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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 검찰단이 현역 육군대장 등 군 고위장성들의 비리에 메스를 가하면서 군이 요동치고 있다. 이 때문에 군의 사정기능이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섞인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의 '사법'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는 '전시(戰時)'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기반한 군 사법제도 때문으로 평시에 '軍 비리'를 은폐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오마이뉴스>는 [특별기획-군 사법을 고발한다]를 통해 현행 군 사법체제의 불합리 실태를 고발하고 대안도 제시할 방침이다... 편집자 주

▲ 국방부 내 군사법원.
ⓒ 오마이뉴스 김병기

"①소속 : 육군본부 / 이름 : 강00 / 직책 : 준장 / 혐의 내용 : 업무상 군용물 횡령 / 사건내용 : 국군 00부대장으로 근무할 당시 대외기관으로부터 영달되는 지원금은 국고금에 준하여 집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입세출과 관련한 증빙서류 없이 1억2천만원을 횡령한 사실임. / 처분 : 불기소

②소속 : 육군본부 / 이름 : 임00 / 직책 : 사단장(소장) / 혐의내용 : 뇌물 수수 / 사건내용 : 0사단장으로 근무하며 직분을 이용, 출입 건설업자에게 예가 누설, 병력지원 등의 업무편의를 주고 부대행사시 위문금 명목으로 도합 40회에 걸쳐 4600만원을 수수한 사실임. / 처분 : 불기소

③소속 : 6사단 직할 / 이름 김00 / 직책 : 사단장(소장) / 혐의내용 : 성폭력 / 사건내용 : 0사단 사령부 장교로 근무중인 이00중위를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회식자리, 공관 및 집무실에서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임. / 처분 : 불기소

④소속 : 육군본부 / 이름 : 강00 / 직책 : 중장 / 혐의내용 : 뇌물수수 / 사건내용 : 00사관학교 학교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생도비품 납품과 관련하여 하도급자 최00으로부터 사양서와 다른 재질의 물건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하여 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500만원을 받았다는 최00의 민원 제기에 의하여 고발당함. / 처분 : (민간법원으로 이송) 불구속"


군 장성들은 '치외법권 지대'에 살고 있다

군 장성들은 대부분 '치외법권 지대'에서 살아왔다.

지난 91년부터 2002년까지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았던 군 장성 사법처리 결과의 일부를 발췌한 위의 기록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1억2천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군검찰은 기소조차 하지 못했고, 군납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중장을 옷만 벗긴 채 군사법정에도 세우지 못했다. 장성이 연루된 뇌물사건은 거의 기소유예로 종결된 것이다.

지난 10년여간 일부 군 장성의 범죄혐의 내용과 처리결과를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사법/징계처리된 장성 연루 사건

연도            피의자         범죄 혐의내용   처리기관                     처리결과
2000 준장(진) 이00 1천만원 뇌물수수 육군 내사종결(전역)
1999 중장 강00 5백만원 뇌물수수 육군 불구속/민간법원 이송
   " 소장 김00 2천만원 뇌물수수 육군 불구속/기소
   " 준장 김00 7백만원 뇌물수수 육군 기소유예/징계(근신 5일)
   " 소장 김00 2천만원 뇌물수수 국방부 구속/기소유예(전역)
   " 준장 임00 5백만원 뇌물수수 합참 기소유예, 견책/경고
1998 중장 박00 1억4천만원 횡령 국방부 구속/징역 2년, 집유 3년
   " 준장 하00 1700만원 뇌물수수 국방부 구속/징역 1년6월, 집유 3년
1993 준장 박00 1백만원 뇌물수수 육군 불구속/혐의없음
   " 소장 임00 4600만원 뇌물수수 육군 불구속/기소유예
1992 준장 김00 3백만원 뇌물수수 육군 불구속/기소유예
   " 준장 서00 1백만원 뇌물수수 육군 불구속/기소유예

ⓒ 김병기

이중 2000만원, 1700만원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00 소장과 하00 준장은 모두 비육사 출신이다. 육사 출신 중 유일하게 구속된 박00 중장은 군의 특정기관으로부터 소위 '찍힌' 경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장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난 2001년 12월29일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교육사령부의 이경원 준장을 전격 구속했다. 보통군사법원은 당시 "이 준장이 97년 6월경 대구에 있는 상호불상 식당에서 박00로부터 0군 사령부 공병부 황00에게 부탁하여 재투자비 예산을 철제관물함 납품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앞으로의 철제관물함 납품 등에 도움을 달라는 청탁을 받고 즉석에서 150만원을 받는 등 총 1450만원을 교부받아 그 직무에 관한 뇌물을 수수했다"면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준장은 구속된 지 20여일만인 2002년 1월16일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이 사건을 불기소하면서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피의자는 초범이고 35년간 군복무를 하면서 군발전에 기여한 바 크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당시 이 사건과 관련, 납품 정보를 업자에게 넘겨 군기 누설과 뇌물 혐의로 함께 구속된 군수처의 이00 준장 역시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이경원 준장은 전역 후 검찰에 재구속됐으며,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당초 혐의 이외에도 7천만원의 뇌물 수수 사실이 추가로 발각됐다. 군 장성의 비리를 감싸는 군사법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다.

군 장성 비리 감추기 위해 수사 과정에서부터 '외압'

▲ 고등군사법원 현판.
ⓒ 오마이뉴스 김병기
군사법정의 솜방망이 판결도 문제지만 군 장성의 '비리 감추기'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소위 계급사회라는 군의 특수성을 악용한 '외압'이 전형적인 방법이다.

지난 2003년 9월23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는 진급청탁 뇌물 비리로 구속됐던 한 육군 장성의 '진술 번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유봉조(당시 51. 준장) 육군본부 감찰차감의 항소심 공판에서 군판사와 군검찰관이 유씨를 심문하면서 헌병 조사과정에서 진급청탁을 위해 군 고위층에게 뇌물을 상납했다고 진술했다가 이를 번복한 이유를 물은 것이다.

유 준장이 1심 재판부로부터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추징금 4000만 원을 선고받은 뒤 이에 불복해 이뤄진 이날 항소심 공판에서 군검찰관은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지난 4월 9일 조사를 받으면서 김 중령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받고 군 고위층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는 데 이를 왜 번복했냐. 당시 진술 내역을 보면 한 장성 L씨에게 2002년 7월 골프채 470만 원짜리 줬고, 같은 해 4·5·6·8월에 각 200만 원씩, 7·9·10월에 300만 원씩 총 2170만 원을 줬다고 진술했고, 다른 장성 S씨에게 2002년 4월에서 10월 사이에 7번에 걸쳐 300만 원은 4회, 200만 원은 3회 등 총 1800만 원을 줬다고 말했다."

이날 국방부는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군 장성의 입에서 또다른 군 고위층에게 상납했다는 주장도 충격적이거니와 그가 진술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을 갖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돈 등을 합치면 전부 5000여만 원으로 김 중령으로부터 받은 돈과 대략 일치했기 때문이다.

유 소장이 당시 뇌물을 상납했다가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군 고위층 인사의 지시로 수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군 장성 수사가 어려운 것도 계급에 의한 상명하복의 구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 민간검찰에서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유 소장의 항소심은 기각됐고, 그는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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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지난 2002년 육군훈련소 조00 준장은 4000만원의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았으나, 아무런 처벌없이 군복만 벗는 것(전역)으로 마무리됐고, 지난해에도 횡령 등 개인비리 혐의를 받았던 김창해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준장 예편), 위성권 전 육군 법무감(준장 예편), 이정 전 국방부합동조사단장(소장 예편), 이길재 전 육군 헌병감(준장 예편) 등 4명의 장성에 대해 예편하는 것으로 사법처리를 생략했다. 국방부는 이것도 모자라 4명의 인사에 대해 명예전역조치를 검토하기도 했다. 비리 혐의 군 장성에 대한 국방부의 '지나친 예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군 장성의 비리 혐의에 대한 덮어두기식 수사와 재판으로 인해 법의 형평성도 크게 훼손되고 있다. 육군 종합정비창장이었던 이00 준장은 지난 2000년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불구속 처리됐다. 이 준장은 지난 98년 12월경부터 1달여간 부하로 근무하는 시설대장 황00 소령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200만원씩 도합 22회에 걸쳐 장교 근무평정 등을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68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군검찰은 이 준장을 기소유예하고 전역시키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반면 지난해 한미연합사에 근무했던 송00 상사는 사무실 운영비 카드를 지니고 다니면서 20여차례에 걸쳐 75만7000원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적발돼 군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그에게 공금 유용 등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68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군 장성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75만원을 유용한 상사는 사법처벌을 받은 것이다.

지난 2003년 사회 이목을 집중시켰던 국방부 근무지원단의 상납비리 사건도 당시 국방부내 대표적인 복지시설인 국방 회관 운영 비리와 관련해 현역 장성 4명 등 총 9명을 사법처리했다. 하지만 조영길 국방부장관이 관할관확인조치권 등을 발동해 형을 감경해준 뒤 기소유예와 무혐의 등으로 대부분 풀려났다. 현재 구속된 사람은 군 장성들에게 상납했던 군무원뿐이다. '군사법'은 군 장성에게만 유독 관대한 것이다.

이와관련 한 군판사는 "군검찰이 기소하는 데에서부터 군사법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심지어 군검찰이 항소하는 것도 지휘관 결재가 필요하다"면서 "결국 군장성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풀려나고 있는 것은 지휘관의 입김으로부터 군사법원이 독립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똥별은 결코 지지 않는다.' 군사법 기관에 관계하는 사람들에게서 회자되는 우스개다. 비리 혐의를 받고있더라도 군 장성은 대부분 사법처리를 면하거나, 전역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 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군 대장)에게 벌금형만 선고한 군사법정, 아니 군사법정의 판결을 좌우하는 군 수뇌부도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한 장성이 작성한 2장의 '청탁메모'
[대안] 군검찰권 독립·심판관 제도 폐지 시급

▲ 한 장성의 '청탁 메모'.

여기 두 장의 메모가 있다.

한 예비역 장성이 현직에 있을 당시 작성한 일종의 '청탁 메모'이다. 2001년에 작성된 두 장의 메모 중 한 장에는 '청탁'을 한 것으로 보이는 국회의원 최00 의원, 다른 한 장에는 예비역 장성 김00씨의 이름이 상단에 적시되어 있다. 이 메모는 군 수사기관 등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메모에 나와있는 김00 일병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전00 병장은 정식 재판을 받지도 않고 약식명령에 따라 경징계 처리됐다.

군검찰이 군고위층으로부터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따라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군검찰의 독립을 주장해왔다. 지난 11일 국가인권위가 주최한 '군사법제도 운영 및 인권침해 현황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서도 군검찰의 독립에 대해 논의됐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이계수 건국대 교수는 "사건 처리를 둘러싼 지휘관의 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군검찰이 조직적으로 독립될 것이 반드시 요청된다, 현재와 같이 수사권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군검찰권 행사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군검찰은 현재처럼 단위부대가 아니라 국방부에 직속하는 독립적인 군 검찰청 소속으로 하거나, 아니면 그 소속은 법무부로 하되 국방부에도 배속시켜 국방부장관의 직무명령에 따르게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군사법원법에는 '군검찰부가 설치되어 있는 부대의 장은 소관 군검찰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검찰관을 지휘감독한다'(제40조) '검찰관은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있어 당해 군검찰부가 설치되어 있는 부대의 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제238조 제3항)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군검찰은 피의자를 기소하거나, 영장 청구 뿐만 아니라 소환조차도 해당 지휘관의 재가를 받아야하는 실정이다.

이와관련 이 교수는 "각군 총장 및 부대장이 소속 검찰관에 대해 갖고 있는 지휘·감독권을 일반적 추상적 권한으로 국한시키고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판관 제도는 '지휘관 사법'

이날 토론회에서는 심판관제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심판관 제도란 법조인 자격이 없는 장교를 재판관으로 임명해 군판사들과 동등의 표를 행사해 판결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군사법원법상 보통군사법원의 재판관은 군판사 2인, 심판관 1인으로 구성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고등군사법원은 군판사 3인으로 구성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관할관이 지정한 사건의 경우 군판사 3인과 심판관 2인을 재판관으로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심판관들은 군판사들보다 계급이 높기 때문에 재판장으로 임명된다. 이같은 제도는 '군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지만 법의 잣대보다 '정실'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군 장성에 대한 군사법정에서의 솜방망이 판결 역시 심판관제도와 일맥상통한다.

송기춘 전북대 교수는 군사법원법상 심판관 제도를 예로 들며 "군의 특수성이란 전문성을 말하는 것인데, 법에 문외한인 장교들이 법률전문가는 아니다"면서 "참심제도를 원용한 것이라고는 하나 민주적인 절차로 구성되는 참심제도와는 달리 심판관은 일종의 '지휘관 사법'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군법무관 출신 이행규 변호사는 "군사재판에서 다뤄지는 '순정 군사범죄'는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군의 특수성을 반영하려는 심판관 제도의 취지는 거의 활용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면서 "군의 경험을 살리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법률지식이 없는 심판관이 재판장으로 활동하다 보면 잘못된 판결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심판관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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