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미군피해 사진전 열리던 날

국회에서 미군고압선 피해자 전동록 씨 사진전 열려

등록 2002.04.30 12:27수정 2002.05.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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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연구단체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는 모임'(대표 김원웅 의원), '주한미군고압선피해자 전동록 씨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가 공동으로 주최한 <미군고압선 감전피해자 전동록 사진전>이 29일 국회 의원회관 1층 로텐더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김원웅 의원이 공대위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것이다. 행사에는 현장사진연구소(소장 이용남)에서 촬영한 사진 40여 점이 전시되었다.

국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김준기 공대위 공동대표는 의원들에게 사진전의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전동록 씨가 당한 피해는 개인의 피해일 수 없고, 자국의 이익 때문에 남의 나라에 들어와 한국민을 이토록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데도 정부가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번 사진전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미군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불러올 수 있기를 바란다"며 국회에서 사진전을 여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는 김성호, 김태홍, 박종우, 이창복, 임종석, 장영달, 정범구 등 국회의원을 비롯해 전만규 위원장(매향리폭격장 폐쇄를 위한 주민대책위) 등이 참석하여, 더 이상 이러한 피해를 묵과할 수 없다는 데 한목소리를 높였다.

전시장을 지나가는 의원들 중엔 매우 당혹스러워하며 애써 사진을 외면하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정치적 부담감 때문인지 비록 방명록에 서명은 하지 않아도 전 씨의 처참한 사진 앞에 모두 할말을 잃은 표정들이었다.

국방위 소속 장영달(새천년 민주당) 의원은 전동록 씨의 피해에 관해 사전에 미처 알지 못했는지 사고가 미군기지 안에서 일어났는지 아니면 밖에서 일어났는지를 물었고, 이용남(현장사진연구소 소장) 씨가 "고압선이 나선이 아닌 피복선이기만 했어도 피해가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말하자 "전기줄이 피복이 없는 경우도 있냐"며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장 의원은 즉석에서 국회에 상주하는 국방부 소속 소장(軍)을 불러 국방부는 이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고, 국방부에서 꼭 알아달라는 부탁과 '향후 관련 자료들을 국방부에 보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한, 지난 부시 미 대통령 방문 당시 대북화해 정책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내는데 발의자로 나선 바 있는 김성호(민주당) 의원은 사진전을 둘러본 소감을 묻자 '끔찍하다. 주한미군이 국가안보상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주한미군으로 인해 국민의 신체와 재산에 피해를 입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국회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작년 말 경기도지역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되어 '미군고압선 피해자 전동록 씨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하철과 길거리에서 전동록 씨 문제를 호소할 때 대다수 시민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가 왜 나서지 않는냐. 정치인들이 나서야 되는 것 아니냐'며 분노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갖고 이후 적극적인 대응책을 다짐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공대위 김현경 사무처장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성금 6천만 원을 모아낼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서 이제야 정치인들이 이 사건을 접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늦은 감은 있지만, 국회에 주한미군은 사과하라는 현수막이 걸리고 그들로 인한 피해 사진이 걸린다는 게 예전 같으면 상상이나 했던 일이냐.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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