. 불매운동과 별개로 심장이 찢겼을 유가족과 공분한 시민 앞에서 SPC가 보여줄 행보를 끝까지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며 유족에 말로 다 못할 위로를 전한다.

[관련 기사]
"SPL 노동자 죽음, 철저한 원인조사와 경영책임자 엄정수사" http://omn.kr/217wm
집에서 빵을 굽습니다, SPC 때문에요 http://omn.kr/20p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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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따뜻하고 더 정갈한 사회를 꿈꾸는 엄마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어디에 있든 모든 사람이 각자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그런 사회를 바라며 저는, 느리지만 분명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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