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우리부터라도 친해져서 지역감정 없어졌으면 좋겠어요"남옥주 (사진왼쪽) 양과 장운규 군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 남구에 살고 있는 장운규(16. 봉덕3동. 경복중 3)군과 남옥주(14. 대명5동. 대명여중 2)양은 이번 여름방학도 '색다른' 경험으로 시작했다.
대구 남구청과 광주 북구청에서 매회 방학 때마다 실시하고 있는 '영호남 청소년 홈스테이 교류' 행사에 참여해, 운규 군은 광주를 방문하고 옥주 양은 광주의 친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지난 99년부터 실시돼 6번째를 맞게 되는 '청소년 홈스테이 교류' 행사는 대구와 광주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각 지역을 번갈아가며 방문해 상대 지역의 문화와 생활관습을 익혀가는 행사. 이번 운규군과 옥주양이 참여한 2002년 하계 홈스테이 행사는 지난 25일부터 2박 3일 동안 대구와 광주지역 초·중등생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가 끝나고 사흘이 지난 30일 오후, 기자와 만난 운규군과 옥주양은 뜻밖의 인터뷰 요청에 쑥스러운 듯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광주지역의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재미있었던 일들이 생각나 웃음을 짓기도 했다.
사실 운규군과 옥주양이 홈스테이 교류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운규군은 광주 친구 박얀(16. 광주 문화중 3)군을 대구로 초대했었고, 옥주양은 유설향(15. 문산중 2)양을 만나기 위해 직접 광주를 찾은 경험이 있었다.
"처음에는 말로만 들어오던 광주가 어떤 곳인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홈스테이 행사에 참여하려고 신청했어요. 작년에 얀이를 처음 만날 때는 둘 다 서먹서먹해서 말도 못 붙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게임도 같이 하고 하다보니 금세 친해졌죠."
운규군은 특히 광주 친구들과 함께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을 소개했다.
"놀이공원에 친구들하고 같이 갔었는데 마침 비가 오지 뭐예요. 비를 맞으면서도 즐겁게 놀이기구 탔던 기억이 많이 나요."
옥주양은 생소했던 전라도 사투리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광주 친구들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 많았어요. 게다가 말투나 억양이 특이해서 그런 말이 나오면 아이들하고 같이 배꼽잡고 웃었던 일들이 재미있었어요."
처음 볼 땐 '서먹서먹', "하지만 친해지니깐 차이가 없어요"
운규군은 광주를 찾았을 때 처음으로 접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영상물을 보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광주에서 큰 일이 벌어졌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자세히는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에 광주에서 비디오를 보여주던데 충격적이었죠. 그렇게 심각한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거든요. 그 당시에 신문들이 광주문제를 보도한 것도 봤는데, 광주 사람들을 폭도라고 불렀다고 하데요.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광주 사람들이 훌륭했던 것 같아요. 왜 신문이나 이런데서 그렇게 했는지 이해를 잘 못 하겠어요."
운규군은 5·18묘역을 친구들과 직접 찾아 참배를 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한다. 광주를 찾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었던 소중한 체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