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꽃 도자기꽃 탈꽃이 피었네요

[사진에세이] 전통문화 일번지, 인사동 속으로 ①

등록 2005.04.05 01:59수정 2005.04.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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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봄나들이를 갔습니다. 봄꽃이 앞 다투어 피어나는 야외가 아닌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인사동 거리로….

인사동에는 한지꽃, 도자기꽃, 부채꽃, 탈꽃, 붓꽃, 짚신꽃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온갖 봄꽃들이 활짝 피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전통문화의 봄꽃 말입니다.


곱게 피어 있는 한지색등, 마치 봄꽃 같고 새악시 같다.
곱게 피어 있는 한지색등, 마치 봄꽃 같고 새악시 같다.김형태
오늘날 인사동 거리는 안국동 사거리에서 인사동 사거리를 지나 종로 2가의 탑골공원 앞까지를 말합니다. 그러나 옛날의 인사동 길은 관훈동까지 올라가지 않고 종로에서 인사동 사거리 즉 태화관길과 만나는 곳까지였다고 합니다.

옛날 이 거리에는 전통 문화 예술품을 취급하는 가게와 화랑 대신 유명한 가구점과 병원, 그리고 규모가 제법 큰 전통한옥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사동 거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해방 직후 우리의 민속예술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부터라고 합니다.

거기에 1970년대 초 최초의 근대 상업화랑인 현대화랑이 문을 열면서 곳곳에 화랑과 표구점, 필방, 고미술 관련 상가들이 모여들면서 차츰 전통문화의 거리로 자리 잡아가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인사동의 명칭은 조선시대 한성부의 관인방(寬仁坊, 방(坊)이라 함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수도의 행정구역 명칭의 하나로 성 안의 일정한 구획을 일컫는 것임)과 대사동(大寺洞)에서 가운데 글자인 인(仁)과 사(寺)를 따서 부른 것이라 합니다.

전통문화 일번지, 인사동 거리로 들어가 보자.
전통문화 일번지, 인사동 거리로 들어가 보자.김형태
서울시내에서 보기 드물게 전통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는 인사동은 안국동 사거리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초입에 관광안내센터가 있고 여기서부터 인사동임을 알리는 ‘인사동 표지’가 있습니다.


부채와 꽃의 만남,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는 듯하다
부채와 꽃의 만남,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는 듯하다김형태

아름다운 봄꽃의 우아한 자태와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기는 어느새 나비 한 마리를 부르고...
아름다운 봄꽃의 우아한 자태와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기는 어느새 나비 한 마리를 부르고...김형태
인사동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곱게 채색된 부채였습니다. 화가의 마음을 직접 붓으로 그려 넣은 듯한 여러 종류의 예쁜 부채와 우리나라의 산수를 고스란히 담은 부채 등 참으로 다양한 모양과 색깔과 무늬의 부채가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탈, 갓 등 전통적인 것들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었네
탈, 갓 등 전통적인 것들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었네김형태

둘째 녀석은 어느새 마치 자기가 홍길동이라도 되는 듯 초립동이가 되어 있었다.
둘째 녀석은 어느새 마치 자기가 홍길동이라도 되는 듯 초립동이가 되어 있었다.김형태
인사동은 살아 있는 전통문화의 거리에 걸맞게 붓, 벼루, 초립, 갓, 연, 물레, 삼태기, 절구, 짚신, 고무신 등 각종 우리 전래 생활용품에서부터 도자기, 보석류, 한지 공예품, 전통 문양이 새겨진 그릇, 아름답게 수놓은 책갈피 및 여러 가지 전통 모양의 열쇠고리 등 장신구, 한국적인 자태를 자랑하는 한복, 노리개, 민속가구까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로 꽉 차 있어, 마치 민속박물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앙증맞은 토속인형들이 바라보는 이를 동심으로 돌려놓고 있었다.
앙증맞은 토속인형들이 바라보는 이를 동심으로 돌려놓고 있었다.김형태
아내는 아까부터 한지와 인형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두 사내 녀석은 거북선 모형과 전통 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한복을 곱게 입고 있는 작은 인형들을 보더니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것이라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동심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석염등 공예, 우리 장인들은 소금도 한 떨기 꽃으로 승화시키고...
석염등 공예, 우리 장인들은 소금도 한 떨기 꽃으로 승화시키고...김형태
내가 곱디고운 한지 등과 염석 등에 매료되어 있는 사이, 아내는 앙증맞은 토속인형들을 한참 바라보더니, 그 중에서 둘을 골라 아들 녀석들에게 하나씩 선물로 안겨주었습니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어깨동무하듯 조화롭게 어우러진 화랑들과 한 집 건너 마주치게 되는 필방, 화방이며 고서적,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질박한 민속공예품이며 전통 그림, 소장품, 수공예품, 골동품들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동백꽃 닮은 빨간 모자를 눌러 쓴 거리의 악사는 종달새처럼 봄을 노래하고...
동백꽃 닮은 빨간 모자를 눌러 쓴 거리의 악사는 종달새처럼 봄을 노래하고...김형태
또한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리 공연과 거리의 악사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했다면, 전통 찹쌀호떡, 옥수수, 찐빵, 한과, 엿, 솜사탕 등은 우리의 입을 즐겁게 했습니다.

가래떡 익힐랴, 옥수수 손보랴, 군밤 돌보랴 정신없이 바쁜 아주머니...
가래떡 익힐랴, 옥수수 손보랴, 군밤 돌보랴 정신없이 바쁜 아주머니...김형태
이밖에도 주인장이 직접 담갔다는 모과차, 대추차, 배숙, 산수유차 등을 마시며 다향과 가야금 선율을 즐길만한 전통찻집, 한정식집과 전통주점 등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인사동 거리에는 이처럼 전통문화 관련 업소가 88%나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고나 할까요? 겨울빛 고층빌딩으로 둘러싸인 4대문 안에서 그나마 시골장터 같은 인사동 거리가 있어 마음이 봄햇살 앞에 선 것처럼 얼마나 따뜻한지 모릅니다. 인사동 거리는 고향마을의 정자나무요, 옛날 주막과 같은 장소입니다.

덧붙이는 글 | 뒷 기사가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뒷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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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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