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에 새 친구들이 생겼어요"

성미산 숲속학교- '개나리 빨대와 억새 활쏘기'

등록 2003.07.21 18:36수정 2003.08.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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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토요일 오후 2시, 성미산에는 스무 번째 숲속학교가 열렸다. 이번 숲속학교에는 낯익은 벼리, 주학, 은산, 제민이 대신 새로운 동네 친구들이 모였다. 손혜인(성서초 2), 손혜진(성서초 1), 손안나(6살) 자매와 면목동에서 숲속학교에 참가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온 지예은(면동초 4)과 지한나(면동초 2) 자매이다.

숲속학교는 지난 주부터 '산위에서 부는 바람 (농성텐트가 있던 산 정상을 어린이집 아이들이 부르는 이름)'에서 모여 시작하고 있다. 선생님과 아이들을 찾아 산 정상으로 올라가니 해기 선생님이 아까시 줄기로 아이들의 머리를 곱게 말아 묶어주고 계신다. 곱고 윤기나는 아이들의 머리위에 아까시 줄기가 예쁘게 꽈리를 틀었다.

"선생님, 목 말라요."
제일 나이 어린 안나다.
"그래 우리 함께 약수터로 가자."

약수터로 내려가는 길에 선생님은 길 옆으로 난 덩굴의 줄기를 잘라주셨다.

"애들아, 이것 봐. 이 안이 비어 있지?"
"네."
"입으로 불어봐. 불어지니?"
"네."

"이게 무슨 나무일까?"
"..."
"봄이 왔다고 제일 먼저 알려주는 것."
"레몬."
엉뚱한 안나의 대답에 선생님도 아이들도 웃는다.

"진달래 꽃."
"아니, 그것 말고."
"개나리꽃."
"그래, 개나리야."


"우리 이따가 약수터에서 이 개나리 빨대로 물을 먹어보자."
"네."

아이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작은 바가지에 담긴 물을 개나리 빨대로 먹느라 정신이 없다.


"어때? 맛있어?"
"네."
"나도, 나도."

안나도, 한나도, 혜진이도, 예은이도, 혜인이도 모두 맛있다고 바가지에서 머리를 떼지 못한다.
"선생님도 드셔 보세요."
개나리 줄기를 통해 빨아마신 물맛이 향긋하다.

올라오는 길에 바위 위에 서서 억새활을 쏘았다. 억새 잎의 굵은 가운데 줄기를 한 치(손가락 마디 하나의 길이)만큼 남기고 양잎을 밑으로 내려 잡은 후, 다른 손 검지로 나머지 부분을 순간적으로 밀어 줄기가 활처럼 앞으로 나가게 하는 놀이이다.

갑자기 새 울음 소리가 들렸다.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저기다."

"우리 새에게 풀피리로 답을 해 주자."
선생님을 따라 아이들이 억새풀 조각을 잎에 대고 열심히 피리를 분다.

산길을 따라 걸으며 우리는 오이풀 냄새도 맡고, 익모초의 쓴 맛도 보고, 예쁜 아기 송충이도 구경하고, 길에 나온 지렁이를 나뭇가지로 들어 풀속에 넣어주기도 하고, 달팽이를 관찰하기도 했다.

아이들 머리에 감아 주었던 아까시 줄기를 풀으니, 아이들 머리가 고불고불하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산위에서 부는 바람'에다 깔개를 펴고 오늘 재미있었던 일을 그림으로 그렸다. 바위 위에서 억새활을 쏜 것이 인상깊었던 혜인과 한나, 산 정상에서 비둘기에게 빵조각을 준 것이 기억에 남은 혜진, 언니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것이 즐거웠던 안나와 야외로 나와 맑은 하늘을 본 것이 좋았던 예인, 오늘 하루 성미산에 대한 기억이 그림 속에 묻어 있다.

아이들은 성미산의 지렁이와 달팽이, 예쁜 송충이를 기억할 것이고, 억새 활쏘기, 개나리 빨대를 기억할 것이다. 성미산과 아이들은 이제 서로 소중한 친구를 얻은 셈이다.

a 선생님이 개나리 빨대를 만들어 주고 계십니다.

선생님이 개나리 빨대를 만들어 주고 계십니다. ⓒ 전민성


a 개나리 빨대로 약수물을 마시고 있는 아이들

개나리 빨대로 약수물을 마시고 있는 아이들 ⓒ 전민성


a '억새활 날리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억새활 날리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전민성


a 안나의 활이 앞으로 쭉 나갑니다.

안나의 활이 앞으로 쭉 나갑니다. ⓒ 전민성


a 산에서 나는 익모초랍니다.

산에서 나는 익모초랍니다. ⓒ 전민성


a 약수터 입구에서 혜진이가 발견한 달팽이 입니다.

약수터 입구에서 혜진이가 발견한 달팽이 입니다. ⓒ 전민성


a 약수터 입구에서 만난 예쁜 새끼 송충이 입니다.

약수터 입구에서 만난 예쁜 새끼 송충이 입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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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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