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캐리어공장, 폭력사태 발생

지역노동계 사태해결 나서... 농성 현장 긴장감 팽배

등록 2001.04.30 10:07수정 2001.04.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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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원 "폭행 당했다"

하청노조 최초의 파업인 캐리어하청노조(위원장 이경석)의 공장점거농성이 6일째를 맞이하는 가운데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던 중 실신한 한 노조원이 "경찰에게 폭행 당했다"고 주장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담장을 사이에 두고 하청노조원과 공장 안을 지키고 있던 관리직·일부 노조원 사이에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 경찰이 출동한뒤에야 사태가 진정됐다.

하청노조 사무국장은 "29일 새벽 공장을 지키던 (주)캐리어 관리직과 일부 노조원들이 제1공장을 점거농성중인 하청노조원들을 몰아내려고 해 우리도 후문을 통해 진입을 시도했다"며 "이 과정에서 한 노조원이 그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연행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광주 광산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던 하청노조원 한승륙(34) 씨는 구토를 하면서 실신해 조선대 병원에서 CT촬영을 하는 등 치료를 받고 있다.

▲충돌과정과 경찰연행 과정에서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시민의소리제공
민주노총에 따르면 한씨는 "관리직들과의 충돌과정에서 폭행당하고 경찰 연행과정에서 기동대차량 안에서 경찰 4명으로부터 머리에 헬멧이 씌워진 채 30여분 동안 심한 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또 "박병규 금속연맹지역본부장 등이 경찰서 면담과정에서 병원후송을 요구했지만 경찰측은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며 "충돌당시 구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의 한 관계자는 "확인결과 허벅지와 갈비뼈 부근에 쇠파이프로 맞은 흔적이 있다"며 "충돌과정과 연행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폭행'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하청노조 간부 5명 체포영장 발부, 캐리어노조원 1명 점거농성에 동참


80여명이 시작한 공장점거농성은 현재 8명만 남아있고 나머지 노조원들은 대기하고 있는 정문밖으로 나온 상태다. 하청노조는 "지난 27일 이경석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8명만 남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이경석 노조위원장, 김남권 교육선전부장, 김시영 조직차장, 고광상 회계감사, 김석 정책기획부장 등 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점거농성 중인 F1조립룸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경찰측은 대우자동차 폭력사태에 대한 비난여론이 아직 가시지 않았고 전국최초의 하청노조 파업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 등 노동계가 사태해결에 비상한 주목을 하고 있는 상황이여서 자칫 노동계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공권력 투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에 "사태해결을 위해 지역 노동계를 망라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청하고 사태해결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28일 저녁 캐리어노조원 김대희(31) 씨가 공장점거농성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19일 끝난 임단협 당시 '임단투선봉대장'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 여전히 대화회피...오늘 오후 2시 노동계 기자회견, 문제해결 나서

전면파업 4일만에 6개 용역업체들이 직장폐쇄 결정을 내리고 원청인 (주)캐리어는 "하청노조는 교섭대상 아니다"며 단체협약을 거부하며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 여기에 하청노조와 원청 캐리어노조 사이의 '대립'이 증폭되고 있어 긴장감만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동안 지역 노동계는 캐리어노조와 사측을 상대로 비공식적인 대화에 나섰지만 입장차이가 크다는 것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에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 전국금속연맹광주전남본부 등 비정규직 지역본부는 30일 오후2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연대투쟁을 확인하고 사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민주노총 김정배 미조직담당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청인 캐리어가 교섭에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고 29일에 있었던 하청노조원에 대한 폭행사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청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확대간부회의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사내 진입을 통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는 이현석 캐리어노조위원장에 대한 입장표명이 있을 예정이다.

한편 전국금속연맹 광주전남 지역본부(본부장 박병규)는 오는 5월 4일 (주)캐리어 정문 근처 사거리에서 연합 집회를 갖는 등 구체적 연대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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