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시민단체 "한광학원은 사학비리 전형"

23개 단체 13일 연대투쟁 결의...전교조 교사들 학내 천막농성 돌입

등록 2005.03.14 19:59수정 2005.03.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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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시민단체 기자회견 모습.

시민단체 기자회견 모습. ⓒ 전교조 평안사립지회

새해 들어 학교장 경력조작 등 비리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경기도 평택의 사학재단인 한광학원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지역 시민단체들이 연대투쟁을 결의해 사학문제가 지역사회 쟁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등 평택안성지역 23개 단체로 구성된 '민주적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평택안성 지역본부'는 13일 오후 평택시 비전2동 H여고 정문 앞에서 '한광학원 정상화 촉구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한광학원 정상화를 위한 연대투쟁을 선언했다.

이날 한광학원에 근무하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기자회견 직후 민주적인 학원운영을 요구하며 교내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학내투쟁에 나섰다.

각종 비리의혹·인사전횡 등 지적, 정상화 위한 연대 결의

전교조 소속 교사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70여명의 참석자들은 회견에서 한광학원의 각종 비리의혹과 인사전횡 문제 등을 집중 성토한 뒤 학원 정상화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특히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한광학원은 △경력조작 및 성적조작 △파행적 인사 △부당 노동행위 △징계권 남용 △회계장부 조작 의혹 등 사립학교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온갖 병폐들을 안고 있는 사학비리의 전형"이라고 규정, 교육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어 "지난 94년과 2001년 두 차례의 학내 분규를 겪는 과정에서 전교조를 비롯한 수많은 지역단체들이 학원민주화를 요구하고, 합의까지 도출했으나 학원 측은 합의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학생과 교사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따라서 "이런 비민주적 관행들을 척결하기 위해 전교조 한광분회가 지난 2월 23일 학교 앞 피켓시위를 시작한 데 이어 3월 2일부터 릴레이 1일 단식투쟁을 전개했으나 학원 측은 대화거부와 또 다른 교권탄압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날 재단 측의 부당 전보조치 등 인사권 전횡과 징계권 남용 등이 도마에 올랐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8일 H여고 학생들의 집단 수업거부 사태를 빚은 3학년 국어 담당 진아무개(50) 교사의 직위해제 조치를 비난하고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학원비판 교사 직위해제·전교조 교사 부당 전보 강요"

전교조 한광분회에 따르면 H여고 측은 진 교사가 지난해 9월 한광분회 홈페이지에 학교장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지난 7일 진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수업중단 조치를 취했다.

이에 진 교사는 학교 측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지난 8일 학교에 출근해 2교시 수업을 진행했고, K교감 등이 교실로 찾아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폭언을 하며 교실 밖으로 끌어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목격한 3학년 학생 350명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현관 앞에 모여 학교 측의 진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철회와 학내비리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2시간동안 항의농성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원 측의 부당한 인사전횡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교조 측에 따르면 한광학원 산하 4개 남녀 중·고교에서 지난 2월 16일 42명의 교사들에 대해 학내 전보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전교조 측은 "학원 측이 지난해 11월 말 산하 4개 학교 전체 교사들을 대상으로 '전보 희망원'을 받았는데, 전보를 희망하지 않는 교사들을 교장이 개별적으로 불러 희망원 작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교사들이 학교 측의 집요한 회유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억지로 희망원을 작성했고, 결국 조합원 11명이 부당 전보조치 됐다는 게 전교조 측 주장이다.

a 전교조 한광분회가 설치한 천막농성장.

전교조 한광분회가 설치한 천막농성장. ⓒ 전교조 평안사립지회

전교조 측은 따라서 "이런 부당 전보는 교원노조와 경기도교육청이 2003년 체결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 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2003년 단체협약 제3장 제9조 5항은 '사립학교의 경우 원칙적으로 본인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인사는 하지 않도록 하며, 재단 내 전보인사는 교사본인의 서면동의에 의해 실시되도록 행정지도 한다'고 규정돼 있다.

시민단체 "이번엔 재단 전횡 끝장내고 민주학원 건설하자"

이날 참석한 시민단체와 노동계 대표들은 연대사를 통해 학원 측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연대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은우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그동안 많은 시민단체와 교사들이 한광학원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지만 재단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 "이번에는 학생·교사·동문들과 시민단체들이 함께 재단의 전횡을 끝장내고, 민주적 학원을 건설하자"고 강조했다.

또 이상무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은 "비리문제를 보며 학생들이 무얼 느끼고 발전할 수 있겠느냐"면서 "민주노총은 시민단체와 연대투쟁을 통해 한광학원의 비리척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최한상 전교조 경기지부 사립위원장은 "사학은 예산의 99%를 국민세금과 학부모에게 의존해 재단 전유물이 아니다"며 "그러나 재단은 겨우 몇 백만 원 내놓고 수십 명의 교사들에게 전보를 강요하는 등 부당 인사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따라서 "학교 운영위원회에 외부 인사가 들어가면 재단 측이 맘대로 장난을 치지 못하고 비리학원도 나오지 않는다"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달라"고 주장했다.

H고 출신으로 17년째 H고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김진훈 전교조 평택안성사립지회 한광분회장도 "재단 측의 문제에 대해 학교관리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전교조 교사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있다"며 "한광학원 정상화를 위해 함께 싸워나가자"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광학원에 근무하는 전교조 소속 교사 10여명은 학교 측과의 마찰 끝에 12평 크기의 농성천막을 설치했다. 파란색 천막 위에는 '무자격 교장 퇴진' '부당 인사 철회 노조탄압 중지' 등의 구호가 적힌 펼침막이 둘러쳐졌다.

이번 천막농성에는 한광학원 산하 4개 남녀 중·고교에 근무하는 전교조 한광분회 소속 교사 33명이 매일 6명씩 조를 편성해 참여하게 되며, 이들은 학원 정상화 대책이 나올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일 방침이다.

김진훈 한광분회장은 "천막농성을 벌이면서 학원 측과 대화노력은 계속 하겠다"면서 "특히 3월 14일부터 실시될 경기도교육청의 특별감사를 지켜본 뒤 만약 솜방망이 감사결과가 나올 경우 지역시민단체들과 함께 강력한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학원 측 "진 교사 품위손상 직위해제...천막농성 대응 않는다"

한편 H여고측은 교사 및 학생들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있다.

K교감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진아무개 교사 직위해제 조치와 관련해 "진 교사는 인터넷에 3건의 게시물을 올려 재단과 학교장을 비방하는 등 교사로서 품위를 손상해 징계 전 단계로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며 "오는 22일 열릴 예정인 징계위원회에서 징계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진 교사의 게시물 가운데 2건은 경찰조사결과 진 교사가 올린 것으로 확인됐으나 지난 2월에 문제가 된 게시물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히고, "지난 8일 진 교사의 수업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는 전교조 측이 주장하는 부당 전보인사와 관련해 "2003년 단체협약은 전교조와 경기도교육감이 체결한 것이지, 재단 이사장과 체결한 것이 아니므로 지켜야 될 의무가 없다고 본다"며 "전교조 측의 천막농성도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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