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강행 서울시는 깡패인가"

[현장] 성미산 농성 주민들, 몸싸움 중 폭행 당해

등록 2003.03.12 17:05수정 2003.03.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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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사진: 강이종행/ 권박효원/ 전민성 기자]

a 지하철 내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즉석 면담을 갖는 성미산 인근지역 주민들.

지하철 내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즉석 면담을 갖는 성미산 인근지역 주민들. ⓒ 전민성

<5신: 14일 오후 1시>

성미산 지킴이, 시장과 면담하다


a 이명박 시장이 시청역 플랫폼을 빠져나가자 시청 앞으로 따라가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성미산 배수지 공사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성미산 주민들과 어린이들.

이명박 시장이 시청역 플랫폼을 빠져나가자 시청 앞으로 따라가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성미산 배수지 공사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성미산 주민들과 어린이들. ⓒ 전민성

14일 오전 7시 20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동 한성대 입구를 출발하여 시청으로 출근 중이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1호선으로 갈아타는 동대문 환승역에서 대기 중이던 성미산 지킴이 7명과 마주쳤다.

성미산 지킴이들은 동대문역에서 시청까지 4개역 7여분 동안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어제 성미산에 일어난 용역업체 직원들의 주민폭력 사실을 알리고, 용역업체의 즉각철수와 성산 배수지 건설 일시중단, 전문가, 환경단체, 주민을 포함한 검토기구 구성, 이후 시장과의 정식면담을 요청했다.

성미산 문제를 알지 못했다고 답변한 시장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2만명의 반대 서명을 받았습니다"라는 말에 "주민들이 반대하면 못하게 해야지. 내가 구청장에게 연락해서 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성미산은 산소통이구요, 종합병원이예요' '재검토 2년동안 요구했어요' '까치야, 나무야 미안해' 등의 글귀와 그림 등이 그려진 초록색 천을 펼쳐 든 성미산 지킴이들에게 시장은 "어느 동에 사세요?" 라고 물었고, 지킴이들은 '성산동에 산다'고 대답했다.


시장은 계속해서 꼬마 성미산 지킴이로 시장 면담을 위해 나온 주재현(성서초 6)군에게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지. 너 여기 왜 왔는 줄 아니?"라고 물었고, 주군은 "성미산을 지키려구요"라고 대답했다.

성미산 지킴이들은 그 동안 서울시 상수도 본부가 감사원에 보내온 협의동의 공문(2001. 11)과 성미산의 이전 모습과 올해 1월 벌목 이후의 사진들, 그리고 '성산배수지 재검토 요청 자료집'등 그간의 자료들을 모은 A4 크기의 파일을 시장에게 건넸다.


다음 주안에 정식면담을 요청하는 지킴이들에게 시장은 검토한 후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청역에 도착하여 개찰구를 빠져나온 성미산 지킴이들은 시청을 향하는 시장에게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호소를 했다.

"성미산을 살려주세요, 시장님."
"성미산을 살려주세요, 시장님."

성미산에 2.5만 톤 규모의 배수지 공사를 계획하고 있는 상수도 사업본부는 올 1월 29일 용역업체 직원 30여명과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을 데리고 6000여 평의 땅에 자라던 2-30년 생 수목 2400그루를 잘라냈고 지난 주 8일 공사를 강행하겠다며 12일까지 천막을 철거할 것을 통보한 후, 13일인 어제 100여명의 용역직원들과 포크레인을 앞세우고 산을 지키려고 달려온 임산부, 어린아이, 여자들을 포함한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주민 10여명이 중경상을 입어 병원에 급히 호송되었다.

a 주민들이 포크레인 앞 철근에 올라가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

주민들이 포크레인 앞 철근에 올라가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 ⓒ 전민성

성미산 주민 폭행현장1 <오전상황> / 송덕호PD

성미산 주민 폭행현장2 <오후상황> / 복진오PD

<4신: 13일 오후 4시>

성미산 주민, 용역업체 직원과 몸싸움 중 부상당해 오른팔 마비증상


성미산 배수지 공사를 강행하려는 용역업체 직원과 이를 저지하는 성미산 주민의 몸싸움 과정에서 또다시 부상자가 발생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이날 오후 3시40분경 몸싸움 과정에서 주민 손민규(35세)씨를 거칠게 밀어내면서 손씨는 머리를 땅에 부딪쳤고, 곧바로 구급차로 이대목동병원에 후송됐다.

손씨는 현재 오른쪽 팔 마비 증상과 이명현상, 심한 두통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용역측은 오후 내내 관광버스를 타고 성미산 약수터와 성서초등학교 쪽 양방향을 이동하며 성미산 진입을 시도했고, 오후 4시 현재도 주민과의 크고작은 몸싸움을 계속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용역업체 측은 아직 성미산 배수지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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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13일 오후 2시>

서울시, 용역 동원해 성미산 공사강행
주민들, "맨몸으로 막겠다"며 정면대치


서울시는 13일 오전 7시 성미산 배수지 공사를 강행했다. 지난 12일 마포구 주민들이 나서서 "맨몸으로 포크레인을 막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서울시는 용역 공사업체 직원을 동원해 농성 천막 철거를 시도하다가 주민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고, 급기야 주민 늑골 골절, 머리 부상 등으로 인근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a 정가은(7세)양은 "용역 아저씨가 무섭게 소리질렀다"며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해 계속 눈물을 흘렸다.

정가은(7세)양은 "용역 아저씨가 무섭게 소리질렀다"며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해 계속 눈물을 흘렸다. ⓒ 권박효원

현재 주민들은 자동차 등 개인차량을 주차시켜 포크레인 진입을 막고있으며, 성미산 등산로 등의 진입로에 20여명의 인원을 배치해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 주부와 어린이들도 산자락에 모여 성미산 공사를 강행하는 서울시를 규탄하고 있다. 특히 평소처럼 산으로 나들이를 하던 인근 어린이집 아동들은 "애가 왜 산에 올라가냐"는 용역 직원들의 호통에 놀라 울기도 했다.

현장 주민들은 "하루 용역 동원에 드는 비용이 커서 서울시가 어떻게든 오늘 중에 공사를 강행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대치 과정 중 늑골 골절 등 주민부상
카메라 없을 땐 주먹질, 밀어내기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경 100여명의 용역 직원들이 성미산으로 진입해 벌목한 나무를 운반하기 위해 여러 토막으로 자르는 작업을 했다. 잠시 아침식사를 위해 산밑으로 내려간 직원들은 오전 10시 30분경 다시 기습적으로 산에 올라와 공사를 위한 작업을 시도했다.

이에 주민들이 용역직원들을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용역직원들이 휘두른 주먹에 주민들이 맞아 부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민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역시 이 과정에서 얼굴을 주먹으로 맞았으며, 마포 경찰서에 용역 측을 폭력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한 여성 주민은 "용역 직원들이 나를 밀어내면서 겨드랑이에 손을 밀어넣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용역 직원들은 주민이나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나타나면 몸싸움을 멈췄다. 실제로 기자가 카메라로 몸싸움 장면을 찍자, "기자 철수"라고 외치며 현장을 떠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용역업체 경비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너희는 서울시로부터 합법적인 공사 허가를 받았다. 이 일은 법적으로 보장된 일"이라고 교육받았다고 한다.

a 약수터 쪽 주진입로에서 용역직원을 막아서고 있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회원들

약수터 쪽 주진입로에서 용역직원을 막아서고 있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회원들 ⓒ 권박효원

기자들의 취재로 잠시 주춤했던 공사는 낮 12시 20분경 성미산 아래 성서초등학교 정문 쪽으로 대형 포크레인이 진입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서울시 측으로서는 세 번째 시도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용역 40여명과 주민 20여명이 다시 대치했고, 주민 주창복씨와 60대 할머니가 각각 늑골이 부러지고 머리를 땅에 부딪히는 부상을 입고 구급차로 실려나갔다. 이외에도 주민 3명은 포크레인 앞 철근 위에서 공사를 저지했는데 용역 직원들이 이들을 잡아끌어 주민 한 명이 바지가 거의 뜯어지기도 했다.

이날 몸싸움은 낮 12시 30분 경찰 50여명이 출동해 용역 직원들과 주민들 사이를 가로막으면서 중단됐고 포크레인은 다시 산밑으로 빠져나가 성서초등학교 정문 쪽으로 이동했다.

직원들은 소속과 규모 등을 묻는 기자에게 "우리는 일용직이라 아무 것도 모른다. 미안하다"고 말했으나 이들이 입은 점퍼와 모자 등에는 '제우스 경호'라는 상호가 찍혀져 있었다.

a 주민들이 포크레인을 막아서고 있다.

주민들이 포크레인을 막아서고 있다. ⓒ 권박효원

참담한 표정으로 현장을 지키던 김종호 성미산 개발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것이 서울시의 행정이냐"며 "지금이 80년대, 90년대도 아니고 용역을 동원한 공사강행은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장일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역시 "주민들의 이야기를 피하고 설 전날 벌목을 강행하는 서울시는 깡패보다도 못하다"며 서울시의 일방적 행정에 비판을 제기했다.

양 사무처장은 "산이 사라지면 복원할 대안이 없지만 배수지는 다른 곳에 만드는 대안이 가능하다"며 "10년 전, 20년 전에 (산을 깎고 배수지를) 만들었다고 지금 강행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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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13일 오전 10시30분>

성미산 농성 주민들, 용역원들과 몸싸움 중 폭행당해


a 오후 10시 30분경 기습적으로 산에 들어와 벌목한 나무를 나누어 자르다가 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용역 직원들

오후 10시 30분경 기습적으로 산에 들어와 벌목한 나무를 나누어 자르다가 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용역 직원들 ⓒ 권박효원


13일 오전 "반환경적인 배수지 건설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며 마포 성미산 꼭대기에서 천막농성을 하던 주민들과 농성장 철거를 위해 동원된 100여명의 용역원들과의 몸싸움 중 주민들이 폭행을 당했다고 환경운동연합(이상 환경연합)이 전했다.

환경연합은 이 과정에서 "취재중이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민성씨가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 당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환경연합이 알려온 사건 경과이다.

▶ 오늘 아침 07:00 경 제우스 경호라 이름 불려진 용역 인원 100여명이 성미산 농성장 철거와 벌목된 나무를 실어 나르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였다. 지역 주민들의 제보와 농성장에 있던 성미산 개발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즉각 공사 저지를 위해 대응하였고 심한 몸싸움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용역원들을 취재하고 있던 오마이뉴스 전민선 시민기자를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등 폭행하였고, 성미산으로 오르던 임산부를 무자비하게 끌어내렸다.

▶ 08:20분 현재 성미산 대책위와 지역주민은 용역원들에 맞서 계속 대치 중에 있다. 오늘 보여준 '막가파식'의 공사 강행은 서울시가 성미산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서울시는 공사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폭력에 대해 책임자를 처벌하여야 한다. 서울 환경연합과 성미산 대책위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서울시와 상수도 사업본부는 배수지 건설을 이유로 지난 1월 29일 성미산 6천여평의 나무 2400여 그루를 2시간만에 기습적으로 베었다. 서울시는 지난 8일에는 대책위측에 "12일까지 천막을 철거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1신:12일 오후 5시>

"환경 파괴하는 정부의 개발정책은 이제 그만!"


12일 낮 서울 도심에서는 지역 환경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집회 및 문화행사가 거의 같은 시간 연달아 열렸다.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의 배수지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긴급기자회견과 전북 새만금갯벌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새만금 행동의 소리'. 해당지역과 집회 성격은 각기 다르지만, 지역의 환경을 수호하고 일방적인 정부의 개발정책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는 같았다.

성미산대책위 "공사 강행 맨몸으로 막겠다"
주민 20여명, 시장 면담 요구 가로막혀


a 12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미산 배수지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지역주민들의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12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미산 배수지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지역주민들의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낮 12시 서울시청 앞에는 성미산 개발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www.sungmisan.wo.to)의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마포구 인근 주민 20여명이 참여한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인 11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승인없이 설치된 대책위 텐트 2대와 천막 1대를 철거하고 배수지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공문에 따른 것이다.

오늘로 42일째 성미산 정상에서 천막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주민들은 "서울시가 언제 천막을 강제철거하고 공사를 강행할지 모른다"고 불안해하고 있다. 기자회견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주민 일부는 철거를 막기 위해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대책위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구대규 변호사는 "배수지의 직접적 수혜자인 주민들이 공사를 반대하고 산을 지킨다는 점에서 성미산 개발저지는 집단이기주의가 거론될 여지가 없다"며 "평범한 주민들이 일본 사례까지 뒤져가며 산을 깎지 않고도 가능한 배수지 대안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산을 깎아 만드는 자연유하식 외에도 배수지를 소블럭화하여 평지에 세우는 배수탑과 가압 방식, 기존 배수지 활용방식, 신설배수지 통합방식 등이 가능하다. 대책위는 "성산배수지 타당성 검토 밑 환경친화적 대안 마련을 위하여 주민대표와 상수도사업본부, 양측이 추천하는 전문가, 환경부나 서울시의회 등이 참여하는 검토기구가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서울시가 제안한 '환경친화적 복원안'에 대해서도 "고려청자를 깨뜨렸다가 본드로 붙여 복원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종호 대책위 위원장은 "개발로 파헤쳐진 와우산도 콘크리트 위에 새로 심은 나무가 다 죽어버려 절반 가량을 다 잘라낸 상태"라며 "40m 키에 20~30년 된 성미산 나무를 벌목한 뒤 콘크리트 시설물 위에 1~2m 높이의 관상수를 심는다는 주장은 주민 반대를 무마하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a 기자회견을 마친 지역주민들이 서울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정문으로 들어가려하자 시청 관계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지역주민들이 서울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정문으로 들어가려하자 시청 관계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낮 12시 20분경, 지역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시청에 들어가 서울시장 면담을 진행하려 했으나 시청 관계자들은 문을 닫고 이를 저지했다. 주민들이 "서울시장 얼굴 좀 보자"며 "성미산을 살려내라" "면담에 응하라"고 구호를 외쳤지만 10분간의 몸싸움 끝에 결국 시청 문은 굳게 닫혔다. 주민들은 면담을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들겼으나 시청 측은 문 뒤 셔터를 내리고 출입을 차단했다. 주민들은 돌아서면서 문에 테이프로 '성미산 지키기 철야천막농성 42일째'라는 피켓을 붙였다.

대책위는 지난 2002년 10월부터 시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3월 8일 "현 시점에서 면담은 불필요하다"며 대책위 쪽으로 거부공문을 보낸 바 있다.

김종호 위원장은 "지난 2월 20일과 3월 10일에도 배수지공사를 위해 포크레인이 들어왔으나 주민들이 이를 막아냈다"며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할 경우 주민들과 함께 맨몸으로 포크레인을 막아내고 공사가 철회될 때까지 서울시청 시장실을 점거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한 오는 30일 성미산 나무심기, 주민촛불집회, 서울시청 항의방문 등을 전개할 예정이다.

"생명의 북소리 새만금 사업 중단의 울림으로 이어지길"
- 12일부터「새만금 생명의 소리」 시작한 생명평화연대

a 12일 인사동 문화마당에서 열린 '새만금 생명의소리' 행사에서 하유 스님이 새만금사업반대를 의미하는 법고 연주를 하고 있다.

12일 인사동 문화마당에서 열린 '새만금 생명의소리' 행사에서 하유 스님이 새만금사업반대를 의미하는 법고 연주를 하고 있다. ⓒ 김진석

"농지 확보라는 미명아래 시작한 새만금 간척사업은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이미 그 목적을 잃어버려 정부 스스로도 기존 농지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세계 최대 갯벌이 파괴되는 마당에 지금까지 투자한 1조 4천억원을 건지려고 5조원을 또다시 쏟아 부어야 합니까?"

환경연합, 녹색연합 등 환경사회단체와 종교계, 환경 전문가 등 200여명이 함께 하는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아래 평화연대)는 12일 12시 30분 안국동 문화마당에서 「새만금 생명의 소리」를 개최하고 "목적을 상실한 새만금 간척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최열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문정현 신부 등 30여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 평화연대는 위와 같이 호소하며 "새만금 간척 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노무현 정부와 국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매일 이 자리에서 '생명의 소리'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생명의 소리'에는 안동 용수사 하유(何有·38) 스님이 '법고'를 통해 웅장하고도 신명나는 울림을 전했다.

행사 초기에는 참여하는 시민들이 많지 않았지만 북소리가 울리자 시민들이 하나 둘 행사장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북소리에 흥겨워하며 고개짓을 하던 한 시민은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인간만을 위한 개발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최열 전 사무총장은 취지 발언을 통해 "우리는 바다 생물의 2/3가 갯벌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금까지 총 33km의 방조제 공사 중 3.5km만 남은 상태다. 만약 공사가 완료되면 새만금의 수천 종의 생물들은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83%가 새만금 사업을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 사업이 중단할 때까지 '생명의 소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영숙 수녀는 지지 발언에서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까지는 우리의 꿈을 깨고 있다"면서 "오늘의 북소리가 소리에 그치지 말고 기도가 돼서 갯벌을 살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갯벌 등 자연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왔던 임옥상 화백은 발언에서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릴 때 유일한 스승은 자연이었다"며 "생명의 보고이자 상상의 근원인 새만금 갯벌이 살아야 내 그림도 살 것"이라고 호소했다. 덧붙여 "검찰에 매스를 가한다고 우리 사회가 바로 잡히는 게 아니다"며 "(죽임이 아닌)살림과 생태정신으로 기본방향을 잡아야만 우리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임 화백은 말했다.

앞으로 매일 진행될 '생명의 소리'행사에는 대금, 판소리, 합창단 등 다양한 '소리'를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전할 예정이다. 장지영 환경연합 갯벌보전팀장은 "평일보다는 주말에 대규모 행사를 준비해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 사업 반대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a 이날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새만금갯벌을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새만금갯벌을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진석


생명의 북소리 전한 하유 스님

'생명의 소리'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를 선사했던 하유 스님은 3차례에 걸쳐 굵고 웅장하면서도 신명나는 북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 어떤 계기로 행사에 참여하게 됐나?
"지난 새만금 사업 반대 기도모임에도 참가 했다. 종교인으로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환경파괴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마 따로 부르지 않았더라도 이 운동에 참가했을 것이다. 하물며 이렇게 불러주셨으니 기쁜 마음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북'에 재능이 있으니 이 재능을 이런 곳에 나눌 수 있는 것은 큰 영광 아니겠는가."

- 오늘 연주한 북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선 북은 사람의 심장박동과 같다고 한다. 심장 박동이 자연의 살아있음을 상징한다면 '생명의 소리'의 시작을 북으로 알린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북소리는 몇 킬로미터 밖에서도 들린다고 한다. 이번 북에 실린 생명의 소리를 멀리 떨어져 있는 노 대통령을 포함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듣고 새만금 사업과 같은 어리석은 일은 멈추게 했으면 한다."

- 불교 의식에서 하는 북과 다른 점은?
"사실 불교 의식에서 사용하는 북은 아니다. 내가 군에 있을 당시 밴드부에서 드럼을 쳤는데 그러한 리듬감각을 살려 행진 리듬을 적용했다. 일반 대중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고 화려한 동작을 넣는 등 시각적인 면도 신경을 썼다."

- 새만금 사업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북한산이나 새만금 사업 등은 모두 눈앞의 작은 것만을 위해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작년 강원도 비피해는 우리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었다. 이는 모두 그동안 인간이 자연을 파괴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미래를 보지 않고 진행하는 무분별한 개발은 그만해야 한다."

- 노무현 정권에 할 말이 있다면.
"노 대통령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 국민들이 참여하는 정부를 꾸릴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동안의 정권이 해왔던 것처럼 똑같은 오물을 뒤집어 쓰면 안 된다. 다른 정권과 마찬가지로 여러 정책들이 대통령 되기 위한 공약만으로 그친다면 오히려 더욱 큰 미움을 받게 될 것이다. 애증이라고 하면 될까. 더 사랑한 만큼 더 밉게 되는 것 아닌가.

노 대통령은 서민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자연이 파괴되면 서민이 가장 먼저 죽는다. 새만금에서도 어민들이 가장 먼저 떠나가지 않았나. 있는 자에 관대한 기존의 정권처럼 하면 안 될 것이다." / 강이종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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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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