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2월 1일 에바다정상화투쟁 5주년 기념행사

등록 2001.11.30 03:40수정 2001.11.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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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에바다비리재단 퇴진을 위한 철야농성단'이 생활중인 '해아래집'에서는 조촐한 파티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날은 다름 아닌 에바다 농성이 시작된 지 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96년, 11월 27일 새벽 5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일어선 에바다 농아원의 아이들, 재단비리 투쟁의 주역이었던 자랑스런 그 아이들이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되어, 대학에 다니고, 직장에 다니며 사회인으로서의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훌륭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바로 '해아래집'이 있었습니다. 해아래집은 단순히 비리재단퇴진투쟁의 전초기지였을 뿐 아니라, 농성중인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생활해온 청각장애인들의 대안적 공동체로서 자리매김을 해가고 있었습니다.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활동을 했던 선배로부터 해아래집에서 5주년을 기념해서 저녁식사에 초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약속시간은 7시, 하지만 나는 대학원 입학원서를 접수하고 가야 했기 때문에 성공회대에 들러 에바다 활동을 같이 했던, 지금은 성공회대 사회복지대학원에 다니는 친구 하나와 함께 늦게 해아래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지하철로 수원역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오산을 지나 하북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서 봉남리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시간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한 아저씨께서 우리의 대화를 들으셨는지 자기도 봉남리에 간다며 버스는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니 우리가 해아래집에 간다는 얘기에 자기도 장애인이라며 등록증까지 보여주시며 해아래집에 대한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그렇게 해아래집은 장애인들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의 관심으로 그 의미를 더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버스를 타고 봉남리까지 가서 마중 나오신 선생님의 차를 타고 해아래집에 도착한 시간은 9시 40분경, 그곳에서 반가운 농아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 몇 분, 선생님들, 그리고 그 동안 공대위에서 투쟁을 함께 해온 지역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의 낯익은 얼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며, 각자의 근황과 에바다의 현안들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고, 늦게 도착한 우리는 아이들과 부모님이 손수 준비했다는 푸짐한 음식을 배불리 먹어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담소 중인 사람들과 함께 12월 1일에 있을 '에바다정상화투쟁 5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첨부하겠습니다.

이후에 아이들과 함께 텔레비전 시청을 했는데, 각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달라서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여 민주적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세 팀으로 갈라져서 한 팀은 해아래집 마루에 있는 텔레비전, 한 팀은 남자방에 있는 텔레비전, 나머지는 해아래집 바로 건너편에 있는 권오일 선생님 댁의 텔레비전을 보기로 했습니다.


텔레비전 시청을 하는 동안 시민사회단체 사람들과 바쁜 일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고 해아래집 식구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전, 현직 대학생연대회의 친구들, 그리고 에바다의 역사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는 다큐-인의 박종필 씨만 남아 담소를 나누다가 모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재단측 아이들의 농성교사 출근 저지에 대한 영상기록을 담기 위해 박종필 씨가 먼저 에바다 학교로 가고 뒤 이어 여선생님들이, 마지막으로 권오일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출근하기 위해 에바다 학교로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여 뒤에 웬일인지 평소에는 출근을 막지 않던 여선생님들과 해아래집에서 생활하지 않는 농성교사들까지도 해아래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학교 앞에서 촬영을 저지하려는 농아원 직원들과 재단측 아이들이 교장선생님 일행을 막아섰고, 이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박종필 씨의 차 유리가 깨지는 등 소동이 있었고, 결국 출근해 있던 농성교사들까지 모두 몰아내 수업도 진행하지 못하고 쫓겨나야 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웃고 있으니 별로 속상해 보이지 않지?"하시며, 방으로 들어가시는 한 선생님의 모습에서 아직 에바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도 모르고 비리재단측의 폭력에 길들여진 아이들, 하지만 선생님들 스스로의 존재의 의미 그 자체인 아이들의 손에 의해 또 다시 교문 밖으로 밀려나와야 하는 그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최근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 최 씨 비리일가와 양봉애 씨가 농아원 직원들과 일부 아이들을 사주하여 지역 시민사회단체 사무실과 신임 이사장의 개인 치과병원 등에서 행패를 부리고, 교장선생님과 권오일선생님의 출근을 계속 저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그들의 마지막 발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기에 에바다 싸움은 여기서 멈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에바다와 그 외의 여러 장애인수용시설들에서 더욱 치열한 투쟁들을 해나가야 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이번 토요일 행사가 성과에 대한 단순한 자축이 아닌,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는 재충전의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에바다 정상화 투쟁 5주년 기념행사에 초대합니다!

《 에바다 정상화 투쟁 5주년 기념행사 》

■ 취지
투쟁에 함께 참여하였던 지역 노동조합, 민주,시민단체 동지들과, 그리고 투쟁의 일주체인 평택시민들과 함께 투쟁성과를 공유하고 에바다 정상화의 역사적 의의를 공유하고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한다.

■ 주최
평택에바다공대위, 에바다정상화를위한연대회의,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 일시·장소
2001. 12. 1(토) 평택역 광장 오후 3시 ~ 6시
(※ 오전 11시 ∼ 오후 3시 : 사진전, 대자보 전시)

■ 행사의 상
투쟁을 결의하는 무거운 자리가 아닌, 기간의 투쟁주체들과 지역주민들이 어우러져 막걸리와 떡을 들며 투쟁의 성과를 자축하는 자리

■ 프로그램
11:00 ∼ 15:00 사진전, 대자보 전시회
15:00 ∼ 15:30 간단한 집회(평택에바다공대위, 에바다정상화를위한연대회의,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인사)
15:30 ∼ 18:00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막걸리와 떡을 먹으며 각 단위별 소개, 인사, 결의

덧붙이는 글 | 김주현 기자는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소식지 자유공간의 객원기자로 활동중이며 장애인권투쟁과 관련한 여러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김주현 기자는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소식지 자유공간의 객원기자로 활동중이며 장애인권투쟁과 관련한 여러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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