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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세상에 웃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인간이 동물에 비해 우월한 이유도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벌려고 애쓰는 것도 결국 웃고 살기 위한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돈 버는 데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웃지 못하고 산다."

11일 세상을 떠난 개그맨 김형곤(49)이 숨지기 하루 전인 10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에 남긴 글이 네티즌 사이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김형곤은 미니홈피 '형곤생각' 코너에 '대한민국이 웃는 그날까지'란 제목의 글을 올려 웃음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히고, 웃음을 잃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방송사를 질책했다.

그는 "웃음은 우리에게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웃음 곁으로 자주 가야 한다. 드라마 주인공이 '오늘 죽네, 내일 죽네' 하는 걸 보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코미디나 시트콤 같은 걸 보며 웃는 사람들이 현명하다"고 말한 뒤 "친구를 만나도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해줄게' '새로운 조크 하나 가르쳐줄까'라며 즐겁게 해주는 엔도르핀이 팍팍 도는 사람을 만나라"고 조언했다.

특히 이 글에서 김형곤은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고 시청률에 의존한 현 방송 행태에 분노한다"며 방송사에 대한 불만을 강한 어조로 피력하기도 했다.

김형곤은 "나는 25년 동안 방송에 몸담아온 방송인이지만 우리나라 방송에 불만이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 그러나 밤 10~12시에 코미디나 시트콤 같은 밝고 즐거운 방송을 해주면 웃으며 잠들텐데, 현재 그 시간대엔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잠들기 전 강도, 강간, 사기꾼, 양아치, 패륜 등의 사건을 보며 잠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의 편안한 잠자리를 보장하라' '악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라'는 피켓을 들고 방송국 앞에서 일인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며 "10시대에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고정 편성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밤 10시 넘어서는 정치인들 얼굴이 절대 방송에 안 나오게 해야 한다"고 글을 맺었다.

이글 밑에는 현재 수십여 개의 애도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은 "웃고 살겠습니다. 앞으로 하실 일도 많으셨을텐데 마음이 짠하네요. 오후에 개그였다며 다시 TV에 나오시면 좋을텐데" "이 재미있는 글이 오늘 따라 너무 슬프게 들리네요" "하늘에서도 웃는 일만 있으시길. 고인이 이 세상에 주고간 많은 웃음에 행복했습니다" "진정한 개그계의 큰 별이 졌습니다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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