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떨기 꽃이 졌습니다
향기도, 우아한 자태도 없는
그러나 벌과 나비가 끊임없이 모여들었던
한 떨기 꽃이 시들었습니다
웃음꽃
여느 꽃이든 한번 열면
꽃봉오리를 닫아야함이
자연의 섭리요,
만물의 이치이건만
눈색 닮은 목련 백합 백국(白菊)과
부끄러운 듯 봉긋한 튤립 꽃은
오늘의 봉오리를 닫고
이듬해의 화사함을 기약하지만…
웃음꽃
당신은 그 어떤 것도 기약하지 않은 채
온전히 펴지도 않은 봉오리를
서둘러 닫아버렸습니다
이듬해, 그 이듬해, 그 그 이듬해 봄에도
웃음꽃
당신은 꽃망울을 준비하지 않겠지요
벌과 나비가 당신이 피워내는 꽃을 기다려도
고개를 떨꾼 채 묵묵부답이겠지요.
하지만 너무 많이 슬퍼하거나 그리워하진 않을게요
목련 백합 백국(白菊) 튤립은 향기와 자태로
벌과 나비를 꾀었지만
웃음꽃
당신은 무색 무미 무취라는 웃음의 꽃을 피워
수 많은 벌과 나비를 친구로 만들었으니까요.
간혹 무서운 벌과 독낙방이 독침과 독가루로 위협해도
구김 없이 웃음꽃을 피워냈던 당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웃음꽃
당신은 이제 꽃을 피워냈던 웃음을
땅 속에, 기억저편 레떼의 강가에
영원히 내려놓고 말았지만
웃음꽃
당신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꺾어진 꽃 그래서 애통의 눈물 쏟아내야 하는
웃음꽃 당신 앞에서조차 웃어야 하는 숙명이자 운명임을
웃음꽃 당신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간혹 무서운 벌과 독낙방이 독침과 독가루로 위협해도
구김 없이 웃음꽃을 피워냈던 당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대목은 8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를 풍자했던 고 김형곤 씨의 코미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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