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목숨 걸고...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 6] 조현실 국민대 총학생회장

등록 2003.11.06 19:21수정 2003.11.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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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한국청년연합회(KYC), 대한불교청년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 4개 청년단체는 지난 1일부터 '파병반대, 하자!하자! 평화단식' 공동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7일 낮 1시까지 캠페인에 참여한 네티즌은 모두 272명으로 이들이 밥값으로 모금한 돈은 총 287만7000원(무통장 입금 제외)입니다. 캠페인은 오는 11일까지 계속되며 오마이뉴스 메인 화면에 띄워진 배너를 클릭하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평화단식이 진행되는 오는 11일까지 이에 동참하는 개인과 가족, 그리고 단체들을 찾아 나설 예정입니다. 그 여섯번째로 지난 24일부터 '파병반대 100인 단식농성'에 참여하다 쓰러져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던 조현실 국민대 총학생회장을 만나봤습니다... 편집자 주


* 아래 배너를 클릭, '파병반대,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에 참여해 주십시오.



a 조현실 국민대 총학생회장

조현실 국민대 총학생회장 ⓒ 오마이뉴스 김지은


"정말 목숨을 내놓고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3살의 수배학생은 핏빛 없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의 몸에 지름이 남자 검지 손가락만(8㎝)한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데도 그는 그저 수술날짜를 기다리는 게 "초조하다"고만 할 뿐, 파병을 막는 게 시급하다고 말하고 또 말했다.

"목숨을 걸고라도 파병을 막아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조현실(법학 4) 국민대 총학생회장이다. 지난 29일 새벽 '파병반대 단식농성' 중 쓰러져 언론을 통해 안타까운 사정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쓰러질 당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산하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서총련) 소속 총학생회장단 100여명과 함께 하는 무기한 단식에 참여하고 있었다.


조씨는 이를 "목숨을 건 단식"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단식 닷새 째 되던 날 새벽 1시30분께 그는 배에 심한 통증을 느껴 쓰러졌고, 응급실로 옮겨졌다. 종양 때문이었다.

그저 단식으로 인한 영양부족 증세인 줄 알았던 그는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난소 종양. 평소 별다른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하던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병원에서는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권했지만, 조씨는 막막할 뿐이었다. 이미 그는 지난 달부터 수배를 받아온 상태였기 때문. 서총련 산하 북부총련 의장이기도 한 조씨에게는 지난 달 9일자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지난 97년 이후 매년 그랬듯 그에게도 이적단체(한총련) 구성 및 가입(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 혐의가 씌워졌다.

a 조현실씨

조현실씨 ⓒ 오마이뉴스 김지은

경찰의 눈을 피해 몰래 학교를 빠져 나와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았던 그는 지금도 여전히 학내에 머물고 있다.

"동생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부모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던 선배들이 생각나더라구요. 예전엔 수배생활을 하던 선배를 보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막연한 생각만 들었는데, 내 일이 되고보니 고통스럽더라구요. 그보다 그 고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비참하죠."

처음엔 자수할 것을 권유하던 경찰도 입장을 바꿨다. 조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지난 4일 '선처'를 발표한 것. 조씨가 원한다면 수술 후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씨는 경찰의 조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경찰은 제가 집에 전화하기 전에 이미 부모님을 찾아가 '딸이 쓰러졌다, 어서 문제를 해결해야하지 않겠느냐'며 자수를 권할 것을 요구했더라구요. 지금도 경찰은 치료 후에 제가 자진출두해서 조사를 받기를 원하고 있지만, 저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한총련 학생들의 부당한 수배상황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조씨는 현재 단식을 중단한 상태다. 대신 죽으로 끼니를 대신하며 다음 주 수요일이면 나올 정밀검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처음 단식을 하겠다고 결심했던 '초심'은 그대로다.

그는 "이번 파병을 반드시 막아야 지난 50여년간 이어져온 불합리한 한-미 동맹관계라는 허울이 깨질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라면 무엇이라도 줘야하는 종속관계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조씨는 자신이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7월 대검찰청이 발표했던 '수배해제 조치'로 이른바 '한총련 문제'가 끝난 줄 알지만, 아직도 자신과 같은 수배학생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것. 그리고 지난해 말 '촛불시위'가 온 나라를 달궜듯, 이번에도 국민의 힘으로 '역사의 선례'를 만들게 됐으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베트남전의 후유증을 생각해보세요. 이미 우리는 너무나 많이 속아왔지 않나요? 이 문제는 몇몇이 아닌 범국민적인 여론으로 막아야할 문제입니다.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도 그런 점에서 그 취지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임종석 의원님, 왜 단식하셨나요?"
의원 임종석과 총학생회장 조현실의 차이

▲ 국민대 교정에 걸린 '파병반대' 플래카드
ⓒ오마이뉴스 김지은
'의원직을 내건 국회의원 임종석'과 '목숨을 내건 한총련 학생 조현실'. 하지만 둘 사이에도 차이는 존재했다.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파병반대'를 주장하며 13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임 의원은 "전투병이 파병되면 의원직을 내놓겠다"며 단식을 벌이다 열린우리당이 '비전투병 파병' 쪽으로 당론을 정함에 따라 농성을 끝냈다.

임 의원의 단식에 대해 조현실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조씨는 임 의원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는 "처음 임 의원의 단식농성 얘기를 들었을 때는 기득권 정치인도 의원직을 내놓고 단식을 하는데 우리도 목숨을 걸고라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임 의원도 결국 완전한 파병 반대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조씨는 '비전투병 파병'도 결국 '전투병 파병론'과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라크 현지에서 평화운동을 벌이고 돌아온 '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에 따르면 비전투병을 보내도 현지 사정상 이라크인과 '죽고 죽이는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비전투병을 보내도 미국의 요구로 부당한 침략전쟁에 동참하게 된다는 본질은 그대로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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