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집행부를 "투쟁과 파괴를 통해 목적만을 달성하는 선동원들에 불과"하다고 한 의료원 소식지석희열
한편 보건의료노조 차수련 위원장은 가톨릭중앙의료원측이 발행한 의료원 소식지에서 자신을 "폭력과 일터를 파괴할 목적으로 병원에 들어온 선동원"이라고 한 것과 관련 병원측을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이 문건에 대해 가톨릭중앙의료원 김현수 노무협력과장은 "자세히 확인해보지 않아 명백한 입장을 밝힐 처지는 아니지만 아마도 해석상의 잘못일 것"이라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노조측에 죄송한 일"이라며 홍보물 작성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보건의료노조 차수련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난 한양대병원 노조위원장 시절에도 몇 번 구속된 적이 있는데 이번이 몇 번째인가.
"89년 한양대병원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병원파업으로 처음 구속된 이후 노조생활 15년 동안 4번 구속되었다. 이번 체포영장 발부까지 합치면 다섯번째다."
- 여성의 몸으로 오랫동안 수배생활을 받으며 파업투쟁을 이끄는 게 힘들지 않나.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매일 결의를 다진다. 노조원들의 힘찬 결의를 보면 오히려 힘이 솟는다. 장기 파업투쟁으로 생계조차 어려운 노조원들도 많이 있다. 그들의 처지를 알고 있는 내가 어떻게 힘들다고 투정할 수 있겠는가."
- 파업참가 노조원들에 대한 생계대책이 있으면 말해달라.
"지난 7일 합동대의원대회에서 전국 4만3천 조합원들이 처음으로 파업 노조원들의 생계비를 위해 1만5천원씩 결의를 했다. 각 지부마다 바자회 등을 통한 수익금과 5만원권 채권 발행 및 파업 노조원들에 대하여 적립된 조합비 대여 등을 결의했다."
- 장기파업의 이유가 무엇인가.
"1차적인 책임은 노동부장관에게 있다. 노동부장관은 파업 하루 전인 지난 5월 22일 병원파업은 일부 간부중심의 불법파업 운운하며 법과 원칙대로 엄중 대처하겠다고 했다. 병원파업 장기화의 변죽만 울려놓고 아직 얼굴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사측의 고의적 불성실교섭과 장기파업 유도의 빌미를 제공하는 직권중재제도이다. 우리 헌법에는 국가기간사업에 한해 예외적으로 직권중재제도를 인정하고 있을 뿐 병원과 같은 필수공익사업에 대하여 직권중재제도를 인정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헌법에도 없는 규정을 하위법인 노동관계법이 규정하여 정상적인 노조활동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꼴이다.
그리고 체포영장 발부 등 노조에게만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하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더없이 관대한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이는 정부가 노골적으로 사측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 체포영장과 소환장을 발부받은 사람이 노조 집행부에 모두 몇 명인가.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사람이 본조(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및 부위원장을 포함하여 가톨릭중앙의료원 노조 12명, 경희의료원 노조 4명 등 23명이다. 출두요구서를 받은 사람은 이미 경찰조사를 받은 사람(58명)을 빼고도 현재 99명이다."
- 앞으로 투쟁일정에 대해 알려달라.
"벼랑끝 심정이다. 앞으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및 구조조정 등 사측의 노골적인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과 파괴 공작이 본격화될 것이다. 우리는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죽을 수는 있어도 사측에 승리의 월계관을 안겨줄 수는 없다. 내일(21일)부터 서울대교구 투쟁을 시작으로 보건의료노조 전 간부 상경 노숙투쟁 및 국회 앞 천막농성을 함께 전개해나갈 것이다."
- 대타협의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현재의 사용자측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 특히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경우 신부의 독선과 오만 방자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노조원들 대부분이 여성이며 가톨릭 신자인데도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여 노조원들을 탄압하는 것은 성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정체성을 이미 잃어버린 것이다. 성경말씀에 '법정에 가기 전에, 가는 길에도 서로 화해하라'고 했다. 자신들의 신자인 노조원들을 고소·고발하는, 일반인들도 하기 힘든 일을 성직자들은 너무도 태연하게 저지르고 있다. 가톨릭 성직자들은 지금까지 노조와의 교섭을 계속 거부해오면서 노조가 분리되기만을 기다려왔다. 파업 90일이 되도록 오늘 오후 3시에 면담에 들어간 것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세번째 면담이다. 더욱이 최고 책임자인 의료원장은 노조의 대화요구를 계속 거부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가 접점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 9월 국회 국정감사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본조 정책국에서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장기파업을 유도한 객관적인 정황 증거를 갖고 있다. 사용자측의 부당노동행위 및 노조 탄압 그리고 직권중재제도에 대한 문제점들을 국회가 집중적으로 파헤쳐주길 우리는 원한다. 국정감사기간 동안 본조 전 간부들이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할 것이다."
- 병원파업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과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보건의료노조는 당장이라도 환자들 곁으로 달려가 그들을 돌보고 싶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된 것에는 정부와 사용자측의 책임이 크다. 지금 사측은 병원협회 차원에서 공권력을 동원하여 노조 파괴를 위한 노조측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있다. 87년 노조 건설 이후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사회개혁과 인간적인 삶을 위한 투쟁에 늘 앞장서왔다. 제대로 된 사회건설을 위해 병원 노동자 전체가 한마음으로 단결하여 투쟁의 대열로 나서야 한다. 어차피 지금의 파업투쟁은 민주노총 차원의 싸움으로 확대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용자들의 횡포에 대해 전 조합원들이 함께 분노하고 싸워서 민주노조를 굳건히 지켜내고 끝내 이 지루한 싸움을 승리로 마감해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