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소연
선거제도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시끄럽다(국민의힘이 이 문제와 관련해서 평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언론은 민주당 지도부가 이미 국민의힘(이하 국힘)이 주장하는 병립형 비례제도로 회귀할 것을 결정해놓고는, 약속을 어긴다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미적거리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낸다.
김어준·이동형 등 친민주당 계열 빅유투버들은 병립형 회귀가 정당할 뿐만 아니라 확실한 승리의 길이라고 주장한다(심지어 이동형씨는 '준연동형에 무슨 정의가 있고 명분이 있나. 다들 자기 욕심이지'라고까지 말했다). 11일 아침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위성정당 방지에 국힘이 협조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면서도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도의 문제점을 잔뜩 늘어놓았다.
이쯤 되면 민주당 지도부가 사실상 병립형 회귀로 방향을 정했다는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그런데 과연 현 상황에서 병립형 회귀가 불가피하며, 또 올바른 선택일까. 대답은 노(NO)다. 물론 취지가 옳다고 하더라도 실리상 손해가 명백하다면 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취지가 옳고 실리상 손해가 없다면(아니 이익이 있다면), 당연히 그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병립형은 무엇이고, 연동형은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면, 우선 병립형이 뭔지 연동형이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 둘 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제도의 유형인데(비례대표 제도 자체가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전자는 정해진 비례 의석수를 각 정당의 정당 지지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제도이고, 후자는 각 정당의 정당 지지율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를 합한 정당 의석수를 미리 정하고, 각 정당의 지역구 의석수가 거기에 미달하는 경우 비례의석으로 그 차이를 메워주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차이 전체가 아니라 절반만 메워주고, 메워주는 의석수가 미리 정해진 총 비례 의석수(현재 47석)를 초과할 때는 메워주는 의석수를 비례적으로 축소하기 때문에 완전한 연동형이 아니다. 그래서 '준' 자를 붙이는 것이다.
2020년 병립형으로 유지하던 비례제도를 준연동형으로 바꾼 데는 이유가 있다. 소선거구제에서 지역구 방식으로만 국회의원을 선출하면 득표율과 의석수 비율 간에 큰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병립형 비례제도로 보완하더라도 괴리는 거의 해소되지 않는다(특히 우리나라처럼 전체 비례 의석수가 적을 때는 더 그렇다). 정당 득표율은 제법 높지만 모든 지역구에서 1위를 하지 못해서 지역구 의석을 1석도 얻지 못한 정당은 병립형 비례제도 하에서는 유권자의 지지에 한참 미달하는 의석수밖에 얻지 못한다.
준연동형 비례제도의 취지와 결함
준연동형 비례제도는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비율 간의 괴리를 완화해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상당한 정당 지지율을 얻는데도 불구하고 의석수를 제대로 얻지 못한 진보 정당들이 약진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한마디로 당시의 제도 변화는 '정치개혁'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제도는 완전 연동형이 아니었고, 전체 비례 의석수를 늘리지도 못했으며,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편법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함이 있었다. 비례의석이 너무 적어서 선거의 비례성은 높아지지 않았고, 소수 정당의 의석수도 늘어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힘의 뒤를 따라 사실상의 위성정당을 창당함으로써 제도개혁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의석수 확대의 꿈에 부풀어 있던 정의당은 배신당했다며 원망을 토로했다(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정의당의 협조를 얻지 못한 데는 이때의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