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5일 세월호에 승선하는 단원고 학생들. 희생된 학생들의 휴대폰을 포렌식 해서 나온 사진 중 하나다.
윤솔지
4월 16일 아침이 밝았다. 학생들은 오전 7시 30분부터 아침 식사를 한 뒤 간만의 자유를 만끽했다.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으며 수다를 떨었고, 모자란 잠을 더 청하기도 했다.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물살이 거센 곳으로 손꼽히는 맹골수도를 빠져나간 뒤 항해사가 항로 변경을 시도했을 때였다.
8시 49분 갑자기 배가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쾅!' 하며 무언가 끼리 부딪히는 소리도 났다. 갑작스럽게 배가 쏠린 탓에 별안간 배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객실에서 짐과 사람이 함께 왼쪽으로 굴렀다. 소파, 자판기, 냉장고 등 큰 물건이 쓰러지며 그 밑에 사람이 깔렸다. 이 과정에서 무언가에 부딪혀 피를 흘리거나 골절상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관련 자료]
4월 16일 세월호 죽은 자의 기록 산 자의 증언 중 '시간의 재구성'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ewoltimeline01.aspx)
'우왕좌왕' 골든타임 허비
사고 소식이 처음 전남소방본부에 전달된 것은 8시 52분이었다. 단원고 2학년 6반 고 최덕하 학생의 신고 전화에 의해서다. 최덕하가 119에 전화해 처음으로 한 말은 "살려 주세요"였다. 이어 그는 배가 침몰하는 것 같고, 배 이름은 세월호라는 것까지 소방본부에 전달했다. 대충 상황을 파악한 소방본부는 목포해경을 전화에 연결해 삼자 통화를 시도했다.
소방본부 : 신고자분 지금 해양경찰 나왔습니다. 바로 지금 통화 좀 하세요.
해경 : 여보세요. 목포 해양경찰입니다. 위치 말해주세요.
최덕하 : 네?
해경 : 위치. 경위(경도와 위도)도 말해주세요.
최덕하 : 네?
소방본부 : 경위도는 아니고요. 배 탑승하신 분. 배 탑승하신 분.
최덕하 : 핸드폰이요?
해경 : 여보세요. 여기 목포해경 상황실입니다. 지금 침몰 중이라는데 배 위치 말해주세요. 배 위치 지금 배가 어디 있습니까?
최덕하 : 위치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 이곳….
해경 : 위치를 모르신다고요? 거기 GPS 경위도 안 나오나요. 경도하고 위도!
최덕하 : 여기 섬이 이렇게 보이긴 하는데.
해경 : 네?
최덕하 : 그걸 잘 모르겠어요.
소방본부가 신고자의 신원이 탑승자라고 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해경은 신고자를 선원으로 전제한 듯 최덕하를 상대로 경도와 위도를 묻는 말을 반복했다. 최덕하는 가장 먼저 사고를 알려 구조 작업 착수에 도움을 줬지만, 정작 자신은 구출되지 못하고 4월 23일 세월호 4층 선미 부분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최덕하의 첫 신고로부터 3분여가 지난 8시 55분 세월호도 제주VTS(해상교통관제센터)로 첫 구조 요청 신호를 보냈다. 당시 세월호가 멈춘 지점의 관할은 진도VTS였으나, 일등항해사 강원식은 당황하여 보다 멀리 떨어진 제주VTS에 연락했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사고를 파악하고 해경 등에 구조 요청을 취해야 했을 진도VTS는 9시 7분이 되어서야 세월호와 첫 교신을 시작했다. 이때는 이미 목표해경 소속 경비정인 123정이 사고 지점을 향해 출동한 뒤였다. 곧이어 9시 10분 항공구조사 2명을 태운 목포 헬기(B-511)가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