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위, 호텔리베라 위장폐업·부당해고 인정

"173명 즉시 원직복직시키라"... 정상화 가능성 높아져

등록 2004.11.19 18:01수정 2004.11.2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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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호텔리베라의 위장폐업과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인정, 173명의 해고노동자들을 즉시 원직 복직시키라고 결정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위원장 이영세. 이하 지노위)는 19일 오전 호텔리베라 노동조합 박홍규 위원장 등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건'에 대해 이같은 판결명령을 내렸다.

지노위는 "사측이 노동자 173명에게 2004년 7월 31일 행한 해고는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한다"며 "회사는 173명을 즉시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중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결정했다.

지노위는 명령서에서 총 11가지의 이유를 들어 "호텔리베라의 폐업은 노조활동을 와해시키기 위한 위장폐업으로 보이며, 따라서 폐업을 이유로 한 해고처분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노위가 제기한 부당해고의 이유는 ▲호텔리베라가 그동안 부당노동행위를 행하여온 사실이 있는 점 ▲폐업에 임박해서 일용직 40여명을 고용한 점 ▲같은 그룹 내 타 회사가 연간 적자 폭이 2배에 달함에도 폐업하지 않고 있는 점 ▲누적된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 노조의 장기파업이 아니라 회사의 자본금이 적고 차입금 등으로 인한 부채의 비율이 높음에 기인한다는 점 ▲국정감사에서 사측 대표가 '개장하면 위장폐업이라 하니 환장할 노릇입니다'라고 진술한 점을 보아 사실상 폐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거나 사업을 재개할 의사를 내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이다.

지노위는 또 "주식회사 신안관광(호텔리베라서울)과 주식회사 신안레져(호텔리베라유성)는 2002년 10월 분할되었지만 사실상 동일한 경영주체에 의한 동일한 사업체로 보여지는 바, 동일한 사업체일 경우 이 중 하나를 폐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업의 일부를 축소한 것에 해당할 뿐 사업전체의 폐지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회사의 폐지를 전제로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해고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나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이 이러한 지노위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고,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도 불복할 경우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이번 결정이 곧 회사정상화로 이어질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하지만 지난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용하 대표이사가 호텔정상화를 약속한데 이어, 오늘 지노위가 호텔리베라의 위장폐업을 인정하고 해고노동자들의 원직복직을 명령함에 따라 호텔리베라의 정상화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민주노동당대전광역시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호텔리베라 박홍규 노동조합위원장 등 173명이 제기한 사측의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 원직복귀 명령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로 그동안 사측이 경영상의 이유로 인해 폐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 항변이 거짓이었고, 사실은 노동조합 와해를 위해 지역 경제를 볼모로 저지른 위장폐업이었음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당은 이어 "사측은 이제 장기간 끌어온 호텔리베라 사태가 조속한 시일 내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해야할 때"라며 "아울러 기업의 경영권을 무기로 한 노동조합 탄압을 근절하기 위해 경영주들의 낡은 노사관계관의 재정립이 필요하고 국회에서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측도 노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일문일답] 호텔리베라노동조합 박홍규 위원장

▲ 호텔리베라노동조합 박홍규 위원장
ⓒ오마이뉴스장재완
- 어제 국회에서 사측이 정상화를 약속한데 이어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위장폐업을 인정하여 원직복직명령을 내렸는데 소감은?
"너무 기쁘다. 지난 153일 동안 힘들게 싸워왔는데 결국 우리들의 단결된 힘으로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회사의 정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우선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회사의 대표가 국회 상임위에서 12월 9일 이전에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고, 또한 오늘의 판결로 더욱 명확해 졌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정상화를 위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우선은 오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의 입장을 밝히고, 사측과 대화를 통해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일 생각이다.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면 사측과 협의해서 감내할 각오다."

- 정상화 된다고 해도 그동안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 쉽게 아물지 않을텐데.
"이렇게까지 오게된 가장 큰 원인은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측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노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앞으로 그동안 깨어졌던 상호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긴 시간동안 싸워오면서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우선 200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싸워왔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또한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 등 지역의 동지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그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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