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전직 교수들, 김동우 교수 복직 요구 시위

등록 2003.12.14 11:39수정 2003.12.14 15:04
0
원고료로 응원
a 세종대이사장 퇴진과 김동우교수복직요구 집회

세종대이사장 퇴진과 김동우교수복직요구 집회 ⓒ 김동우와함께하는사람

최근 세종대 설립자가 이사장인 아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세종대 대양재단이 민주화의 대세를 외면하고 학교를 독선과 전횡으로 운영해왔다고 주장함에 따라 세종대 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관련
기사
- 세종대 교수의 재임용 탈락과 투쟁

이러한 재단 비리 문제가 터져나옴에 따라 90년 학내 분규 당시 해직됐던 전직 교수들이 재단 비리 이사장 퇴진과 괘씸죄로 재임용에서 탈락된 김동우 교수와 졸업생 및 재학생들이 12월 12일 세종대 정문 앞에서 김 교수 복직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a 2년동안 세종대 정문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김동우 교수

2년동안 세종대 정문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김동우 교수 ⓒ 임순혜

이날 집회에 참석한 90년대 초 해직당한 이원우(응용통계), 오영숙(영문과), 이종일(영문과), 홍근철 전 세종대 교수들은 최근 세종대 대양학원재단을 둘러싼 사태는 "실상 한가족의 문제를 넘어서서 세종대학이 오래 전부터 안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가 표출된 한 사례에 불과하다"며, "그 고질적인 문제가 표출된 또 하나의 사례가 바로 억울하게 교수직을 박탈당한 김동우 교수 건"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예술가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을 저버릴 수 없어 권력자의 불합리한 횡포에 과감히 맞선 김동우 교수를 지지하고, 2년 동안 1인시위를 통해 홀로 투쟁한 것에 동참하기로 약속하며, 재단 이사장 퇴진과 세종대의 민주화를 위해 졸업생, 재학생들과 함께 투쟁할 것"을 천명하였다.

a 세종대이사장 퇴진과 김동우교수복직요구 집회

세종대이사장 퇴진과 김동우교수복직요구 집회 ⓒ 김동우와함께하는사람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해직 교수들은 "세종대학의 부당한 인사조치는 70년대 말과 80년대 말 두 차례에 걸친 학내 사태와 관련해서도 숱한 교수들에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진 폭력 수단이었으며, 재단은 비리를 척결하고 불합리한 학교 운영을 시정하라는 건전한 제의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오히려 교수협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교수들을 군사독재정권의 비호에 힘입어 무더기로 해고한 바 있다"고 하였다.

또한 "김동우 교수의 재임용 탈락에서 드러난 것처럼 민주화의 대세를 외면하고 학교 운영상의 독선과 전횡이라는 병폐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김동우 교수의 재임용 탈락 조치를 철회하고 즉각 복직시키고 교수협의회를 활성화시키며, 재단비리에 관한 문제를 사실대로 밝히라"고 요구하였다.

a 문제의 이사장이  팔등신으로 고치라는 조각 ,<모녀상>

문제의 이사장이 팔등신으로 고치라는 조각 ,<모녀상> ⓒ 임순혜

이원우 전 세종대 교수는 "이 자리에 서니 진리가 무엇인가 이야기하던 그때가 추억으로 생각난다"며 "2년 동안 외롭게 투쟁해 오신 김동우 교수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며 "예술가의 양심과 자존심을 지켜오신 일은 재임용 탈락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생각하며 진심으로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바입니다"라고 말했다.


오영숙 교수는 "그동안 많은 세월이 지났으나 학교 재단의 부조리는 그대로 남아있다. 예술이 삶의 목표이며 제자를 키우기 위해 헌신하신 분을 이런 자리에 있게 한 재단은 그 동안 사학 비리를 고치기보다는 오히려 더 심화시켜 이런 사건을 일으킨데 대해 부끄럽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학교가 보다 더 민주적인 정신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어떻게 육영재단이라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세종대는 학교의 장으로서 큰 일꾼을 키우는 장으로 다시 깨어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 재단은 물러서야 한다"며 "김동우 교수의 복직이 하루 속히 이루어지기 바라며 계속 싸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의 황철민 감독과 김동우 교수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의 황철민 감독과 김동우 교수 ⓒ 김동우와함께하는사람

동문회 회장인 79학번 박춘노(구로동 산돌교회) 목사도 "김동우 교수님이 외롭게 싸우시는 것이 부끄럽다. 잘못된 권력자로 인해 학교가 왜곡되고 있다. 이런 일을 계기로 학교가 합리적으로 올바르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심도있는 논의를 제기하고, 학교 발전을 위해 사심없이 힘을 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의롭고 올바른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격려 발언을 하였다.


'김동우 교수의 대재단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해직 교수들이 낭독한 후, 집회 참석자들은 세종대 총장실이 있는 '집현관'에서 주명건 이사장의 사퇴와 김동우 교수의 복직을 요구하였다.

a 세종대이사장 퇴진과 김동우교수복직요구 집회에서 행진하는 해직교수들

세종대이사장 퇴진과 김동우교수복직요구 집회에서 행진하는 해직교수들 ⓒ 김동우와함께하는사람

집현관에서의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학교 내를 행진하며 "주명건 이사장 물러나라!" "세종대 민주화 만세!" "김동우 교수를 복직하라!" "대양재단 몰아내고 민주대학 건설하자!" "민주대학 건설 투쟁!" 등 구호를 외쳤다.

90년대 총학생회장이던 정헌철씨는 세종대 도서관 앞에서 후배들에게 "지난 90년 많은 학생들이 유급되고 여기 계시던 교수님들이 해직되셨다. 10여 년이 지났으나 세종대는 하나도 안 변했다. 졸업생들도 학교에 관심 갖고 발언하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겠다"며 재학생들도 세종대 민주화와 김동우 교수 복직을 위해 함께 투쟁할 것을 호소하였다.

a 교내에 걸린 플래카드

교내에 걸린 플래카드 ⓒ 김동우와함께하는사람

최근 세종대는 대양학원 설립자 내외(주영하, 최옥자)가 장남이자 현재 재단 이사장인 주명건 이사장의 비리를 폭로하면서 재단 내 권력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직 교수들은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주명건 이사장은 사퇴하고 민주적인 재단이 새로이 구성되고, 세종대가 명실상부한 민주대학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해직 교수들과 민주 동문회, 졸업생, 재학생과 함께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설립자 주영하, 최옥자 내외는 11월 29일 세종대 교직원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아들 주명건 이사장의 ▲ 이사장직 불법 수행 ▲ 경제학박사학위 허위취득 ▲ 수익사업체 회계 부정 ▲ 학내 분규 도덕적 책임 ▲ 6억5천만원의 연봉 등을 폭로했다.

주영하, 최옥자 부부는 공개서한에서 "아들이 저지른 엄청난 비리를 알고, 대양학원 설립자로서 또 그의 부모 입장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후 재단 산하의 모든 공직에서 사퇴할 것"을 경고했지만 이사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폭로까지 오게 됐다고 경위를 밝혔다.

김동우 교수의 대(對)재단 투쟁을 지지하는 세종대 해직교수 성명서

▲ 교내를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는 해직 교수들
ⓒ김동우와함께하는사람들

현재 세종대학교는 대양학원재단의 주명건 이사장과 그의 부모 및 남매 간에 벌어지고 있는 낯뜨거운 재단 경영권 쟁탈전으로 분규의 회오리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이 쟁탈전은 실상 한 가족의 문제를 넘어서서 세종대학이 오래 전부터 안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가 표출된 한 사례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고질적인 문제가 표출된 또 하나의 사례가 바로 억울하게 교수직을 박탈당한 김동우 교수 건이다.

주지하다시피, 김동우 교수는 2년 전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세종대 재단으로부터 재임용 탈락되었다. 그 실질적인 이유는 김 교수가 창작한 조각작품에 대한 주명건 이사장의 몰감각한 개작 요청을 김교수가 거절한 데 있었다. 김 교수는 신분상의 불이익을 당할 위협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을 저버릴 수 없어 권력자의 불합리한 횡포에 과감히 맞선 것이다.

세종대학의 부당한 인사조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70년대 말과 80년대 말 두 차례에 걸친 학내 사태와 관련해서도 숱한 교수들에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진 폭력수단이었다. 당시 교수들은 교수협의회를 통해 비리를 척결하고 불합리한 학교 운영을 시정함으로써 참된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재단 측에 건의한 바 있으나, 재단은 이 건전한 제의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오히려 교수협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교수들을 군사독재정권의 비호에 힘입어 무더기로 해고한 바 있었다. 그리고 그 저의는 남아 있는 교수들로 하여금 올곧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재단에 순종하도록 만들려는 데 있었다.

80년대 말의 학내 사태와 관련하여 해직된 우리들은 그동안 먼발치에서나마 한때 몸담았던 정든 학교가 우리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삼아 발전하기를 기구해왔다. 그러나 세종대학은 외견상으로 덩치가 커진 것과는 달리 이번 김동우 교수의 재임용 탈락에서 드러난 것처럼 민주화의 대세를 외면하고 학교운영상의 독선과 전횡이라는 병폐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학교 재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충정 어린 건의를 하는 바이다.

첫째, 재단은 김동우 교수의 재임용 탈락 조치를 철회하고 즉각 복직시켜라.
둘째, 재단은 교수들의 건전한 의사를 수렴할 수 있도록 교수협의회를 활성화시켜라.
셋째, 재단은 이번에 불거진 재단비리에 관한 문제를 사실대로 밝혀라.

2003년 12월 12일

세종대 해직교수 오영숙, 이원우, 고(故)김형근, 이종일, 홍근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4. 4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5. 5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