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넝쿨이도 '평화단식'에 동참합니다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 2 ] 뉴스게릴라 박철씨 가족

등록 2003.11.01 19:06수정 2003.11.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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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한국청년연합회(KYC), 대한불교청년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 4개 청년단체는 지난 1일부터 '파병반대, 하자!하자! 평화단식' 공동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일 오후 1시30분 현재까지 '평화단식'에 동참 의사를 밝힌 분은 총 81명이고, 이들이 이라크 어린이들이게 보낼 밥값으로 모금해주신 돈은 무통장 입금을 포함해 총 98만1000원입니다.

<오마이뉴스>는 평화단식이 진행되는 오는 11월11일까지 이에 동참하는 개인과 가족, 그리고 단체들을 찾아나설 예정입니다. 다음은 <오마이뉴스>의 기자회원이기도 한 박철씨가 가족회의를 통해 단식을 결정하고,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한 소견을 밝혀온 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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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엄마와 함께 촛불을 든 어린이

엄마와 함께 촛불을 든 어린이 ⓒ 뉴스앤죠이

작년 11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효순, 미선이의 부당한 죽음에 대하여 온 국민들이 불평등한 소파와 미군에 저항하는 촛불행렬이 들불처럼 번지는 것을 보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11월 초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국적으로 두 여학생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고 불평등한 소파 전면개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밤이 되면 나는 전깃불을 끄고 촛불을 켰다.

효순·미선이는 이 민족의 잠든 양심을 깨우는 조종소리였다. 밤마다 촛불행렬이 거리마다 춤을 추었다. 온 국민이 단합된 힘으로 하나 되어 민족의 자존과 자주를 외쳤다. 우리는 작년 11월부터 12월로 이어지는 거룩한 밤을 결코 잊지 못한다.

대통령선거로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 민족은 큰 희망을 가지는 듯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날 올곧은 기개로 구린내 나는 정치판에서 사전오기 신화를 만들어냈던 장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젊은이들은 그에게 박수와 지지를 보냈다. 무엇인가 새롭고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했다.


지난 4월 어느 날이었다. 나는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무현 정부가 명분 없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유엔과 국내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한다는 구실로 파병을 단행하는 것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이었다. 그에 대한 적지 않은 실망을 했다. 개인적으로 노대통령에게 걸었던 기대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TV에서는 연일 미군의 폭격장면을 생중계로 보여 주었다. 그것은 일방적인 침략전쟁이었다. 미군이 바그다드를 함락했다고 발표한 날, 우리집 마당에 서 있던 목련나무의 꽃잎이 하나도 남지 않고 떨어졌다. 며칠 째 흙비가 내렸다. 나는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낙화’라는 시를 <오마이뉴스>에 올렸다.



짙은 황사가 며칠째 계속되더니
흙비가 내렸다.
TV에선 미군이 바그다드를 완전 장악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비가 그치자 날씨마저 우중충하다.
나는 아무 하릴없이 방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오늘 아침 달리기를 마치고
무연 나무를 바라보았다.
아, 나무에서 꽃비가 내린다.
교회마당에 떨어진 목련 꽃잎이 애처롭다.
(박철 詩. 落花)


지난 20세기 동안 미국처럼 다른 나라를 수도 없이 침략하고 공격한 나라가 없다. 미국의 서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갱들처럼 미국은 무법자 행세를 했다. ‘정의의 이름으로’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세계 구석구석 핵무기를 배치해 놓고 미국에 조금이라도 반대하거나 말을 안 들으면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지난 6월, 부시는 이라크 전 지역을 완전 장악했으므로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무엇을 승리했다는 것인가? 그들이 주장한 이라크의 대량살상 무기도 찾아내지 못하고, 이라크 민중들에게 크나큰 슬픔을 안겨주었을 뿐이다. 이라크 민중들은 아직도 전운에 시달리면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것이 승리란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그가 대통령 후보였을 때 자신은 “미국이 시키는 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부른다고 금방 달려가서 사진이나 찍고 오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라고 장담했다.

a 미군의 폭격으로 부상당한 민간인

미군의 폭격으로 부상당한 민간인 ⓒ 반전평화팀 제공사진

물론 대통령이 되기 전과 후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노대통령이 걸핏하면 써먹는 ‘국익’이라는 단어는 아무데나 써먹는 말이 아니다. ‘간도 쓸개’도 다 내버리고 국가의 자존심이나 명예는 추호도 생각지도 않고 굴욕적인 저자세로 부시의 비위나 맞추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유엔도 반대하고, 단지 미국과 영국에 의해 이루어진 더러운 침략전쟁이었다. 한국정부는 1차 파병에 이어 2차 파병결정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압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이 통과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파병을 결정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취약성을 드러내 보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파병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자, 이에 대한 당당한 설득과 대안제시보다 아직 최종 결정된 바가 없다고 국민들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행동마저 보이고 있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패권주의적 침략전쟁의 공세 속에 제 목소리나 주견을 한번도 내세우지 못하고 민족의 자존이나 자주성을 살리지 못하고, 급기야는 ‘국익’이라는 기만적인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다른 나라 민중들의 바람을 외면하는 길로 들어선다고 하니 통분을 금할 길이 없다.

a 바그다드시민 전쟁반대시위

바그다드시민 전쟁반대시위 ⓒ 반전평화팀 제공사진

결과적으로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 정부의 요청이 아닌 미군의 요청으로 이라크인을 살상하는 결과가 되어 이라크 독립운동을 진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노대통령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향후 4년에 걸쳐 2억6천만 달러를 지원할 것이며, 이를 추가파병지역의 재건과 민생안정에 우선 배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쓴 웃음이 나온다.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민다. 미국이 자기들 마음대로 한 침략전쟁으로 이라크를 초토화시켜 놓은 것을 왜 우리나라가 전후 재건복구비를 지원해야 한단 말인가? 도무지 무슨 명분으로 이런 결정을 한단 말인가?

날로 증가하는 실업자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이 시점에 무슨 명분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미국의 요구에 따라야 한단 말인가? 정부는 국익이나 한미동맹의 정신이라고 하는 상투적인 말로 국민들을 기만해서는 안된다.

나의 스승 예수께서는,
"칼을 도로 칼집에 꽂아라.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는 법이다.(마태 26,52)"
고 말씀하셨다.

a 바그다드의 아이들

바그다드의 아이들 ⓒ 뉴스앤죠이 주재일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세상의 모든 나라가 평화를 도모하면서 더 이상 지구촌에 전쟁과 기근과 살상이 없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힘이 있다는 미국에 의해서 우리의 꿈은 여지없이 박살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미국의 꼭두각시놀음에 놀아나서는 안된다. 노무현정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소리를 건성으로 듣지 말기를 권면한다. 총칼에 의한 강압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가짜 평화에 속아서는 안된다. 돈으로도 평화를 살 수 없다.

또 11월이 시작되었다. 작년 효순 미선이를 추모하던 촛불행렬이 자꾸 생각난다.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와 추위에 떨면서도 촛불을 들고 이 민족의 자존과 자주와 세계평화를 기도했던 아름다운 밤이 생각난다.

11월 11일 하루 동안 <오마이뉴스>와 한국청년연합회(KYC), 대한불교청년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 4개 청년단체가 공동으로 캠페인을 벌이는 '파병반대, 하자!하자! 평화단식'에 우리 가족도 가족회의를 통해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이 아무 군소리 없이 그렇게 하기로 선선히 따라준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라크 파병을 막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쩌면 작년에 이어 또 다시 이라크 파병결정 전면취소를 위해 또 다시 차가운 밤거리로 나서야 할 것 같다.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더욱 단단한 각오를 다져야 하겠다.

중학교 1학년 넝쿨이가 본 이라크 파병, 과연 옳은 것일까?

지난 6월, 미국은 이라크와의 일방적인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하면서 여전히 이라크에 주둔한 채 우리나라에 재 파병을 요청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이미 미국은 다른 나라의 만류와 유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공격했고, 지금 이라크는 폐허가 되어 있다.

지난 번 이라크 전 때 뉴스를 통해 후세인을 제거하고 대량 살상무기를 찾아내기 위한다는 구실로 유엔과 다른 나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 심정을 기록한 것을 아빠가 <뉴스앤죠이> 인터넷 신문에 올린 적이 있다. 부상당한 이라크 난민들을 들 것에 실려 나가고 겁에 질린 어린들이 우는 장면을 보면서 정말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할 수 없었다.

a 부상을 당해 이라크 바스라의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이라크 소년.

부상을 당해 이라크 바스라의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이라크 소년. ⓒ AP 연합

이라크에 많이 매장 되어 있는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경제적인 목적과, 이라크를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침략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 사실인가? 계속해서 이라크에 주둔군으로 남아 미군의 힘을 과시하고, 우리나라에 파병과 전후복구비를 요청한다면 나로서는 미국이 전 세계를 힘으로 제압하려고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깝다. 미국이 일으킨 일방적인 침략전쟁에 어째서 우리나라가 군인을 한 번도 아닌 두 번 씩이나 파병을 해야 하고, 또 돈까지 주어야 하는지, 미국이 요청한다면 무엇이든지 다 들어줘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이것은 누가 보든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가 희생되는 것이고, 이미 폐허가 된 이라크에 사는 난민들에게 더욱 큰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해가며 정부에게 파병을 하지 말라고 국가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를 보는 정부는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만 하니 정부가 과연 어느 나라의 정부인지 모르겠다. 이제는 더 이상 미국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를 위하고 세계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미국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미 끝난 전쟁이다. 끝난 전쟁을 미국은 왜 되풀이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전쟁을 즐기는 나라처럼 느껴진다. 유엔이 반대하고 온 세계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도 꿈쩍하지 않는다.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 지난 이라크전 때 아무 죄 없이 죽어가야만 했던 이라크인들과, 어쩔 수 없이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총을 들어야만 했던 내 또래의 아이들과, 나보다 어린 동생들을 보며 나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a 파병반대 시위.

파병반대 시위. ⓒ 뉴스앤죠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보면서

▲ 박넝쿨
나는 이번에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미국이 나라 밖의 거센 전쟁의 반대하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세계 석유 매장량 2위인 이라크에게 원유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라크가 자신들에게 팔던 석유를 다른 나라에게 팔게 되어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전쟁이 될법한 일인가?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때리고 친구들이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약한 학생하고 싸운 일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을 지지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 강하고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라크를 치려는 미국을 지지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 국군 몇 백 명을 보내준다고 해서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미국은 우리의 지지에 눈도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은 너무 서툰 일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이라크 국민의 입장이라고 해보자. 과연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라크와 미국간의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갈 것이다. 이라크의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부시가 하루빨리 전쟁을 끝냈으면 좋겠다.

또 무력으로 약한 나라를 위협하는 강대국이 없었으면 좋겠다. 온 세계가 평화가 넘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지구촌이라는 말처럼 강대국이 약소국을 깔보는 일이 없어지고 우리 모두가 다른 나라를 자기 나라처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2003년 4월 11일 교동중학교 1학년 박넝쿨)


이 글은 지난 4월, 우리집 둘째 아들 박넝쿨(의빈)의 글입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텔레비전 뉴스를 유심히 보더니 '미국 나쁜 나라, 부시 나쁜 놈' 하더니 자기 방에 가서 이 글을 써서 가족 홈페이지 올렸습니다. 이 글을 읽고 "중학교 1학년짜리가 속 깊은 생각을 했구나" 그런 생각도 했지만 한편 부끄러웠습니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 환호한 것을 아이들이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왜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을 결정했냐?"고 묻는데 참 답답했습니다. (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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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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