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오아시스, 인사동에 빠지다

[사진에세이] 전통문화 일번지, 인사동 속으로 ②

등록 2005.04.07 23:20수정 2005.04.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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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조상들은 힘든 지게를 선택했을까? 자연을 정복하기보다는 자연의 일부가 되고자 함인가?
왜 우리 조상들은 힘든 지게를 선택했을까? 자연을 정복하기보다는 자연의 일부가 되고자 함인가?김형태
길모퉁이를 도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조그만 지게였습니다. 그 지게가 제게는 유난히 크게 보였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빈 지게

고향집 외양간 옆
아버지의 빈 지게가 우두커니 앉아있다
금방이라도 아버지 등에 업혀
불끈 일어설 것 같은 지게……
나는 한번도 아버지 등에 업혀보지 못했거늘
너는 평생을 아버지 등에 업혀서 살았구나
아버지는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한 것일까?
너의 어디가 좋아 그렇게 노상 업고 다녔을까?
나도 아버지처럼 너를 업어본다
그러나 네 무게에 짓눌려 일어날 수가 없구나
아버지의 땀방울을 하늘 가득 짊어진 너
너는 결코 빈 지게가 아니었구나

평생을 지게와 함께 사시다 마흔 여덟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아버지…. 지게만 보면 가슴이 짠해오고, 아버지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흐르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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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인사동에 가면 늘 뜻밖의 공연으로 행복하다김형태
인사동 거리는 늘 같은 모습이면서도 다른 모습입니다. 있어야 할 것은 늘 그 자리에 있되, 때때로 뜻밖의 선물을 안겨주니 말입니다. 오늘이 그렇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멋진 노래 공연도 보았고, 무엇보다 기생 분장을 한 여인을 만나 운좋게 그 여인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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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과 사람 중에 인형이 예쁜가요? 아니면 기생 옷차림을 한 사람이 더 예쁜가요?김형태
인사동은 정말 서울의 오아시스입니다. 토끼와 사슴이 목이 마르면 옹달샘을 찾아 내려오듯 가슴이 모래밭처럼 메마르면 저도 몰래 이곳을 찾아 목 대신 마음을 축입니다.

우리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하는 곱디 고운 한지와 그 공예품
우리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하는 곱디 고운 한지와 그 공예품김형태
인사동 전통문화 거리는 이렇게 이미 서양문화에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그나마 우리 전통의 것을 한껏 느끼게 해주고, 어른들에게 동심과 향수에 젖게 할 뿐만 아니라 숨가쁘게 달려온 그 간의 삶을 한 번쯤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서울의 쉼터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볼수록 귀엽고 깜찍한 꼬마인형, 어느새 바라보는 사람도 동심으로 돌아가고...
볼수록 귀엽고 깜찍한 꼬마인형, 어느새 바라보는 사람도 동심으로 돌아가고...김형태

한지등 아래 토속적인 인형들은 오손도손 마냥 행복해 보이고...
한지등 아래 토속적인 인형들은 오손도손 마냥 행복해 보이고...김형태
어린 세대들에게는 선조들의 옛 생활용품을 통해 우리 문화의 뿌리를 알게 되는 현장학습, 체험학습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전통 엿과 찹쌀호떡도 먹어보고, 한지와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도 지켜보고, 잔칫날 떡을 치는 흥겨움을 직접 맛보며, 등잔불과 짚신, 곰방대, 갓 등 옛사람들이 사용한 생활도구들을 직접 대하고 만져봄으로써 한국인의 원형질을 확인하는, 진정한 한국인으로 거듭나는 소중하고도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인 것입니다.

말 그대로 호떡집이 불났다! 어린 시절의 그 향수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끝이 안보이고...
말 그대로 호떡집이 불났다! 어린 시절의 그 향수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끝이 안보이고...김형태

덩달아 엿장수 아저씨도 신이 나고, 가위도 춤을 추고...
덩달아 엿장수 아저씨도 신이 나고, 가위도 춤을 추고...김형태
지금의 인사동 거리는 솔직히 어른 걸음으로 10분 정도면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짧은 거리입니다. 그러나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과거와 현재를 음미하자고 한다면 하루도 부족할 것입니다.

높다란 곳에 올라 인사동 거리를 바라보니,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가게 하나하나가 꽃이요, 또한 사람들 하나하나도 꽃으로 보입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그냥 지나가는 나그네나 내국인이나 외국인 할 것 없이 하나 하나가 모두 꽃입니다. 흐드러지게 만개한 봄꽃 앞에서 마냥 봄볓처럼 얼굴과 마음이 흐뭇해졌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돌아다니고 구경을 하였는지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나 땅거미가 깔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픈 다리도 쉬게 할 겸 한 토속음식점에 들어가 만두와 칼국수로 요기를 하였습니다.

음식점 주인에게 듣자니, 1987년부터 시작된 인사전통문화축제는 다양한 볼거리와 갖가지 흥미거리를 제공하여 전통문화 명소로 인사동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인사전통문화축제는 인사동 지역의 번영을 기원하는 장승제로 시작되며 행사 중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많이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일요일마다 형성되는 전통문화 장터는 그 현장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또한 인사동 포도대장과 순라군 행차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4시에 있다고 합니다. 물론 평일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고 하는군요.

갖가지 전통문화 행사와 함께 전통문화 예술품들을 사고파는 현장으로 오롯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인사동 전통문화 거리는 이제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거리에 웬 외국인이 그리 많은지?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괴테의 말이 이곳 인사동 거리에서 실현될 줄이야...
가장 한국적인 거리에 웬 외국인이 그리 많은지?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괴테의 말이 이곳 인사동 거리에서 실현될 줄이야...김형태
그래서 그런지 현재 관광의 거리로도 알려져 외국인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발 디딜 틈 없는 인파 가운에, 가깝게는 중국과 일본인, 동남아인부터 멀게는 미국, 유럽,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까지 참으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림잡아 하루 방문객이 내외국인 합쳐 10만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거리의 소박한 민속 공예품들, 우리의 가락이 흘러나오는 전통 찻집, 우리의 한옥미를 그대로 살린 전통 음식점들…. 인사동 거리는 이제 우리의 옛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어 그것을 깊게 호흡함으로써 온고지신의 진리를 깨닫고, 한국인이 어떻게 걸어왔고 또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고향집 같은 공간으로,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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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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