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꼴지 위성미와 홍어회, 찜 먹고 싶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가 애국자 위성미 선수에게

등록 2003.11.03 10:49수정 2003.11.0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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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안시현


안시현(19·코오롱). 이 선수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빨간 니트를 입고 출전한 국내파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박희정, 로라 데이비스 등 내노라하는 LPGA 선수들을 당당히 제쳤다. 시종일관 선두를 놓치지 않은 마지막날 경기는 스타가 이렇게 탄생하는 것임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신예답지 않게 흔들림 없는 경기를 펼친 미모의 소녀 안시현.

나는 마지막날 경기를 줄곧 지켜보면서 안 선수를 응원했다. 골프가 서민과는 동떨어진 경기종목이기는 하지만 우연히 채널을 돌린 상황에서 접한 안시현 선수의 깔끔한 경기 운영은 해설자와 아나운서를 즐겁게 하고 나 마저 감동시켰다. 한 때 땅콩 김미현이 보여줬던 쾌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신데렐라 안시현은 이제 올해 마지막 투어대회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여 골프의 본고장이나 다름없는 미국 프로 대회에 2년간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가 거둔 성적은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25만달러) 최종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2언더파 204타로 2위 그룹을 3타 차로 제치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흑산홍어회 한 접시
흑산홍어회 한 접시김규환


꼴지 위성미가 홍어회와 홍어찜이 먹고 싶단다


한편, 여자 골프 신동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위성미. 미국 이름으로 '미셸 위'는 출전 선수 중 꼴찌를 차지했다. '천재소녀’, '여자 타이거 우즈'라는 별칭을 얻었던 천진난만한 위성미는 마지막날 2타를 만회하며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꼴찌탈출에는 실패했다. 고국 무대에 4년만에 나타나 부진을 면치 못했다.

183cm의 훤칠한 키에 미스코리아 어머니 미모를 빼 닮은 하와이 출신 8학년(중학교 2학년)인 위성미. 평소 사교성이 좋고 승부근성이 강한 위성미는 인천공항 입국 시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홍좋사모. 회장 김규환) 회원들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내내 관심을 끌었다.


요지는 "미국에서 뼈 째 즐겨먹던 '홍어회'와 '홍어찜'을 먹고 동대문시장에도 가고 싶다"는 세상에 미끼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 이에 회원들은 직접 인터뷰 할 것을 요청했지만 고심 끝에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그 어린 선수가 한국의 못생긴 아저씨와 대화하다 자칫 경기를 망칠 수도 있다는 작은 배려 때문이었다.

하여튼 홍어(紅魚)하면 어떤 지역의 경우 썩힌 것이라고 해서 쓰레기통에 쳐 박아 버리거나 잔칫집에 갔다가 남몰래 뱉어버리고 마는 것을 이 중학교 2학년 14살 짜리 어린 소녀가 먹고 싶다니! 얼마나 기특한가.

하지만 이젠 보기 좋게 고국 무대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경기를 마쳤다. 어제 끝났으니 이젠 동대문시장으로 올게 빤하다. 그런데 이 소녀 골퍼가 동대문이야 어찌어찌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홍어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상상하면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리지날 흑산 홍어 중 수컷, 경매과정에 있습니다.
오리지날 흑산 홍어 중 수컷, 경매과정에 있습니다.김규환


미셸 위와 홍어찜, 홍어회를 같이 먹고 싶다

일단 부모님께 위 선수를 이렇게 키워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다. 자신의 부모를 낳아준 나라의 전통 음식을 아끼고 즐기는 기특함은 어떤 인기가수의 이중국적 소유와 너무나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나는 '홍좋사모' 회장으로서 우리 회원과 함께 오리지날 홍어를 같이 먹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홍어는 중국산, 일본산, 호주산, 미국산, 우루과이산 등 수도 없이 많지만 칠레 것이 국산홍어에 가깝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산 특히 흑산도 홍어를 맛볼 기회는 매니아 마저 쉽게 접하기 힘들다. 또한 가격마저 비싸다.

그대도 어쩔 거나. 그 어린 소녀가 진짜 홍어를 먹고 싶다는 것을. 오리지날 홍어를 알고 있는 나로서 그냥 눈감고 모른 채 할 수 없어 이 기특한 소녀에게 같이 홍어를 먹기를 제안한다.

지난 1년 동안 100여 차례 홍어요리를 즐긴 바 이젠 홍어빛깔만 보아도 이게 어떤 상태에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고 있다. 홍어찜은 신당동 것이 최고며 홍어회는 감칠 맛, 찰떡 인절미 맛이 나는 흑산도 홍어가 최고인데 '펄랭이'(2~3kg 짜리 작은 것을 현지에서 그렇게 부름)면 또 어떤가.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흑산수협이 운영하는 홍어전문점에 신당동 찜을 공수해와 같이 먹어보자.

바야흐로 옹기에 넣고 푹 삭힌 홍어가 제 맛 나는 철이다.

홍좋사모 회원들이 즐겨먹는 신당동 홍어찜, 소스와 홍어찜 맛이 끝내줍니다.
홍좋사모 회원들이 즐겨먹는 신당동 홍어찜, 소스와 홍어찜 맛이 끝내줍니다.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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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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