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언제까지 연행만 할 건가

집회중인 이주노동자 또 연행...이주노동자·노조원· 학생 등 10여 명 크게 부상

등록 2004.02.18 17:48수정 2004.02.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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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출입국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이주노동자들의 집회에 난입해 네팔 출신의 이주노동자 한 명을 연행하고, 십 여 명의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들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양천구 목동 서울 출입국 관리소 앞에서는 이주노동자 70여명과 외환카드 노조원 등 120여명이 출입국 사무소의 표적연행에 항의하며 이주노동자들의 단식을 알리기 위해 모여 있었다. 이 날 집회가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되고 마무리 하려는 순간, 100여 명의 전투경찰이 대기중이던 버스로 달려가 가는 길을 막아섰고, 30명 정도의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5-6명씩 떼를 지어 집회 참가자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a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이주노동자와 집회 참가자들을 끌어내고 있다.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이주노동자와 집회 참가자들을 끌어내고 있다. ⓒ 평등노조 이주지부

아수라장이 된 집회장에서 출입국 직원들은 “이 **놈들 이리 나와”라는 등의 욕설과 폭행을 했고, 전투경찰들은 “우리는 버스만 못타게 하면 돼”라며 출입국 직원들을 도왔다.

이 날 집회에 참석한 외환카드 노조원들의 도움으로 버스로 가는 통로가 마련되었지만, 실랑이는 약 30여분 동안 계속되었고, 이 과정에서 네팔 이주노동자 굽다씨와 독일인 크리스티앙이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에게 끌려가고, 십 여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크게 부상 당했다.

방글라데시인 라주씨는 팔이 빠졌으며, 네팔인 이숄과 아노와르씨는 다리를 심하게 다쳤고, 투쟁단의 하십씨는 가슴을 심하게 다쳐 호흡곤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최영환 상담팀장, 투쟁단에 식사를 제공하던 ‘투쟁과 밥’소속 한국인 한 명과 외환카드 노조원 다섯 명도 심하게 다쳤고, 그 중 한 명은 병원으로 실려 간 후 밤 늦게 퇴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현장에는 기자 10여명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출입국 직원들은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출입국 직원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땅에 밀어뜨려 안경과 카메라가 땅에 떨어졌으며, 몸에 멍이 들기도 했다.


a 전투경찰들이 버스로 가는 길을 차단 한 가운데, 출입국 직원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투경찰들이 버스로 가는 길을 차단 한 가운데, 출입국 직원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 평등노조 이주지부

이 날 시작한 이주노동자들의 무기한 단식투쟁에는 지난 1월 7일 방글라데시 대사관 앞에서 폭력 연행되어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감금되 있는 케비와 헉씨, 그리고 이 달 15일 혜화동에서 표적연행되어 여수 외국인 보호소로 이송된 샤멀타파 지부장을 포함한 7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명동성당 이주노동자 투쟁단에서는 마슘, 마문(방글라데시), 카지만, 라디카(여, 네팔)씨가 참가하고 있다.

이 날 현장에 나와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을 인솔한 한 담당자는 “버스 기사를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고, 지휘를 하는 한 책임자는 한 쪽 구석에서 경찰 담당자에게 “왜 일을 그렇게 했냐”며 이주노동자들의 퇴로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것을 질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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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지부장 연행 항의 집회 열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신청했으나, 책임자는 이를 무시하고 경찰 지휘관과 함께 전투 경찰버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편 법무부가 2월 동안 사업주 중심의 단속을 실시하고 이주노동자들은 단속되더라도 풀어주어 자진출국을 유도하겠다고 밝힌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농성단의 샤멀타파 지부장을 표적연행하고, 또 다시 합법적인 집회에 폭력을 행사해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a 경찰에게 '출구차단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을  질타하던 출입국 관리소 책임자가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다.

경찰에게 '출구차단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을 질타하던 출입국 관리소 책임자가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다. ⓒ RTV 시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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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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