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학원 무자격 교장 임용·급여 횡령"

최순영 의원실 조사결과 발표...전직 H고 행정실 관계자 등 증언도 나와

등록 2005.02.03 20:00수정 2005.02.04 11:38
0
원고료로 응원
최근 회계결산서 조작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평택의 사립학교 재단인 한광학원(이사장 송희철)이 자격요건이 부족한 교사를 H여고 학교장에 임용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학원은 문제의 교장이 실제로 근무하지도 않았는데도 7년여 동안 허위로 H고 교사로 등록해 월급을 지급했으며, 감독기관인 경기도교육청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일부 부당 지급된 급료만 환수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한광학원이 운영하는 남녀 중·고교 4곳 가운데 남녀 고교 2곳의 회계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은 3일 "한광학원에 대해 추가조사를 하던 중 H여고 교장의 경력위조와 국고횡령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2005년 10월] 평택 사립고 ' 무자격 ' 교장, 9년만에 자격 박탈


a 지난 98년 10월 H고 서무과장으로 근무했던 황모씨가 경찰조사에서 작성한 자술서. 밑줄친 부분이 H씨가 92년 3월부터 93년 5월까지 대학원진학으로 수업에 임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지난 98년 10월 H고 서무과장으로 근무했던 황모씨가 경찰조사에서 작성한 자술서. 밑줄친 부분이 H씨가 92년 3월부터 93년 5월까지 대학원진학으로 수업에 임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 최순영 의원실 제공


유령교사로 등록 7년여 동안 월급 지급

최 의원 측 제보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광학원 산하 H여고 교장인 H씨는 초·중등교육법 상 교장자격기준 9년의 교육 경력을 인정받아 96년 9월 1일자로 재단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경기도교육청에서 교장임용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H교장의 교사 임용 이후 교육경력 11년 6개월(85년 3월 2일~96년 8월 31일) 가운데 85년 3월부터 93년 5월까지 7년 2개월(87년 제외) 동안은 재단 산하 H고교에 실제 근무도 하지 않은 채 '유령교사'로 등록해 놓은 허위경력인 것으로 전해졌다.

a H고에 근무했던 교사 5명이 H씨가 85년 3월부터 94년 5월까지 H고에 근무하지 않았다고 연대 서명한 사실확인서.

H고에 근무했던 교사 5명이 H씨가 85년 3월부터 94년 5월까지 H고에 근무하지 않았다고 연대 서명한 사실확인서. ⓒ 최순영 의원실 제공

실제로 H씨의 '유령입사' 동기인 A씨는 전화통화에서 "내가 85년 3월 H고에 발령을 받아 근무할 당시 H씨를 2년 동안 전혀 보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출근부나 명렬표에 H씨의 이름이 등재돼 있어 내부적으로 말들이 많았다"고 증언해 최 의원 측 주장을 뒷받침했다.


A씨는 또 "H씨가 87년에 시간강사처럼 가끔씩 학교에 들른 적은 있으나 그 이후에는 보지 못했으며, 학교에 근무하지 않는 기간은 대부분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H씨가 '유령교사'로 등록한 H고교는 당시 부친인 H씨(현재 미국 하와이 거주)가 교장으로 재직했으며, 특히 H씨는 '유령교사'로 등록된 기간동안 학교당국에서 꼬박꼬박 월급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2년 10월부터 96년 12월 말까지 H고교 행정실 경리계에 근무했던 B씨는 "매달 회계담당 정아무개씨와 함께 당시 상업은행 평택지점에서 무통장 입금을 통해 H씨의 계좌로 월급을 송금했다"며 "계좌를 조사하면 쉽게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H씨는 89년 3월부터 90년 12월까지 약 2년 동안은 시간 강사였던 C씨를 내세워 주당 18시간씩 대리수업을 하도록 한 뒤 C씨의 시간강사 경력을 가로채 자신의 경력에 포함시켰다는 증언도 나왔다.

H씨를 대신해 89년 3월부터 90년 12월까지 시간 강사로 근무했던 C씨는 "주변에서 시간강사 자리가 나왔다고 소개해 주당 6시간을 수업하기로 하고 H고에 들어왔다"면서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H씨의 대리교사였고, 89년 6월경 당시 H교장도 터놓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C씨는 이어 "H교장이 자리가 나면 정규교사로 발령을 내겠다는 약속에 89년 6월부터 주당 18시간 동안 대리수업을 했다"면서 "그러나 내가 근무한 시간강사 2년의 경력은 H씨의 경력으로 합산됐고, 강사료는 월 30만원씩 H교장이 개인적으로 불러 지급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눈 먼 감사' 비호의혹 받아

그러나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 감독관청인 경기도교육청은 2001년부터 H고의 많은 교사들과 동문들로 구성된 이른바 '한광학원 바로 세우기 추진위원회'(이하 한바추)에서 수차례 진정을 했지만 소극적인 대응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호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경기도교육청은 불법 인건비지출인 국고포탈 혐의에 대해 한바추를 비롯한 평택지역 교원단체 등의 민원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해오다 경찰수사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H교장의 월급으로 부당 지급된 국고횡령부분 가운데 일부분인 1649만 4870원만을 환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경찰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91년까지 지급된 월급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92년 3월부터 93년 5월까지 15개월분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이 환수조치한 금액은 7년여 동안 부당 지급된 H씨의 월급 가운데 1년 3개월 치에 해당하는 것에 불과하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지방재정법 상 채권시효(5년)가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환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세공과금 등을 모두 공제한 것으로 국가가 개인의 연금 세금 의료보험료를 대신 지급했다는 지적과 함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 부당하게 집행된 국고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H씨가 H고의 유령교사로 등록했던 기간에 대한 교육경력 인정과 관련해서도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됐지만 확인결과 이상이 없다며 종결 처리하는 등 상식 밖의 태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건의 감사요구 진정민원이 접수돼 모두 민원인에게 처리 후 통보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부당 지급된 국고금은 지방재정법 상 시효가 5년으로 돼 있어 모두 환수조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한광학원은 4개 남녀 학교와 재단까지 모두 5군데에 이르는 등 규모가 방대해 당초 감사일정을 2월에서 4월로 늦췄다"면서 "이번에 종합감사를 벌여 문제점이 드러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H씨의 교장경력과 관련해 중등교육과 학사계 관계자는 "지난 96년 9월 당시 H교장이 교육경력자로 인정돼 교장임명 신청을 승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만약 허위 경력 등으로 자격에 문제가 있을 경우 교장자격 박탈 대상이다. 문제가 있다면 확인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조사 과정도 문제점 많다"

최순영 의원실은 H씨의 부정행위에 대한 경찰의 조사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98년 10월 행정실 직원이 경찰조사에서 상업은행 평택지점을 통해 매월 H씨의 급여를 무통장 입금한 사실을 증언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조사과정에서는 당시 H고교 교장이었던 H씨의 부친을 '교부사취' 혐의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사건 당사자인 H씨에겐 무혐의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최 의원 측은 "H교장의 교직경력 중에서 실제 근무를 하지 않은 기간을 제외하면 그 당시 교직경력은 9년의 교장자격요건에 턱없이 부족해 교장으로 승인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교직경력 미달자에게 경기도교육청은 교장자격을 승인한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 측은 따라서 "당시 담당 책임자의 직무유기는 물론 교장자격 관련 공문서 위조까지 철저히 그 진상을 밝혀 과거의 잘못을 반드시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 측은 또 "지난 1월 20일 한광학원 학교회계부정의혹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이 애초 약속했던 특별감사 일정(2월 14일)을 4월로 연기했다"면서 "회계비리 의혹에 대해 특별감사를 늦추는 일은 또 다른 회계조작을 낳도록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경기도교육청은 조속한 시일 내에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당국자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 음해"

이번 교육경력 문제와 관련해 H여고 교장 H씨는 3일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H여고 김아무개 교감은 "요즘 별것도 아닌 사항을 가지고 음해를 하는 경우가 있어 교장 선생님이 여러 가지 신경을 많이 쓰신다"면서 "최순영 의원 측이 홈페이지에 무슨 자료를 냈는지 모르겠으나 집안단속부터 잘해야 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검찰은 '한바추'가 이 문제를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 99년 2월 H고 전 교장이었던 H씨를 사기죄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했으며, 현 교장인 H씨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수원을 비롯해 경기지역 뉴스를 취재합니다. 제보 환영.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