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잔칫상, 이라크 보내요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 8] 4대가 '단식'하는 김지현씨네 가족

등록 2003.11.07 15:38수정 2003.11.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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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에 많은 분들이 마음을 보태주셨습니다. '밥값'은 3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9일 오전 9시30분까지 총 370명의 네티즌이 이라크에 보낼 414만6000원(무통장 입금 제외)어치의 밥값을 내주셨습니다.

짤막하지만 의미있는 메시지도 남겨주셨습니다. 캠페인 참여 창에는 모두 275개의 소중한 쪽지가 남겨졌습니다.

이 중에는 휴가를 나온 군인·밥값과 함께 담배값도 보낸다는 네티즌·밥을 너무 좋아해 굶지는 못하지만 모금에는 참여한다는 대학생의 사연도 있었습니다.

그중 지난 6일 오후 4대가 평화단식에 참여하겠다며 5만5000원을 내준 김지현씨 가족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김씨는 아흔이 넘으신 시할아버님·시부모·시동생 등 4대가 한집에 모여사는 다복한 가정의 맏며느리입니다....편집자 주


*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은 오는 11일까지 계속되며 오마이뉴스 메인 화면에 띄워진 배너를 클릭하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 배너를 클릭, '파병반대,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에 참여해 주십시오.



a 4대가 함께 모여 사는 김지현씨네 가족.

4대가 함께 모여 사는 김지현씨네 가족. ⓒ 김지현

안녕하세요!


전 시할아버지, 시부모님, 그리고 시누이 한 명과 곰 같은 남편, 그리고 토끼 같은 3명의 아이들과 함께 사는 4대 가족의 맏며느리입니다.

2차 이라크 파병에 관한 뉴스를 접하던 날, 정말 우리나라의 힘없음이, 그로 인해 이 말도 안되는 전쟁에 동조해야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저희 시아버님과 한참 국제질서에서 힘의 논리와 약소국의 설움에 대해 논하였지요. 그리고 저희 큰딸도 전쟁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함께 토론했구요.


그리고 이번에는 뭔가 행동으로 우리의 반전 의지를, 평화수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촛불시위라도 열리면 참여해 볼까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오마이에서 이렇게 좋은 일을 소개시켜 주셨네요.

그래서 어제 저희 시동생 딸 아이 생일날 온 식구가 모였을 때, '하자하자 평화단식'에 관해 말하고 동참을 발의했지요.

그러자 모두들 끄덕끄덕!!!

그런데 하루 온종일 굶는 건 저희 가족 구성상(노약자가 많아서…) 힘들 것 같아서 온 가족이 모여 거나하게 먹는 식사 한끼를 굶기로 하였습니다.

저희는 매주 일요일 아침에 가족 예배를 드리고 거한 아침을 먹는답니다. 다른 날은 3가지 반찬에 국 하나지만, 그날만은 갈비에 조기 등등 엄청난 잔치상을 차리지요.

이번 주에는 그 상을 차리지 않고 모두 굶기로 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어요. 이제 24개월 된 둘째와 4개월짜리 셋째, 그리고 90이 넘으신 할아버지는 제외랍니다.

그럼 한집에 사는 4대가족 6명(나·시아버님·시어머님·남편·큰딸·시누이, 아이 두명과 할아버지는 제외!)에 아랫집에 사는 시동생네 3명(시동생·동서·딸), 시집간 아가씨네(시누이·시누이 남편) 2명… 해서 합이 11명이네요.

그리고 일요일날 아침 식사는 거한 만찬이기 때문에 한 사람당 5000원씩 계산하겠습니다. 그럼 액수는… 11 X 5000 = 55000이네요.

이 아침식사의 준비는 늘 제가하기에 오늘 그 돈을 보냅니다. 그리고 이번 일요일(저희는 주일이라 하죠)에는 아침 가족 예배에서 이라크에서 고통받는 많은 민중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11일 날은 가능한 사람들만 다시 한끼 단식하고서 촛불 문화행사에도 가고 싶네요. 이건 또 이번 일요일날 발의를 해서 의논해보죠.

그럼 하자하자 평화단식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바라며 이만 총총….

"제가 군인이라 이름은 못 밝히지만..."
평화단식 창에 남겨진 300여개의 쪽지

"제가 군인이라 이름은 밝히기 힘들지만, 참여합니다. 군대는 전쟁을 위함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조직입니다."

'하자!하자! 평화단식' 창에 300여 개의 쪽지가 쌓였다. 밥값을 보태며 네티즌들이 남긴 사연이다. 내용도 길이도 각각 다르지만, '평화'를 위한 마음은 매한가지.

밥에 대한 다양한 '철학'도 쏟아졌다. 네티즌 장희철씨는 "밥은 하늘"이라며 자신의 밥을 이라크인들과 나눠 먹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장씨는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 밥은 서로서로 나눠 먹는 것이다, 양푼 한 가득 밥을 비비고 숟가락 여러 개를 걸쳐 이라크 아이들과 함께 먹고 싶다"며 밥값을 내놨다.

뿐만 아니다. 장씨는 자신의 담뱃값도 보탰다. 그는 "11일은 담배도 하루 참겠다"며 밥값에 담뱃값을 더해 총 11000원을 냈다.

단식은 못하지만 하루 치 밥값을 내 놓은 네티즌도 있다. 박혜정씨는 "내 삶의 낙이 먹는 것이어서 단식은 못하지만 이라크인들과 밥을 같이 먹기 위해 하루치의 밥값을 낸다"며 "어떤 식으로든 전투병 파병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휴가를 나온 군인도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름을 '군인'으로 밝힌 한 네티즌은 "훈련을 받다 첫 휴가를 나왔다, 조국을 지키는 국군이 외국군 철수를 원하는 이라크 국민들 앞에 서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며 한끼 밥값을 보탰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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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 1 ] 11일, 우리 가족 모두 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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