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월도 목섬 하늬께 해변과 어류골 선착장 사이에 있다. 언덕에서 섬까지 구름다리라 부르는 나무데크를 놨다.
이상구
자월1리는 섬의 중심지다. 면사무소, 지서가 있고 농협 마트도 문을 열었다. 작은 섬이라 식당이 통 눈에 뜨이지 않는다. 마을 어귀의 미란네 식당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 날은 병어가 좋다고 했다. 조림 하나 시켰는데, 밑반찬만 10가지가 넘는다. 심지어 양념게장, 코다리 조림까지 있다. 마침 그 날 식당 집 김장하는 날이라 자연산 생굴과 절인 배추까지 내 주었다. 그거 먹으며 눌러 살고 싶었다.
이 섬의 해수욕장은 두 곳, 장골과 큰말이다. 둘이라지만 커다란 하나나 매한가지다. 머물며 해수욕하기엔 장골이 쫌 낫다. 화장실과 샤워장 등의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 놨다. 장담컨대 여기처럼 안전한 해수욕장은 또 없다. 파출소와 소방서가 해변에서 20초 거리니. 그 앞엔 독바위 섬이 있다. 물 빠지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사유지인 듯 오가는 이는 없었다.
마을 곳곳엔 붉은 색이 넘쳤다. 계절을 잊은 붉은 꽃들이 곳곳에 피어 있다. 어느 집 안마당엔 새빨간 장미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나그네는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동네 화단을 가득 채우고도 있었다. 제각각 피었고, 그 품종도 다 다르겠지만 색은 모두 같은 계열이다. 자월의 이름을 지키려는 자연의 노고처럼 여겨졌다.
달과 만나는 순간

▲자월도 노을 이 섬의 태양은 섬과 섬 사이로 떨어졌다. 완전히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의연한 모습을 지켰다.
이상구
이윽고 해가 저무는 시간. 큰말 해변 방파제를 지나 두멍부리 해안으로 향한다. 물 괴는 땅이라는 이곳이 노을감상의 명소란다. 서서히 태양이 바다로, 아니 섬과 섬 사이로 떨어져 들어간다. 소이작도와 대이작도 사이쯤인 것 같다. 석양은 붉고 길게 바닷물을 물들였다. 완전히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태양은 그 기세를 잃지 않고 의연했다.

▲자월도 밤하늘(권산호 제공) 해가 진 자리에 달이 떠올랐다. 해가 사라지자 달은 붉은 빛으로 변했다.
이상구
바닷바람이 제법 매서웠지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이 섬의 달을 보기 위해서였다. 달과의 만남은 사실 이 섬에 온 목적이기도 했다. 잠시 한 눈 판 순간 밀려든 시커먼 어둠이 밤하늘을 집어삼켰다. 그 절망의 암흑을 뚫고 동쪽 먼 바다에 바짝 붙어 한 점 불꽃이 둥실 떠올랐다. 그랬다. 그건 불꽃이었다. 누가 대포알이라도 쏘아올렸나, 하지만 그건 달이었다.
먼 옛날 한 선비가 누명을 쓰고 이 섬으로 귀향 왔다. 섬에 든 첫날 밤 둥그렇게 뜬 달을 보니 서러운 마음이 더 했다. 울컥, 가슴 속에 맺혔던 한을 쏟아 냈다. 달은 그 절절한 하소연을 듣기라도 한 듯, 제 색을 조금씩 바꾸었다. 마침내 달은 선비의 붉은 눈시울을 닮은 짙은 자줏빛으로 변했다. 이 섬에 오기 전에 들은 자월의 전설이다.
그런데 전설은 그저 전설이 아니었다. 자월이란 이름이 그저 붙여진 게 아니었던 거였다. 믿기지 않았지만 그 순간 눈에 든 달은 그 옛날 선비의 심정을 달래준 그 달이 분명했다. 초승달이되 늘 보던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보다 훨씬 길고 가늘었다. 색은 오렌지 빛보단 붉고 핏빛보단 옅었다. 혹 자신을 정신없이 올려보는 이의 심정도 알아주는 걸까. 그러면 오죽 좋을까.

▲자월의 자월 초승달이었지만 훨씬 더 길고 가늘었다. 오렌지색보다 짙고 핏빛보다 옅었다. 싸구려 카메라를 이리 원망해본적이 없다.
이상구
이 섬의 깊은 산마루에 천문공원을 짓는다고 한다. 그 이름도 '달빛바람 천문공원'이다. 이런저런 어려움은 있지만 내년 상반기쯤엔 1단계 시설이 문을 열 수도 있을 것이라 한다. 3만3천㎡의 땅에 천문대와 여러 편의시설을 들일 계획이란다. 섬사람들은 이곳이 장차 수도권 최고의 천문대가 될 것임을, 그래서 소득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소식에 참말 좋았다가, 그 옆에 드론실증센터까지 짓는다는 소식엔 걱정이 깊어졌다. 행여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릴까, 드론 따위가 함부로 저 신비로운 달을 건드리지나 않을까, 그래서 이 아름다운 섬이 다치지는 않을까 해서였다. 정말 간절히 바라건대 그것이 무엇이건 쓸 데 없이 크고 웅장하고 번잡스럽지 않기를, 그저 이 섬처럼 소박하고 여유로우며, 아름답고 의젓하기를.
자월엔 붉은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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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직할 수 없는 초승달... 카메라가 원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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