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고 김형곤씨는 영정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동료·선후배 개그맨들은 울고 있었다. 사람들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개그맨 70여명이 한곳에 모였지만 그들은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웃는 사람도 없었다.
지난 11일 숨진 개그맨 고 김형곤씨의 영결식이 13일 오전 7시 서울 일원동 삼성병원에서 열렸다. 이날 영결식에는 김미화·김한국·박준형·이경규·이용식·이홍렬씨 등 선후배 동료 개그맨 70여 명을 비롯, 지인 3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영결식에는 고인의 생전 활동 모습이 담긴 코미디 프로그램이 잠깐 상영되기도 했다. 후배 개그맨을 대표한 고별사에서 박준형씨는 "김형곤 선배의 모습을 보며 초등학교 때부터 개그맨의 꿈을 키웠다"며 "사망 하루 전에도 개그 뮤지컬을 하자고 제안할 정도로 열정적인 선배가 떠나 슬프다"고 울먹였다.
또 이용식씨는 "어떻게 저렇게 예쁜 아들을 두고 먼저 하늘로 갈 수가 있냐"며 "하늘나라에서 이주일·양종철과 함께 하고 싶은 코미디 많이 하길 바란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한국씨는 "일생을 쉼없는 정진을 해온 형곤아, 이왕 가시는 길 편히 가시게나, 그 곳에서도 여기에서처럼 열심히 사시게나, 믿고 보내드리겠네"라는 말을 고인에게 전했다.
영결식장 맨 앞자리에 앉은 아들 김도헌(13)군도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영국 유학 중이던 김군은 12일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영결식이 끝난 뒤에는 김상호씨 등 후배 개그맨 8명에 의해 관이 흰색 캐딜락으로 옮겨졌다. 이경규씨는 위패를 들었다.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이인제 국민중심당 의원이 영결식에 참석했다.
또한 이날 빈소에는 사회 각계 인사의 조화도 줄줄이 놓여졌다. 영정 사진 왼쪽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조화가 놓여져 있었고, 오른쪽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조화가 놓여졌다.
고 김형곤씨는 지난 99년 자민련 명예총재 특별보좌 역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이듬해인 2000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바 있다.
그의 영정과 유품은 후배 코미디언 양종철씨가 안장돼 있는 경기도 일산 청아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또 고인의 시신은 강남성모병원에 기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