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 지킴이들, 공사 막아내다

등록 2003.02.22 00:12수정 2003.02.22 11:06
0
원고료로 응원
a 포크레인으로부터 산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

포크레인으로부터 산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 ⓒ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

20일 오전 8시 성미산 배수지 건설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공사업체(효림종합건설 등 3개 하도급업체)와 서울시상수도본부 직원들 40여 명은 포크레인 두 대와 벌목을 위한 전기톱을 갖고 지난달 말 베어낸 나무 2400여 그루를 끌어내기 위해 성미산을 찾았으나, 이를 목격한 동네 주민들과 연락을 받고 달려온 70여명의 주민들에게 저지 당해 11시쯤 산을 내려갔다.

공사를 처음 목격한 주민의 제보에 달려온 성미산 지킴이들과 동네 어른신 10여명은 우선 밀려오는 포크레인의 삽 위에 올라가 앉고 바퀴 밑에 드러누워 포크레인의 진입을 맨몸으로 막아냈다. 그렇게 시간을 끄는 동안 비상연락망체계로 연락을 받은 주민 4-50 명이 30분내에 도착해 공사저지에 동참했다.

이들 중에는 스스로 자진하여 산을 지키려고 달려온 아이들도 10여 명 정도 있었다.

a 항의하는 주민들

항의하는 주민들 ⓒ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

성미산 약수터 근처 진입로 현장에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유재용 부장과 김광용 시설과장이 나와 있었는데, 특히 부장은 "다람쥐, 쥐새끼 한 마리도 없는 산"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삽시간에 모인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30여명의 공사관계자들은 흙받이 천을 깔고 빨간색의 공사 삼각대를 쳐놓았으며 작은 포크레인은 이미 산에 진입한 상태였고, 큰 규모의 포크레인은 도로변에 대기하고 있었다. 10시쯤에는 70여명의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공사강행에 항의하고 공사중지를 요구해 11시쯤에 모든 공사장비를 철수시켰다.

급히 연락을 받고 달려온 심재옥 서울시의회 의원은 "서울시 행정에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며 "행정이든, 정치든 사람이 살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 집행방안을 찾는 것이 임무인데, 주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자 하는 희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고, 효율성과 예산만이 있을 뿐"이라며 서울시의 일방행정을 비난했다.

신나라(11)와 신종호(10)의 엄마인 김혜장(43, 망원동)씨는 "포크레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깝깝했다"며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서울시에 대한 깊은 실망을 표시했다.


진입로에서 포크레인을 저지한 이홍표(30)씨도 "이제 전쟁 시작이군요"라며 웃었다.

a 서울시 상수도 본부의 유재룡 부장

서울시 상수도 본부의 유재룡 부장 ⓒ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

회사에 출근했다가 급히 연락을 받고 점심시간에 현장으로 달려온 이해준(40)씨도 "설마 설마 했는데 서울시에 대해 실망했다"며 "주민들이 반대하는 줄 뻔히 알고 있고 또 대책위와 공문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 국민세금 받아먹는 공무원이 할 짓인가"라며 분개하였다.


"앞으로 추가 공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서울시가 알아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우선 일차적으로 건설업자들을 막아낸 주민들은 오후 8시 긴급 주민회의를 열고 이후 일정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밤늦은 시간 귀가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