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우리쌀은 뽀빠이 시금치!"

[쌀사랑 릴레이기고 ⑤] 축구해설가 신문선씨

등록 2003.11.09 07:44수정 2003.11.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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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환기해 보기 위해 '쌀사랑 릴레이기고'를 주1회 선보이고 있다.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래 탤런트 고두심씨까지 4명이 참여했고 다섯 번째로 신문선(45) SBS 축구 해설위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 위원은 '한국쌀의 밥힘'을 몸소 체험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이번엔 기고 대신 신씨의 인터뷰를 싣는다. 원고료는 20kg짜리 우리 쌀로 다음 기고자에게 전달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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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해설가 신문선씨
축구해설가 신문선씨오마이뉴스 남소연
- 어릴 때 밥은 잘 먹었나?
"60년대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다행히 우리 집은 1년 내내 쌀밥을 먹었다. 왜냐면 시골에 농토를 조금 남겨놔서 겨울이 되기 전에 추수한 쌀이 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안성에서 보내진 쌀을 화물차가 와서 떨구면 형들과 손수레에 이를 싣고 집으로 휘파람 불면서 오다 보면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모습이 선하다.

당시 우리 큰형이 친구를 좋아해서 형 친구들을 데려와 항상 쌀밥을 먹였다. 솥에 밥을 하니까 누룽지가 나오고 이를 1년 동안 말려서 겨울에 끓여서 매일 누룽지를 먹었다. 우린 형 때문에 누룽지를 많이 먹었다."

- 운동하면서 '우리쌀의 힘' 다시 말해 '밥힘'을 경험했을 것 같은데.
"86년도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캐나다 세인트존에 갔다. 김삼락씨가 감독이었고 노정윤, 이임생 선수 등이 뛰었던 것 같다. 당시 한국팀이 역대 최강 멤버였다고 평가받았는데 예선전에서 이상하리만큼 부진했다. 사실 그 때 한국식당이 없어서 선수들이 거의 음식을 먹지 못했던 상태였다. 못 먹으니까 비실비실 할 수밖에.

그런데 마침 태권도 사범을 하던 교민이 자기 집에 선수들을 초대해서 밥을 배불리 먹였다. 그리고 난 뒤 우승후보 이태리와 비겼다. 그 경기를 제일 잘 했다.

예전에 외국에서 시합할 때, 가능하면 하루 한끼는 교포들 집에서 밥을 먹었다. 또 원정을 갈 때면 선수단 필수장비가 부식 준비였는데 여기에는 쌀과 김, 멸치 등이 인기식품이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이 동남아에서도 쌀을 먹지만 불면 날아가는 '안락미'(동남아에서 생산되는 길쭉한 모양의 쌀, 안남미)로 만든 걔네 밥을 먹으면 그게 반찬하고 맞지 않는다. 안락미 먹으면 왠지 힘을 못썼던 것 같다. 그래서 꼭 우리쌀을 가지고 가서 밥을 해서 먹었다. 어디에 가서도 선수 뿐 아니라 기자들조차 그 지역에 한국식당의 유무를 확인한다."

- 우리나라 쌀과 외국 쌀과 차이점을 느끼나?
"똑같은 사과도 토질과 기온과 이런 것들에 따라 다르다. 쌀이라는 것 자체가 가장 맞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생각한다. 전세계 다니면서 쌀을 먹어보면 한국과 일본 쌀이 가장 맛이 좋다.


- 운동선수들에게 '쌀'이란 어떤 의미인가?
"우리 쌀은 만화 뽀빠이에서의 시금치라고 보면 된다. 뽀빠이가 시금치 먹으면 알통이 나와서 부르투스를 때려눕힌다. 나가서 빵 먹고 하면 진이 빠지는 것 같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다르지 않을 수 있고 심리적인 면도 작용하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 지금 FTA 등을 통해 쌀 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시골에는 나이든 사람들만 있다. 다 도시로만 온다. 가장 큰 이유가 뭔가? 소득에 대한 부분과 교육문제 등일 것이다. 그래서 농업정책은 단순히 농민들과 그 지역 뿐 아니라 전체 국가의 통합적 마케팅제도 아래 마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민들에게 혜택을 줘야한다. 단순히 빚을 탕감해주고 하는 식은 아니다.


전략적으로 시장 개방이 대세라고 하더라도 대체품종을 개발한다든지 농업의 대체산업을 연구 개발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바닷물 염기를 빼서 마시는 물로 만들어 인기리에 팔고 있더라. 어느 지역에서는 실제로 민물보다 더 비싸게 팔린다.

또 국가에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만약 우수 인력이 농업 쪽으로 가면 이익을 줄 수 있도록 무엇인가 장치가 필요하다."

- 수입농산물보다 국산이 비싸도 우리 농산물을 선택할 것인가.
"당연하다. 우리 농산물을 선택할 것이다. 수입 농산물이 와도 우리 입맛과 다르지 않은가. 가능하다면 이제 오히려 우리 것을 좋은 품질로 고급화시킬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수입 농산물은 썩지 않게 하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는 등 약점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일정한 온도, 습도를 맞춰도 탄력이나 생기가 떨어질 것이다. 바나나도 익은 걸로 오면 썩는 거 아닌가.

- 농민들에 특별히 할말이 있다면.
"농민들이 어렵다. 그런데 축구도 마케팅이라고 하는데 농민 스스로도 외국 농산물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힘을 키웠으면 한다. 경영적 마인드를 가지고 쌀에만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든가 대체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자. 이를 위해 교육 등의 문제가 있는데 이는 국가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 이 부분이 전제가 돼야 농민들도 힘을 받을 수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축구 시장에 처음 온 외국인 용병들은 대부분 골키퍼였다. 그랬더니 한국 골키퍼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 한국인 골키퍼는 벤치에 앉아있어야만 했다. 때문에 대표팀 골키퍼도 자동적으로 약해졌다. 최근엔 스트라이커를 외국인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 대표팀은 골 결정력 부재를 해결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그래서 용병의 수를 제한하는 방법을 제도적으로 택했다. 농업 시장도 그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농업은 전쟁 이상의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데 수입개방 뒤, 농산물 시장이 무너지고 위축되면 큰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축구에서 제도적으로 용병 골키퍼 제한을 두었듯이 정책적으로 우리 농업을 보호해야 한다. 농민들을 보호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농민들이 자동적으로 산업적인 구조의 틀을 만들 수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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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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