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문제는 내 가족의 문제입니다

[쌀사랑 릴레이 기고 ③] 농림부장관 부인 양혜자씨

등록 2003.10.20 08:39수정 2003.10.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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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환기해 보기 위해 '쌀사랑 릴레이기고'를 주1회 선보이고 있다. 첫회로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글을 보내왔고, 지난주 배농사를 짓고 있는 이재문씨에 이어 허상만 현 농림부 장관의 부인인 양혜자(54)씨가 바통을 받았다. 양씨는 다음 필자로 탈랜트 고두심씨를 지목했다. 필자들에게는 원고료 대신 20kg짜리 우리쌀이 전달된다....편집자 주


고향생각, 농촌생각

가을 햇살이 눈부신 황금빛 들녘을 가끔 TV화면에서 대하는 날이면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한결 넉넉한 마음이 되어 오래 잊고 살아온 유년시절의 날을 다시 만나게되곤 합니다. 저의 고향은 전남 순천에서 조금 떨어진 가산이라는 작은 농촌 마을입니다.

저는 어릴 적 가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시내의 오일장을 찾아 구경하기를 좋아했습니다. 갖가지 농산물과 함께 싱싱한 채소와 과일,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생선들이 풍성하게 쌓여있던 오일장….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인심과 살가운 정이 넘쳐나던 장터의 풍경은 농촌 사람들의 유일한 교류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장관이 된 남편을 따라 가족이 모두 서울에 와 살고 있지만, 이곳을 오기 전까지도 저는 종종 오일장을 즐겨 이용해 왔습니다.

도시의 백화점이나 마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농산물을 직접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갓 뽑아낸 배추를 사다 정성껏 김치를 담구어 식탁에 올릴 때마다 그 뿌듯한 소망감은 주부로서의 작은 행복이기도 했습니다.

농부들의 피와 땀으로 거둔 것들이기에 파 한 뿌리 콩 한 조각도 귀하게 여기라는 어머니의 당부를 마음깊이 새기면서 다시 한번 우리 농촌의 어려움을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 전 모진 태풍에 휩쓸려간 농토와 재산을 지키기 위해 그 혹독한 고난을 감내해 온 우리 농민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드리고자 합니다. 특히 이 땅의 미래를 열어가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실 우리 농촌여성들이야말로 또한 가장 소중한 생명줄임을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 우리네 고향인 농촌이 최근 세계화의 거센 물결에 휩쓸려 힘겨워 하고 있습니다. 그 물결은 우리 마음과는 상관없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농촌을 떠나 살면서 우리가 너무 쉽게 잊어버렸던 그 고향, 그 어머니 같은 농촌은 도시인들이 외국산 식탁에 길들여지는 속도에 비례하여 그만큼 힘들고 외롭게 그 때 그 농촌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한없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농업문제는 내 가족의 문제입니다

돌아보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한 세대만 건너뛰면 농민의 자식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오마이뉴스>의 농촌 특별기획을 통해 다시금 우리 농업과 농촌 문제를 절실하게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작지만 따스한 손길로, 이제는 도시인이 먼저 농민들에게 손길을 내미는 넉넉한 마음이길 바래봅니다.

농업 개방화에 시름하고 무거운 부채 문제로 더욱 마음 고생을 하는 우리 농민들의 문제를 내 가족의 문제로 한번쯤 더 고민하는 계기였으면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저 역시 이런 문제를 속시원하게 풀어나가야 할 주무장관의 아내로서 농업, 농촌문제를 생각하면 그저 송구스러운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농업과 농촌 문제만은 다른 그 어떤 문제보다도 앞서 함께 풀어나가야 할 백년대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뼈를 묻은 땅에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거둔 우리 농산물을 우리 식탁에서부터 지킬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우리 농산물은 우리 모두의 생명입니다. 물론 우리 농촌이 너무 비관적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연과 정보화를 접목하는 유능한 농업 경영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농산물과 다른 산업과 견주며 실제로 성공한 사례들도 많이 보아 왔습니다.

요즈음 갈수록 도시인들이 공기 좋고 체험과 지혜의 보고인 농촌으로 되돌아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주말농장도 늘어나고 각급 학교와 단체들의 체험학습장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예술인과 지식인들의 작업실과 연구현장으로 농촌이 각광받고 있는 등 탈 도시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농촌은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라, 후손들이 흙에서 자연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토대로서 전통과 레저·관광마을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주 5일제 확산에 따라 농촌을 찾는 발길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더욱 많은 도시인들이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추억을 일구는 농촌, 흙의 소중함과 조상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김하는 농촌 문화로 발돋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실질적인 농촌 사랑이요 농촌 살리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금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그런 아름답고 포근한 농촌사랑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12월 '전원일기'가 종영되어 아쉬웠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이 다시 탄생하길 기대하고 젊은이들에게 농촌사랑을 당부하는 의미에서 탤런트 고두심씨를 다음 릴레이 기고자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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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레이 기고 ① 개그우먼 김미화] 음메, 기살어! 지금은 농민들 기 살려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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