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 지킴이, 시장과 면담하다

등록 2003.03.14 20:34수정 2003.03.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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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하철 내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즉석 면담을 갖는 성미산 인근지역 주민들.

지하철 내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즉석 면담을 갖는 성미산 인근지역 주민들. ⓒ 전민성

14일 오전 7시 20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동 한성대 입구를 출발하여 시청으로 출근 중이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1호선으로 갈아타는 동대문 환승역에서 대기 중이던 성미산 지킴이 7명과 마주쳤다.

성미산 지킴이들은 동대문역에서 시청까지 4개역 7여분 동안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어제 성미산에 일어난 용역업체 직원들의 주민폭력 사실을 알리고, 용역업체의 즉각철수와 성산 배수지 건설 일시중단, 전문가, 환경단체, 주민을 포함한 검토기구 구성, 이후 시장과의 정식면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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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 문제를 알지 못했다고 밝힌 시장은 "현재 배수지 공사를 강행하려는 상수도본부와 주민들이 충돌하여 많은 주민들이 부상 당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에 "주민들이 반대하면 못하게 해야지. 내가 구청장에게 연락해서 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성미산은 산소통이구요, 종합병원이예요' '재검토 2년동안 요구했어요' '까치야, 나무야 미안해' 등의 글귀와 그림 등이 그려진 초록색 천을 펼쳐 든 성미산 지킴이들에게 시장은 "어느 동에 사세요?" 라고 물었고, 지킴이들은 '성산동에 산다'고 대답했다.

a 이명박 시장이 시청역 플랫폼을 빠져나가자 시청 앞으로 따라가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성미산 배수지 공사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성미산 주민들과 어린이들.

이명박 시장이 시청역 플랫폼을 빠져나가자 시청 앞으로 따라가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성미산 배수지 공사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성미산 주민들과 어린이들. ⓒ 전민성

시장은 계속해서 꼬마 성미산 지킴이로 시장 면담을 위해 나온 주재현(성서초 6)군에게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지. 너 여기 왜 왔는 줄 아니?"라고 물었고, 주군은 "성미산을 지키려구요"라고 대답했다.

성미산 지킴이들은 그 동안 서울시 상수도 본부가 감사원에 보내온 협의동의 공문(2001. 11)과 성미산의 이전 모습과 올해 1월 벌목 이후의 사진들, 그리고 '성산배수지 재검토 요청 자료집'등 그간의 자료들을 모은 A4 크기의 파일을 시장에게 건넸다.

다음 주안에 정식면담을 요청하는 지킴이들에게 시장은 검토한 후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청역에 도착하여 개찰구를 빠져나온 성미산 지킴이들은 시청을 향하는 시장에게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호소를 했다.


"성미산을 살려주세요, 시장님."
"성미산을 살려주세요, 시장님."

성미산에 2.5만 톤 규모의 배수지 공사를 계획하고 있는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올 1월 29일 용역업체 직원 30여명과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을 데리고 6000 여 평의 땅에 자라던 20-30년 생 수목 2400 그루를 잘라냈다. 지난 주 8일에는 12일까지 천막을 철거할 것을 통보한 후, 13일인 어제 100여명의 용역직원들과 포크레인을 앞세우고 임산부, 어린아이, 여자들을 포함한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끌어내렸고 그 과정에서 주민 10여명이 중경상을 입어 병원에 급히 호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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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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