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신 수정: 1일 오후 4시30분]
최병렬 "이번에 재의를 추진한다면 실패해서는 안돼"
조순형 "한나라당의 책임 크다...재의는 꼭 통과되어야"
조순형 민주당 신임대표가 1일 오전 11시 단식농성 엿새째인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찾았다. 조 대표는 최 대표에게 제1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최대한 빨리 단식농성을 풀고 국회 정상화에 나설 줄 것을 요청했다.
조 대표는 먼저 "민생현안이 산재해 있고 (측근비리) 특검이 해결되지 않고 표류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인 헌정위기"라며 "한나라당은 절대 과반수를 가진 제1당으로서 국회운영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대표는 "국회정상화문제에 대한 비난은 감수하겠다"고 밝힌 뒤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며 특검 거부 철회와 국정쇄신을 거듭 제기했다.
조 대표는 "특검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정상화가 필요하다"며 "과반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고, 최 대표는 "총무가 방향을 잘 잡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조 대표는 "특검문제와 관련 민주당은 특검 거부 철회를 당론으로 제기한 바 있다"며 "재의에 실패한다면 국회의 일관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재의는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도 "이번에 재의를 추진한다면 실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제가 4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는데 단식을 빨리 끝내라"며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으로 모시겠다"고 단식중인 최 대표를 위로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20여분간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특히 양당의 대변인이 한나라당 당사 3층에서 공동브리핑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최 대표와 조 대표의 비공개 대화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 (이하 조) (최병렬 대표가 일어나려고 하자) "일어서지 말라. 저와 연배가 비슷한데 하루 빨리 (단식을) 푸시고…. 제가 4당 대표회담을 제의했는데 빨리 단식을 끝내라.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으로 모시겠다. 아까 박관용 의장도 만났는데 박 의장도 4당 대표 초청하겠다며 빨리 (단식을) 거두시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이하 최) "내가 몇차례 측근비리는 특검으로 대선자금 수사는 검찰에서 하고 4당 대표회담이든 어떤 방식이든 마주 앉아서 국정을 어떻게 풀어갈지 대책을 논의하자고 했다."
조 "3권분립원칙에 따라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에 대해서는 3분의 2 이상 재의하도록 돼있다. 한나라당은 절대 과반수를 가진 제1당으로서 국회운영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고 (측근비리) 특검이 해결되지 않고 표류하는 것은 국가적인 헌정위기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특검 거부 철회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당론을 다시 확인해봐야겠지만 특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국민들도 최 대표의 단식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으니 적절한 시기에 단식을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 재신임 문제와 관련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몇달째 표류하고 있다. 사안 자체를 잘못 판단한 것이다. 끌려다닐 수 없다. 헌재도 위헌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 4당 대표 회담을 통해서 (재신임이) 철회하도록 해야 한다."
최 "말씀에 공감한다. 지난번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재신임 문제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서 재신임문제를 받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진상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헌재에 위헌 여부을 물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위헌문제를) 제기했고 이번의 헌재 판단은 사실상 위헌이라고 본다. 어제 방문한 문희상 비서실장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문 실장도 위헌이라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이 거두어 들여야 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정기국회 정상화 문제와 관련 민심을 잘 알고 있다. 오죽하면 국회를 팽겨치고 단식투쟁을 하고 있겠나. 이 문제에 대한 비난은 감수하겠다. 대통령이 측근비리를 덮고 가겠다는 것은 전혀 대통령답지 않다.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특검 거부를 철회하고 국정도 쇄신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TV에 나와서 경제가 잘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건 잘못된 것이다. 대통령이 상황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조 "맞다. 국회에 복귀해서 (국회)정상화를 하고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민주당도 당론이 있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
최 "민주당이 앞장서 달라."
조 "과반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 "당에 여러 의견이 있어서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겠다. 총무가 방향을 잘 잡을 것이다. 국민여론도 잘 알고 있다. 정치개혁은 시간을 다투는 문제기 때문에 총무단이 협상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조 "빠른 시일내에 해결되길 바란다. 4당 대표 회담에 참석할 수 있는 형편이 안되면 총무에게 전권을 위임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 달라. 미국은 3권분립에 따라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면 대통령은 권력의 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단순한 야당이 아니라 입법여당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책임이 크다."
최 "대통령이 특검 거부를 철회하고 수용하도록 계속 촉구하겠다."
조 "민주당도 마찬가지고 그게 안되면 새로 특검법안을 만들어서 재의결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 "이번 재의를 추진한다면 실패해서는 안된다. 노 대통령의 측근비리를 덮어두고 갈 수는 없다."
조 "재의에 실패한다면 국회의 일관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재의는 통과되어야 한다."
[제1신: 11월 30일 저녁 7시]
대화 복원 물꼬트기... 1일 조 대표 한나라당 방문-4당 총무 회담
지난 28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국회정상화와 특검법안 재의결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재의결 찬성론'을 내세운 조순형 민주당 대표체제가 출범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도 표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의결 추진을 위한 야당간 공조와 관련 한나라당의 발걸음이 한발 앞섰다. 이재오 사무총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민주당사를 전격 방문한 것. 물론 명분은 조순형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일(12월 1일) 조 대표가 단식농성중인 최병렬 대표를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한발짝 빠른 이 총장의 민주당 방문은 양당간 공조를 위한 물꼬트기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다가 내일부터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간 접촉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예정이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내일 4당 원내총무 회담을 주선해놓고 있다. 특히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는 재의결시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3당 총무회담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은 내일 오전 9시 30분에 의원총회를 열고 재의결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야 3당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철회하도록 요구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야 3당이 재의를 합의해서 통과시켜야 한다"며 "야 3당은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갖고 대립한다고 하더라도 노 대통령의 측근 비리에 대해서는 공조해야 한다"고 '야 3당 공조론'을 적극 내세웠다.
또한 한나라당을 향한 청와대의 대화복원 제스처도 눈길을 끈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은 30일 오전 8시 5일째 단식농성중인 최 대표를 방문해 4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문 실장은 이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최 대표에게 건강에 유의하시고 특히 환절기 건강에 유의하시라는 각별한 당부의 말씀이 있었다"고 노 대통령의 '각별한 안부인사'를 전하면서 야당과의 대화 복원이 절실함을 거듭 강조했다.
문 실장은 특히 "대통령도 대화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며 "언제든지 연락을 주면 대통령과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선하겠다"고 노 대통령과 최 대표의 회동을 주선하겠다는 듯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문 실장은 또 "야당이 도움을 주시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면서 "(측근비리) 특검에 대해 야당과 언제든지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정쇄신책도 마련중"이라고 말해 한나라당이 강경투쟁을 접고 국회정상화에 나설 경우 최 대표의 국정쇄신 요구도 일부 수용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재오 총장 동조단식 시작... 아직까지 여전히 '강경'
하지만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 대화 분위기나 재의결을 위한 야당간 공조 복원 움직임, 청와대의 대화복원 제스처 등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겉으로 "노 대통령이 특검 거부를 철회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 등 강경분위기가 여전하다.
최병렬 대표도 문희상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에게 특검 거부를 철회하도록 말씀드려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 실장은 "현실적으로 특검 거부 철회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 대표의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한 상황이다.
최 대표는 또 "노 대통령과의 회동을 주선하겠다"는 문 실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특검 거부 철회를 안하고 있는 마당에 지금 만나는 것이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측에 특검 거부 철회가 대화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내일부터 여야간 대화에 나서는 홍사덕 총무도 30일 "국정쇄신이 뒤따르지 않는 국회정상화는 우리의 요구에 훨씬 못 미친다"며 "대통령이 마지못해서라도 특검 거부를 철회해야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최 대표의 강경입장에 맞장구를 쳤다.
30일 오전 민주당을 전격 방문해 주목을 받았던 이재오 총장은 아예 '2단계 투쟁 돌입'을 외치며 동조절식에 이은 동조단식에 나섰다. 이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 거부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하고 안으로는 한나라당도 야당투쟁을 어떻게 하는지를 당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조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오늘 전달되는 깃발이 227개 지구당을 돌아 중앙당에 되돌아오는 날(12월 5일)까지 노 대통령이 특검 거부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3단계로 투쟁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그는 "재의결 추진은 총무단에서 협상할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남기면서도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의 요구는 재의결이 아니라 특검 거부 철회"라고 기존의 강경방침을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은 또 30일 오후 3시 당사 10층 대강당에서 '특검쟁취와 정치개혁을 위한 나라살리기 대장정' 출정식을 열고 당내 분위기를 다잡았다. 한나라당은 오는 12월 4일까지 전국 227개 지구당별로 '특검 쟁취' 깃발 릴레이 전달식과 함께 일일농성에 들어간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겉으론 강경분위기'도 야 3당 공조가 현실화되면 서서히 누그러질 것으로 보여 재의결 추진은 정치권의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149석)은 60석의 민주당과 10석의 자민련이 재의결 찬성을 '당론'으로 정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 | 한나라당이 여전히 강경한 이유 | | | | 한나라당이 특검법안 재의결과 관련 '양면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홍사덕 원내총무를 내세워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간 대화에 나서는 한편 최병렬 대표와 이재오 사무총장 등을 비롯한 지도부의 핵심인사들은 연일 특검 거부 철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
특히 한나라당이 '겉으론 강경분위기'을 보이고 있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물론 재의결을 위한 '확실한 요건'이 성숙될 때까지 정치권과 청와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도부의 강경투쟁을 통해 향후 한나라당 내부개혁을 위한 '군기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은 최 대표의 지적처럼 "영리한 사람"인 노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했을 때는 분명히 '숨겨진 카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이 최근 '5∼10명 의원 회유설'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 대표도 재의결을 요구한 노 대통령의 의도에 강한 의심을 품어 왔다. 그는 오늘도 문희상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했을 때는 이것이 재의결돼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또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강경투쟁을 통해 최 대표 체제를 확실하게 안착시켜 특검 거부 국면이 끝나면 내년 총선승리를 위한 내부개혁에 착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당내 소장파의 지원을 받고 있는 최 대표가 물갈이 등 인적 쇄신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목표 아래 특검 거부 국면을 강경하게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 대표나 이 총장이 '국정정상화'와 함께 '내부개혁'을 단식농성의 근거로 내세운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구영식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