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상수도본부, '수방대책' 명목 공사 시도

신동우 본부장, 포크레인 내리기로 약속

등록 2003.05.23 18:03수정 2003.05.2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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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포크레인이 올라온 골프장 쪽 골짜기

포크레인이 올라온 골프장 쪽 골짜기 ⓒ 전민성

23일 오전 8시 서울시 상수도본부는 등산객이 뜸해진 틈을 타서 마포구 성미산에 포크레인 한 대를 몰고 올라왔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성미산 개발저지 대책위(이하 '대책위')와 주민들은 포크레인을 놓고 공사업체 직원들과 두 시간 가량 실랑이를 벌였고, 공사업체 관계자는 포크레인이 올라오며 만들어 놓은 흔적들을 복구했다.

상수도본부 측은 '수방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장비를 동원한 나무 치우기 작업을 하겠다'는 일방적인 공문을 4월말에 보냈고, 대책위는 전문가와 함께 5월 2일 현장 답사에 참여했으나, '잘려진 나무들이 수방대책에 도움이 되니 치우지 말고 그대로 놔두라'는 전문가의 진단을 무시하고 상수도 본부측은 다음 날부터 2주 동안 인부들을 동원해 넘어져 있는 나무들을 자르고 끌어 내려왔다.

오전 10시쯤, 주민 십여 명은 서대문구 서소문로에 위치한 상수도 사업본부를 찾아가 신동우 본부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신 부장은 사무실 안에 있으면서도 나와 보지도 않아, 주민들을 두 시간 동안이나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 이 과정에서 상수도 사업본부 측 관계자들은 본부를 찾은 주민들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12시가 다 될 무렵,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어 지자, 신동우 본부장은 주민들과 대화하겠다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고 옆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신 본부장은 이 자리에 동석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게 반말을 하는 등 거만한 태도로 일관했고, '사진은 찍으면 어디에 쓸지 내가 통제가 안 되니까 사진찍지 말라'며 보도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a 오전 8시 반, 산 정상에 올라온 포크레인

오전 8시 반, 산 정상에 올라온 포크레인 ⓒ 전민성

그는 계속해서 '협상'을 하자는 명목으로 기자를 제외한 주민 대표 2명만을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갔고, 일부 지역만 주민들의 협조로 나무를 쌓는 것을 전제로 포크레인을 치울 것을 대표들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미산 개발저지 대책위는 상수도 사업 본부와 함께 지난 주 토요일 경성중고등학교 강당에서 7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산배수지 건설에 대한 첫 공청회를 가졌으며, 공청회가 끝난 지 일주일도 못 되어 상수도 본부는 또 다시 '수방대책'이라는 명목으로 공사를 시도한 것이다.

대책위는 첫 공청회 이후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신동우 상수도 사업 본부장과의 면담을 이번 주 화요일에 공문으로 신청해 놓은 상태였으며,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주민들과 함께 하는 '성미산 마을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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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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