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 공원에서 만나는 '통일'

'2002 와룡골 시민학생 통일한마당'..."통일 참 쉽다"

등록 2002.08.05 13:04수정 2002.08.0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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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관련 전시물을 주민들이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통일관련 전시물을 주민들이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이젠 금강산도 멀기만 한 곳은 아니다. 남북을 오고가는 뱃길을 따라 하루, 이틀의 여유만 있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관광코스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통일'이라는 단어는 '일반'시민들에겐 낯설게 느껴진다. "왜?"

다양한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일상적인 통일관련 행사들이 부재한 탓도 요인 중에 하나로 집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을 단위 주민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한 문화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일 오후 6시부터 네 시간에 걸쳐 대구 달서구 와룡공원(이곡동)에서는 '2002 와룡골 시민학생 통일한마당'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역 주민과 대학생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각종 문화행사들이 공연됐다. 이번 통일한마당은 지역 시민단체인 '희망의 시민포럼'(공동대표 박지극)과 와룡공원 인근 대학인 계명대학교 인문대 학생회가 함께 주최한 행사로 시민과 학생들이 공동 주최가 된 셈.

가수 이정열의 초청공연
가수 이정열의 초청공연오마이뉴스 이승욱
인문대 학생회에서는 이미 2차례 같은 장소에서 시민학생 통일한마당을 열었지만, 통일관련 시민단체와 함께 준비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계명대 풍물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대학생들의 몸짓, 노래공연과 함께 대중가수인 이정열씨가 초청공연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씨는 이날 <일어나> <그대 고운 내사랑> 등을 불러 관중들의 호응을 받았다. 또 어린이 합창단 '아름나라'와 민중노래패 '한반도'가 춤과 공연판을 벌였다.

이날 대회사를 한 희망의 시민포럼 박지극 공동대표는 "우리 민족은 안타깝게 50년 동안 허리가 잘린 채 호랑이의 형상으로 남아있어야 했다"면서 "이제는 호랑이의 허리를 치료해 제대로 된 호랑이의 모습을 갖추게 하고 세계로 포효할 수 있는 통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휴전선은 우리의 손을 그어진 것이 아니라 강대국들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이젠 우리의 손으로 휴전선을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으레 통일관련 행사는 통일운동단체 회원들이 중심이 된다는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달리 통일에 대한 깊은 의식이 없는 이라도 집 대문을 열고 나서면 쉽게 통일을 접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이날 행사도 '통일 참 쉽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최측 역시 이 점에 대해 주목했다.

자리 깔고, 더위도 식히고, 통일행사도 구경하고.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통일행사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자리 깔고, 더위도 식히고, 통일행사도 구경하고.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통일행사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행사내용도 역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을 유도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희망의 시민포럼 김두현 사무국장은 "통일도 이젠 주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서 "통일과 관련해 시민들도 구경꾼이 아니라 작게라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기 위해 주력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앞서 소개한 노래공연 외에도 통일관련 문항에 대한 'OX퀴즈대회' '주민노래자랑' '통일박 터뜨리기'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갖추었다. 결국 '과격한'(?) 구호는 가능한 낮추며 통일이라는 단어는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

대학생들의 몸짓 공연
대학생들의 몸짓 공연오마이뉴스 이승욱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바람을 쐬려는 아주머니도, 얼큰하게 잔디밭에서 술 한잔 한 할아버지도,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달리는 어린 아이들도 함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공원. 그곳에서 열리는 여름밤의 열기를 식혀주는 통일행사는 마치 '마을잔치'를 연상케 했다.


김두현 사무국장은 "아직 일반시민들이 굳이 통일에 대한 의식을 중심에 놓고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동네 곳곳에서 쉽게 접하는 행사들을 자주 열다보면 통일운동도 일상화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통일관련 행사, 대중과 만나는 기술이 필요"
[잠깐 인터뷰] 와룡골 통일한마당에서 만난 가수 이정열씨

- 최근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경기인천 지역에 주로 방송되고 있는 교통방송국에서 한 프로그램의 코너를 맡고 있다. 4집 앨범 녹음은 약 40% 정도 마쳤다. 이 앨범은 8월 말 정도에 마무리되고 9월쯤에 선보일 것 같다."

- 통일관련 행사에도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아는데. 통일에 관한 생각이 궁금해진다.
"통일의 당위성은 이제 말할 필요가 없지 않나. 그래서 이런 (시민학생 통일한마당) 자리가 중요하다. 사실 학생이나 사회단체들에 의해 국가보안법 철폐의 논의가 무르익으면서 통일에 대한 열기도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낮은 곳에서는 펼쳐지지는 못한 것 같다. 통일도 일반시민들이 바라보는 시각에 포인트를 맞춰야 하지 않을까 한다."

- 오늘과 같은 통일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이런 행사들을 통해 성과가 많은 것 같나.
"가장 큰 성과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생활공간에서 통일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더 듣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일반 시민들의 경우에는 통일에 대한 의식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일관련 단체들도) '마을잔치'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아직 기술이라는 부분이 서투른 것도 있는 것 같다."

- 최근에 서해교전을 통해서도 위기감이 컸을 것 같은데.
"통일은 늘 막막하다. 누군가가 통일을 막고 있다면 그 힘보다 더 큰 힘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서해교전과 같은) 사건이 있긴 했지만 시민들이 대응하는 자세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 '가수 이정열' 하면 '생각'있는 가수로도 통하는데. 가수로서의 성공은 무엇인가.
"가수도 하나의 예술가이다. 생각이 개인주의 혹은 집단주의적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생각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나도 말보다는 음악이 대중들에게 들려줬을 때 함께 공감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그것이 가수로서 큰 성공이 아닐까."

- 곧 나올 4집 앨범은 어떤 노래들인가.
"미처 잘 챙기지 못했던 것을 해보고 싶었다. 애초에는 숨어있던 포크락 계열의 노래들을 중심으로 리메이크 하는 것으로 기획했다. 하지만 요즘 흐름이 리메이크로 대충해보자는 흐름도 있는 것 같아 4집에는 몇 곡만 리케이크곡으로 수록할 계획이다. 5집부터는 하고 싶었지만 감춰두고 있었던 곡으로 지금까지의 활동들 정리하는 마음으로 하고 싶다."

- 앞으로 통일관련 문화행사들이 많이 열릴 것인데.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나.
"통일운동도 이제는 상설화, 일상화 돼야 한다. 대중가요에서 흔히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듯이 통일도 생활적인 언어로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불려지도록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관련 행사에서도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대중들은 TV를 통해 최상급의 공연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 것을 극복하려면 우리들도 기술을 배우고 보여주는데 노력해야 한다."


'통일사진전'
'통일사진전'오마이뉴스 이승욱
한반도 기 아래에서 풍물패 공연
한반도 기 아래에서 풍물패 공연오마이뉴스 이승욱
어린이 합창단 '아름나라' 아이들
어린이 합창단 '아름나라' 아이들오마이뉴스 이승욱
마지막은 '통일 박 터뜨리기'로.
마지막은 '통일 박 터뜨리기'로.오마이뉴스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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