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동의 없이 성미산 배수지공사 강행

서울 상수도 본부

등록 2003.01.29 22:34수정 2003.02.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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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9일 새벽 건설회사에 의해 잘려나간 성미산 정상

29일 새벽 건설회사에 의해 잘려나간 성미산 정상 ⓒ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모임 제공

오늘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수요일 새벽 추워진 날씨로 등산객이 없는 틈을 타서 서울시 상수도 본부는 마포의 유일한 허파역할을 해오던 성미산의 나무를 베어내었다.

하루 1천 명의 주민이 이용하던 마포의 유일한 생태산림이 서울시의 일방적인 행정결정에 의해 사라지려 하고 있다.

성미산 정상 9000평을 메우고 있던 10-20여 미터가 넘는 30년 이상 된 수목 약 1000 그루가 날카로운 전기톱날에 베어졌다. 29일 오전 10시경 현장에는 2002년 11월 서울시로부터 배수지 공사입찰을 따낸 효림종합건설 노무자 30여명이 나무를 잘라내고 있었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주민들의 저항을 막기 위해 경비용역업체인 백송산업계발 직원들과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나와 벌목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a 29일 새벽 건설회사에 의해 잘려나간 성미산 정상

29일 새벽 건설회사에 의해 잘려나간 성미산 정상 ⓒ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모임' 제공

추운 날씨에 운동을 나왔다 벌목작업을 발견한 주민 3-4명과 '성미산 개발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성개위') 소속 회원 2명이 지역주민들의 동의없이 몰래 진행되는 벌목작업에 거세게 항의했고 용역업체 직원들은 스크럼을 짜고 주민들의 진입을 막았다.

오전 11시가 되자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성개위' 소속 회원 30여명이 연락을 받고 현장에 모였고 이미 성미산 정상의 3분의 1을 허허 벌판으로 만든 건설업체에 항의했다. 11시 30분 경 직원들은 1차 작업이 종료되었다며 산을 내려갔다.

서울시는 지난 1997년 성미산 정상부에 배수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학교법인 한양재단은 배수로 공사로 산이 파괴되면 그 남쪽부지에 420세대 가량의 아파트를 건설하겠다고 제안했었다. 2001년 7월 처음 성미산 배수지 건설계획을 접한 주민들은 자치적으로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이하 '성지연')를 만들고 이후 두 달 동안 2만명의 반대서명을 받아냈다. 작년 11월 '성지연'는 서울시 환경관리과에 <성미산 생태공원 제안서>를 제출하고 시장과의 면담을 신청했으나 이후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a 29일 새벽 건설회사에 의해 잘려나간 성미산 정상

29일 새벽 건설회사에 의해 잘려나간 성미산 정상 ⓒ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모임' 제공

'성지연'는 올해 초부터 다른 21개 지역주민단체들과 연계하여 '성미산 개발저지를 위한 주민연대모임'을 만들고 지난 주 토요일 첫 주민홍보행사를 마친 참이었다.


마포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5번째로 공원 면적률이 낮은 지역이며, 성미산은 그런 마포구에서 유일하게 실질적인 도시환경정화기능을 갖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공간으로 또 지역주민들의 산림 휴양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성미산에는 현재 천연기념물인 소쩍새와 붉은배새매 2종, 서울시 보호종인 꾀꼬리, 박새, 오색딱다구리 3종 등, 철새3종, 텃새6종 정도가 서식하고, 식물로는 목본식믈 33종 초본식물 60종 합계 93종이 서식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모임 www.sungmisan.wo.to

덧붙이는 글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모임 www.sungmisan.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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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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