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 지키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환경 시장의 성미산 파괴는 이율배반"

마포구 주민들, 덕수궁 앞에서 항의집회 가져

등록 2003.02.04 15:22수정 2003.02.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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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덕수궁 앞에서 항의집회를 여는 주민들.

덕수궁 앞에서 항의집회를 여는 주민들. ⓒ 권박효원

4일 낮 12시 덕수궁 앞, 할아버지부터 어린이까지, 직장을 쉬고 나온 아버지부터 아기를 업고 나온 주부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마포구 주민들이 서울 도심으로 나왔다.

'성미산 지킴이'라고 쓰여진 초록색 스카프를 맨 주민 150명은 한 목소리로 성미산 기습 벌목공사에 항의하고 이명박 시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어른들의 산책터인 성미산은 마포구의 유일한 녹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중 일부는 이날 오전까지 성미산에서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농성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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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성미산 배수지 및 아파트 건설공사 계획이 알려지면서 자발적으로 주민모임을 조직해 싸워왔지만 설 연휴 동안 이루어진 기습공사를 막지 못했던 주민들은 산 정상에서 천막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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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성미산을 돌려주세요"

a 피켓을 들고 있는 아이들.

피켓을 들고 있는 아이들. ⓒ 권박효원

천막농성에 참가하고 있는 주민 변영태씨는 "예전에는 개발이 돼야 지역이 발전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환경을 파괴하는 건설은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청계천을 복원한다던 이명박 서울시장이 성미산을 파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점심도 거르고 거리로 나온 '재원이 아빠' 최은영 우리어린이집 이사장는 "성미산이 사라지면 마포구 주민들은 1시간 이상 차를 타야 흙을 밟을 수 있다"며 "지방자치시대에 동네 뒷산 하나 지키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서울시는 각성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5살 우진이 엄마 박부희씨 역시 "달팽이와 다람쥐같은 동물이 살아 있는 성미산은 공동육아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나들이 코스"라며 "약한 우리들은 기습 공사를 막을 수 없었다. 서울시장이 우선 얘기라도 들어줬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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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성미산 바로 아래 위치한 성서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소재희군에게 성미산은 정겨운 놀이터다. 이제 공사가 시작되면 몇 년간 소음과 먼지 속에서 학교를 다녀야 할 소군은 서울시청을 향해 "성미산을 지켜주세요. 성미산을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울시청으로 이동하자마자 전경이 대열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찬 길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일방적 행정 주민무시 서울시는 각오하라'며 구호를 외쳤지만 어린이와 노인이 다수 포함된 주민들의 대열이 전경의 벽을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오후 1시경 주민들은 "이번주까지 면담 요청에 대한 답변이 없으면 다시 항의방문을 하겠다"며 다시 성미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민들은 2월 8일 성미산 주민 촛불행사와 15일 대보름맞이 행사 등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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