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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수생 정모양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수능을 치르고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한 재수생의 죽음에 안타까운 애도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사람의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7층 아파트에서 자신의 몸을 던지고 말았지요.

자신의 입시성적, 아니 '학벌'로 모든 것이 규정되는 사회풍조가 낳은 어이없는 비극을 바라보며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 특히 그녀가 입시에만 모든 것을 바쳐온 학생으로 자신의 날개를 제대로 한번 피워보지 못한 학생으로서 삶을 마감했다는 점에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한 꿈을 이루기 위해 이번에 수능을 치렀습니다. 그래서 잘 모르지만서도 제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한 만큼은 수능에 관한 얘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수능을 치르고, 이후 그와 관련된 기관들의 '작태'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 이번에 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서면서 '왠지 잘 치른 것 같은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매기면서 맞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의외로 많이 틀리면서 예상보다 점수가 낮게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목표한 곳에 들어갈 수 없을까 싶어 마음이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듯 하더군요. 특히 '수능 쉬워... 10점에서 20점 올라'란 예상보도는 가뜩이나 불안한 마음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제 점수로 제가 목표한 곳에 갈 수 있을까'란 걱정에 수험생들의 카페를 들락날락거리고 정보를 수집하느라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밤새도록 인터넷 서핑을 하며 저는 재수생들 상당수가 저처럼 시험점수가 평균보다 낮게 나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되었고, 이에 저는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2. '믿을 수 없는' 언론보도

'재수생모임(cafe.daum.net/proexamer)' 카페에 올라온 그 많은 글들을 읽어보며 저는 '정작 수험생인 우리는 이렇게 못치렀는 데 도대체 어떻게 점수가 올랐다는 거지?'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언론이 대형 오보를 저지른 1차적인 원인이 정보원인 사설 입시기관의 잘못된 예측에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작 치러보지도 않은 그들이 장시간 시험 치르는 피로 속에 고생한 학생들의 점수를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걸까요? 수능 점수에 대한 첫 예측은 빗나가기 일쑤임에도 불구하고 사설 입시기관들의 예측을 기정 사실화하여 그대로 전달한 언론의 태도는 정말 무책임했습니다.

수험생들이 '수능 10점에서 20점 올라'란 보도를 보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알기나 하십니까? 더욱 가관인 것은 다음날 오보의 원인을 '학생들의 학력저하'와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로 몰아가고 있는 보도태도입니다.

수능 점수가 낮게 나온 진단의 근거로 '수험생의 학력저하'로 꼽은 원인으로 언론은 수능모의평가에서 재학생이 재수생보다 훨씬 점수가 낮게 나온 점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 분석에 따른다면 재수생은 재학생보다 점수가 잘 나와야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재수생이라고 해서 점수가 그리 높게 나온 것은 아닙니다. 2만이 넘는 '재수생모임' 카페의 글들을 보면 대다수가 기대치보다 낮게 나와 불안해 하고 있고, 간혹 점수가 높게 나왔다는 학생이 있어도 '분위기 파악' 못한다며 성토당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4만여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이 "이번 수능 어떠셨어요?"란 설문조사한 결과 모의평균보다 20점 이상 떨어졌다는 학생이 55%, 모의평균보다 10점~20점 사이로 떨어졌다는 학생이 12.6%에 달했습니다.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로 교육당국을 몰아세우고 있는 언론보도를 보노라면 더이상 할 말이 없어집니다. 사실 대학입학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서열화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특성상 모든 수험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시험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언론은 쉽게 내면 너무 쉬워서 상위권의 변별력이 없다고, 어렵게 내면 중하위권이 대혼란을 겪게 되었다고 '난이도 조절 실패'라며 출제진을 성토하곤 합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추어야 출제진이 칭찬을 들을 수 있을까요?

일관성없는 언론의 말장난에 놀아나는 교육당국은 소신있게 대학입시를 진행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혼선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시험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입니다. 언제쯤 이런 악순환이 그칠 수 있을까요?

#3.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설 입시학원

수능 보고 고사장 나올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면서 마음을 상하게 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시나요? 교문 바로 앞에서 재수학원 홍보를 위해 전단지 돌리는 사람들입니다. 이제껏 고생해서 수험생활 했는데 또한번 재수하라는 것이지요.

사실 이번 수능에서 어느 정도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점수가 높을 것은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재수생 평균이 재학생보다 50점 가량이나 높게 나왔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재수생이 이번에 시험을 잘 치른 것은 결코 아닙니다. 시험이 어려우면 공부를 성적이 내려가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입시학원에서는 일부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대다수 재수생의 점수가 지난해에 비해 20∼50점 올랐다"란 결론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에 의해 더욱 불안해진 재학생들은 시험결과가 채 나오기도 전에 일찌감치 재수를 결심하여 교육현장은 더욱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고 있죠.

하지만 정작 재수를 경험해 본 재수생들은 한결같이 '재수학원에 홀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재수생 카페에 올라온 재수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표현만 정중하게 바꾸어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사설입시기관들이 재수=성공 을 떠들어 대는데 말이죠. 아주 그분들이 신같이 믿음직스럽죠? 믿지마세요."

"재수학원 쭉 다니면서 느낀 건 재수했지만 도움된 건 그저 사탐뿐이었을 뿐, 종로나 대성 다닌 친구들도 하나같이 하는 말이 도움 안 되었다고 합니다."

"학원이 얼마나 돈을 '착취'하는 줄 아십니까? 그걸 특강을 통해 해결하세요."

"재수생이 20점 올랐다고? 재수하게 유도하는 재수학원의 속셈이다. 속지 말자. 내 주위의 삼수, 재수생들 잘 봤다는 사람 한 명 없고 반이상이 점수 엄청 내려갔다는데. 재수생 줄어들까봐 학원에서 거짓말 하는 거다."

"저도 이 맘때 재수 생각했죠. 그래서 재수를 생각했죠. 근데요, 재수란거 말처럼 쉽지 않아요. 학원선생들은 100% 오른다고 하지만 운이 따라줘야 합니다."

"재수하는 1년동안 도대체 인간이 아니었어요. 학원 한 번 들어가면 학원 밖에 절대 못 나가고, 맨날 보는 얼굴 또 보고 또 보고 지겨운 생활에. 점수는 엿같이 안 오릅니다. 재수 섣불리 생각하지 마세요. 절대로요."

"왜 언론은 검증되지도 않은 학원가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는지... 괜히 재수하게 부추기고 있는 것다. 재수, 삼수, 신중하게 선택하세요."

#4. 서열화된 잣대로 모든 것을 재지 마라.

그리고 이번에 수험생들의 의견을 보면서 느꼈던 것이 정말 우리나라의 학벌서열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재수생 카페에 올라온 상당수의 글들이 "제 점수로 인서울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입니다.

그 질문들 중에 "지방대는 가능하겠네요."라는 답글이 있었어요. 그에 대해 사람들은 "은근히 싸가지 없네"라며 성토하곤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서울'과 '지방'의 대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짐작케하는 부분이지요.

우리나라는 중앙집중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어 지방에 대한 차별이 정말 심각하지요. 그래서 다들 서울로 가려 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위와같은 수험생들의 인식 또한 당연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사람은 그 사람의 인간성과 실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대학은 이제까지의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이 원했던 것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보고 있지요.

하지만, 지금처럼 학벌이 모든 것을 규정하는 사회에선 대학에서 공부할 필요성이 없게되지요. 높은 대학에 들어가면 그만큼 확보했기에 더이상의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낮은 대학에 들어가면 어차피 노력해봐야 제대로 평가해주지도 않는데 할 필요성이 없게 되는 것이고.

저는 이번에 시험을 본 수험생들이 '대학'이 아니라 '학과'를 보고 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높게 평가한다고 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정말 원하는' 대학의 학과로 갔으면 하구요.

그래서 이제껏 고생한 입시기계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마음껏 새로운 자신의 개성과 가능성을 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 또한 새로이 좋은 선생님이 되겠단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지요.

수험생분들께 열심히 공부한 만큼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하며 이만 글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주위의 언론이나 입시학원의 말에 끌려가지 마시고 이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수험생활 잘 마무리하셨으면 좋겠네요.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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