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하청노조, 정문대치 4일째 '노-노대립 계속'

사측 묵묵부답...캐리어노조 "농성 풀라"

등록 2001.04.28 14:51수정 2001.04.3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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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하청노조(위원장 이경석)의 공장점거농성이 4일째를 맞고 있지만 캐리어측은 여전히 대화를 회피하고 있고 캐리어노조(위원장 이현석)와 관리직들이 정문을 사이에 두고 여전히 대치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전국금속연맹과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사태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캐리어노조가 "먼저 농성을 풀라"고 주장하고 있어 "답답한 현실"을 확인하고 있다.

계속되는 노-노 대립

ⓒ강성관
28일 새벽 1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캐리어 건물에는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정문 밖에서는 40여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천막과 모닥불을 지핀 도로위에 '대기'중이고 정문 안 사무실과 바리케이트 뒷 편에는 경비업체 경비원들과 캐리어 관리직, 노조원 20여명이 '대치'하고 있었다.

27일 오후부터 서울의 이랜드노동조합과 한라중공업사내하청노동조합 등 비정규직 노조들이 캐리어하청노조의 요청에 의해 '연대투쟁'을 위해 함께 했다.

하청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경 경찰청 헬리콥터가 상공을 비행하며 상황파악에 나섰고 공장 점거농성 중이던 하청노조 조직차장을 캐리어(주) '구사대'들이 끌고 가는 상황이 발생해 이들을 긴장시켰다.

이에 "공장점거농성 중인 노조간부들이 몸에 신나를 뿌리고 가스관을 작동하며 저항하는 등 위험한 일이 발생할 뻔 했다"는 송영진 하청노조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이렇듯 캐리어측은 점거농성 중인 노조원들에 대해 물리력을 동원해 압박하고 있다"며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판단해 비정규직 사업장 노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캐리어노조측과 하청노조의 접촉은 아직 없다. 다만 전 캐리어노조 간부, 민주노총 지역본부, 금속연맹 지역본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지원대책위'와 비공식적 접촉을 갖고 있다.


▲이들이 언제나 하청노동자들을 껴안을 수 있을까
ⓒ강성관
캐리어측이 하청노조와 대화할 의사가 전혀 없어 캐리어노조의 입장선회가 중요한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입장차이가 너무 커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화에 나선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캐리어 노조측은 '공권력 투입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공장농성을 풀고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하청노조측은 그럴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한 간부는 "결국 캐리어측으로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다"면서도 "회사측, 캐리어노조와 계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캐리어노조위원장에 대한 제명 요구할" 것

25일 밤 10시 80명의 하청노조원들이 공장점거농성을 들어가고 정문을 사이로 '구사대'와 맞선지 4일째. 27일 오후에 발생한 하청노조 조직차장을 구사대가 끌고 가는 돌발상황에서 정문진입을 한 차례 시도 했을 뿐이다. 대치하고 있는 두 노조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음은 송영진 하청노조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늦은 밤이다. 이렇게 대치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우자동차 사태 여론 때문에 공권력 투입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망이지만 그래도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또한 오늘과 같이 구사대들이 농성중인 노조원들을 잡아가는 등 관리직과 일부 노조원을 동원해 점거를 직접 진화에 나설 수도 있다. 하청노조의 파업이 미치는 파급효과 때문에 비난여론을 감수할 수 있다고 본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이다. 그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정문대치 4일째 40여명의 하청노조원들이 만약을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강성관
- 공장안 진입을 시도할 계획인가?
"우리가 들어간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캐리어노조가 우리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내준다면 모를까. 정문진입시도는 서로간에 감정만 악화시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사가 노리는 것을 우리 스스로 해주는 꼴이 될 것이다."

- 그러면 캐리어노조와는 대화를 하고 있는가?
"하청노조와는 전혀 접촉하지 않고 있다. 금속연맹과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입장차이가 커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캐리어노조측과 심각한 대립을 하고 있다.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
"기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먼저 캐리어노조의 입장변화를 바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이현석 원청 노조위원장에 대해 민주노총지역본부에 제명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갈등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회사를 뺏앗길 순 없다"

▲"우리회사를 지키기 위해" ⓒ 강성관
하청노조의 파업에 대해 '구사대'로 동원된 관리직 사무원, 캐리어노조원들 또한 정문 바리케이트 뒷편에서 하청노조를 주시하며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깔개를 이용해 바닥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하청노조원들의 파업과 공장점거농성에 대해 "우리 회사를 빼앗긴다는 데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다음은 한 캐리어노조원과의 대화다.

- 같은 노동자들인데 왜 이렇게 막아서고 있나?
"엄밀히 말해서 우리(캐리어노조) 회사는 캐리어(주)고 저 사람들은(하청노조)은 용역업체 직원이다. 회사가 다른데 말하려면 자기 회사에 대고 해야지. 왜? 남의 회사 공장을 점거하고 있느냐. 우리 회사를 뺏길 수는 없다."

- 회사 건물에 불이 많이 켜져 있다. 몇명이나 지키고 있는 것인가?
"몇 명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관리직 대부분과 우리 노조원들이 회사에서 밤을 새고 있다. 우리는 금속연맹 소속 노조이고 노조원도 800명이다. 아무튼 전부 집에도 못가고 여기에 나와 있다."

- 하청노조의 요구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느 정도 해야지. 그리고 모든 것을 대화로 해야지 저런 식으로 물리력을 동원해서 하면 안된다. 우리는 그것을 반대하기 때문에 회사를 지키려고 이렇게 막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떤 요구가 무리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 조업은 하고 있나?
"저 사람들이 예전부터 생산라인에 들어와 정상적인 조업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저렇게 공장을 점거하고 있어서 조업을 할 수가 없다. "

이렇듯 양 노조간의 인식과 입장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 비정규직, 이들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 강성관
대화에 직접 나서야 할 캐리어측은 관리직과 노조원을 동원해 노-노갈등을 조장하고 한편은 "최소한의 법 조항이라도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또 다른 편은 "우리 회사를 지켜야 한다"며 맞대응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일차적 열쇠를 가진 노-노대립이 어떤 방향으로 열쇠를 돌릴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캐리어하청노조는 전국 제조업체 중 단일 하청노조로는 최대규모의 노조로 공장점거농성까지 하고 있는 이들의 파업은 하청노조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광주지역 뿐아니라 하청기업을 가진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의 노조건설과 파업의 결과에 따라서는 하청노동자들의 노조설립과 단체협상 요구라는 연쇄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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