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형곤씨는 남보다 앞서 코미디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훌륭한 개그맨이었고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참인간이었다. 그러하기에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듣고 동료 연예인들이나 네티즌의 추모 열기가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싸이월드에 있는 그의 미니홈피 '코메디언 김형곤의 홈피입니다'를 보면 그가 웃음전도사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엔돌핀코드에 웃음의 테크닉을 20가지 열거했는데 그중 1번이 '힘차게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라. 활기찬 하루가 펼쳐진다'이고 마지막 20번째가 '죽을 때도 웃어라. 천국의 문은 저절로 열리게 된다'고 써 있다.
죽음을 하루 앞둔 3월 10일 09시 07분에 고인은 대한민국이 웃는 그날까지_03에 '온 국민이 웃다가 잠들게 하라'는 글을 남기며 웃음전도사로서 웃음을 중요시하는 자신의 철학과 시청률에 의존하는 방송계를 비판했다. 글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세상에 웃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우월한 이유도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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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우리에게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웃음 곁으로 자주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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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돌핀이 팍팍 도는 그런 사람들만 만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 만날 때마다 스트레스를 주는 인간들을 만나느라 시간을 보내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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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잠자리에 들기 전 강도, 강간, 사기꾼, 양아치, 패륜, 불륜, 조폭, 살인 등등의 사건들을 보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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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대에는 코미디프로를 고정 편성해야 한다. 그래서 온 국민이 웃다 잠들게 해야 한다.
시체실에 세 구의 시체가 들어왔다. 그런데 시체가 모두 웃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검시관이 물었다.
"아니, 시체들이 왜 웃는 얼굴이오?"
"첫번째 시체는 1억 원짜리 복권에 당첨되서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입니다. 두번째도 심장마비 인데, 자기 자식이 1등 했다고 충격 받아서 죽은 사람입니다."
그러자 검시관이 물었다.
"세번째 사람은?"
"이 사람은 벼락을 맞았습니다."
"벼락을 맞는데 왜 웃지?"
"사진 찍는 줄 알고 그랬답니다."
심장마비사라는 자신의 죽음을 예고라도 하듯 글 끝에 생뚱맞게 써 있던 짤막한 한 편의 글이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유머였고, 그가 진정한 프로 코미디언이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확인시켜줬다.
더구나 1999년 3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 시신 기증을 등록했고, 유족들이 고인의 뜻을 기려 시신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훈훈한 정을 느낀다. 그러했기에 그가 사회나 사람들에게 그렇게 부르짖으며 바랐던 삶이 많았고, 스스로 웃음전도사를 자처할 수 있었다는 것을 떠나보낸 뒤에야 알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고인은 코미디에 대한 열정과 센스가 남달랐고, 좋은 일이라면 발벗고 앞장설 만큼 인간적이었던 코미디언으로 우리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의 글에 있는 것과 같이 죽을 때까지 웃음을 연구한 사람이니 천국의 문이 활짝 열렸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천국에서도 늘 웃음과 같이하길 바라면서 명복을 빈다.
덧붙이는 글 | kbs 코리아넷과 e-조은뉴스에 같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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